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산책을 나선다. 새벽 비를 마신 상수리나무가 싱그럽다. 얼마 전까지 여리던 잎이 한 뼘은 더 커졌고 색도 진해졌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제법 여름이 되어간다. 울창해지려고 몸집을 불리는 중인 짙은 녹음 속을 걷다 보면 식물도 감정이 있다고 틀림없이 믿게 된다. 바람의 나부끼는 잎을 보면서 감정이 없고서야 저런 리듬으로 흔들릴 수는 없어! 하고 말이다. 생기 가득한 기운을 만끽하며 괜스레 나도 발걸음에 리듬을 넣고, 맑은 공기도 양껏 들이켜본다. 정오의 태양이 물기를 걷어가기 전에 촉촉하고 시원한 숲 길을 마음껏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