Chapter 22. 감정의 폭풍 속에서

by 강훈

폭풍이 온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가슴이 뜨겁고, 주먹이 쥐어지고, 머릿속이 하얗다. 말이 튀어나오기 전에, 행동이 나가기 전에, 이미 감정이 휩쓸렸다.

불안이 밀려온다.

심장이 빨리 뛰고, 숨이 가빠지고, 온몸이 긴장된다. "큰일 날 것 같아." "뭔가 잘못될 거야." 머릿속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득 찬다.

슬픔이 덮친다.

가슴이 무겁고, 눈물이 차오르고,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일어나고 싶지 않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냥 멈추고 싶다.

이것은 작은 짜증이 아니다. 감정의 폭풍이다. 거대하고, 압도적이고, 통제 불가능해 보이는.

심리학자 폴 에크먼(Paul Ekman)은 이것을 "감정 납치(Emotional Hijacking)"라고 불렀다. 이성이 감정에 납치당하는 것. 생각할 수 없다. 선택할 수 없다. 그냥 휩쓸린다.

하지만 폭풍 속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90초 규칙

신경해부학자 질 볼트 테일러(Jill Bolte Taylor)는 뇌졸중을 경험했다.

그리고 회복하면서 발견했다. 감정의 생리적 반응은 90초만 지속된다고. 화학 물질이 몸을 순환하고 사라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90초라고.

90초 후에도 감정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생리적 반응이 아니다. 당신이 그 감정에 연료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으로.

"그 사람이 왜 그랬어." "나는 왜 이 모양이야." "이건 끝이야." 이런 생각들이 감정을 계속 살린다.

90초. 그냥 느끼는 것이다. 생각하지 말고. 분석하지 말고. 그냥 몸의 감각을 느끼는 것.

"가슴이 뜨겁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 "숨이 얕다." 관찰만 한다. 90초.

그러면 파도가 지나간다.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줄어든다. 그리고 생각할 여유가 생긴다.


RAIN 기법

마음챙김 교사 타라 브랙(Tara Brach)은 RAIN 기법을 제안했다.

강렬한 감정이 올 때 사용하는 네 단계다.

Recognize (인식하라)

"아, 지금 분노가 왔구나." "불안이 왔네." "슬픔이구나."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 다니엘 시겔(Daniel J. Siegel)이 말했듯이, "이름을 붙이면 길들일 수 있다."

Allow (허용하라)

"괜찮아. 이 감정을 느껴도 돼." 밀어내지 않는다. 억누르지 않는다. 그냥 있게 둔다.

감정은 나쁜 게 아니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허용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Investigate (탐색하라)

"이 감정이 어디서부터 온 거지?" "어떤 느낌이지?" "무엇이 이것을 촉발했지?"

호기심을 가지고 탐색한다. 판단하지 않고. 과학자처럼.

Nurture (돌보라)

"이 감정을 느끼는 나에게 뭐가 필요하지?" "어떤 말이 필요하지?"

자신에게 친절하게 말한다. "힘들구나." "괜찮아." "나는 너를 이해해."

RAIN. 네 단계. 감정의 폭풍 속에서 할 수 있는 것.

당연하게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기법이 떠오르기나 할까?라고.

맞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닐 때 알고 연습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감정에 이름 붙이기

"화났어."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너무 넓다.

심리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Lisa Feldman Barrett)은 『How Emotions Are Made』에서 말했다. 감정을 정확하게 이름 붙일수록, 그것을 잘 다룰 수 있다고. 이것을 "감정 세분화(Emotional Granularity)"라고 부른다.

"화났어"가 아니라, "배신감을 느껴", "억울해", "무시당한 기분이야", "좌절스러워".

"불안해"가 아니라, "압도당해", "긴장돼", "초조해", "두려워".

"슬퍼"가 아니라, "외로워", "허무해", "상실감을 느껴", "무력해".

더 정확한 이름을 붙일수록, 뇌가 더 정확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대응 방법도 명확해진다.

배신감과 좌절감은 다르다. 필요한 것도 다르다. 정확한 이름이 정확한 대응을 만든다.


몸으로 내려가기

감정은 머리에만 있지 않다. 몸에 있다.

분노는 가슴을 뜨겁게 만들고, 불안은 배를 조이고, 슬픔은 목을 막는다.

감정의 폭풍 속에서, 머리로 올라가지 말고 몸으로 내려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심리치료사 피터 레빈(Peter Levine)은 『Waking the Tiger』에서 말했다. 트라우마와 강렬한 감정은 몸에 저장된다고. 그래서 몸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몸의 감각에 집중한다.

"지금 발바닥이 바닥에 닿아 있다." "의자가 엉덩이를 받쳐주고 있다." "숨이 들어오고 나간다."

간단한 신체 감각. 지금, 여기. 이것이 머리에서 벗어나게 한다.

또는 몸을 움직인다. 걷거나, 스트레칭하거나, 뛰거나. 움직임이 감정을 순환시킨다. 고여 있던 것이 흐르기 시작한다.


거리 두기

감정의 폭풍 속에서, 당신은 감정이 아니다.

"나는 화가 났어"가 아니라 "화라는 감정이 내 안에 있어".

"나는 불안해"가 아니라 "불안이라는 감정이 찾아왔어".

작지만 중요한 차이다. 전자는 정체성이고, 후자는 경험이다.

심리학자 스티븐 헤이즈는 수용전념치료(ACT)에서 이것을 "관찰하는 자아(Observer Self)"라고 불렀다. 경험하는 나와 관찰하는 나를 분리하는 것.

날씨를 생각해 보라. 하늘에 폭풍이 몰아친다. 하지만 하늘 자체는 폭풍이 아니다. 폭풍은 지나간다. 하늘은 남는다.

당신도 그렇다. 감정이 몰아친다. 하지만 당신 자체는 감정이 아니다. 감정은 지나간다. 당신은 남는다.

이 거리가 여유를 만든다. "이것도 지나갈 거야."


실패와 좌절 속에서

감정의 폭풍은 외부 사건뿐 아니라 내부 사건에서도 온다.

실패했을 때. "나는 안 돼." "나는 쓸모없어." "다 끝이야."

좌절했을 때. "아무리 해도 안 돼." "의미 없어." "포기하고 싶어."

이것도 감정의 폭풍이다. 자책, 절망, 무력감이 휩쓴다.

이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90초 규칙. 그냥 느끼기. 생각에 연료 주지 않기.

RAIN. 인식하고, 허용하고, 탐색하고, 돌보기.

이름 붙이기. "실패감", "좌절감", "무력감".

거리 두기. "나는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 "실패를 경험했다".

그리고 Chapter 19에서 배웠듯이, 실패를 데이터로 보기. "이 방법은 안 됐구나.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볼까."

폭풍은 강렬하다. 하지만 지나간다. 항상 지나간다.


나의 폭풍

솔직히 말하겠다.

나도 여전히 폭풍에 휩쓸린다. 분노가 올라오면 말이 튀어나오고, 불안이 오면 머릿속이 엉망이 되고, 슬픔이 오면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나아졌다. 90초를 기억한다. 완벽하게는 못 해도, 가끔 한다. RAIN을 시도한다. 항상은 아니지만, 때때로. 이름을 붙인다. 정확하지 않아도, 시도한다.

며칠 전에도 좌절감이 왔다. 일이 잘 안 풀렸다. "나는 안 돼"라는 생각이 올라왔다. 폭풍이 시작됐다.

90초를 기다렸다. 그냥 느꼈다. 가슴이 답답했다. 목이 막혔다. 90초가 지나니 조금 잔잔해졌다.

그리고 이름을 붙였다. "좌절감이구나. 무력감이구나."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힘들구나. 괜찮아. 이것도 지나갈 거야."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처럼 하루 종일 빠져 있지는 않았다. 몇 시간 만에 일어날 수 있었다.

작은 변화다. 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다.


폭풍은 지나간다

감정의 폭풍은 무섭다.

압도적이고, 통제 불가능해 보이고, 영원할 것 같다. 하지만 진실은 이것이다. 모든 폭풍은 지나간다.

90초 규칙. RAIN 기법. 이름 붙이기. 몸으로 내려가기. 거리 두기.

완벽하게 할 수 없다. 폭풍 속에서 완벽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시도하면, 조금이라도 다르다.

폭풍이 와도 괜찮다. 감정은 나쁜 게 아니다. 인간적인 것이다. 폭풍 속에서도 당신은 괜찮다. 폭풍은 지나가고, 당신은 남는다.

다음 챕터에서는 관계 속에서의 상처를 다룰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이 깊이 아플 때.

함께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