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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Aug 22. 2023

경찰 조사받을 때 반려견 데려가도 되나요?

경찰서에 조사받으러 온 민원인이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왔다.

아이가 얼마나 어린가 빼꼼~히 봤다.

앗! 아이 머리털이 하얗다?



예전에는 경찰서에 강아지를 데려 오면 재수가 없다는 속설이 있어 액땜을 위해 소금을 뿌리기도(?) 했었다.

별 사건 없이 조용하던 경찰서에 사건이 몰려오거나 대형 사건이 터질 것 같은 전조라 생각하여 그랬을 듯하다.

그 정도로 그러한 미신 같은 걸 믿었기 때문에 반려견을 데리고 오는 경우 없는(?) 민원인을 본 적이 없다.


8월 중순 어느 날 밤.

약물운전 교통사고 사건 관련, 피의자의 약물 오남용 혐의를 공조 수사해야 했기에 평소 가지 않던 교통조사계 사무실을 방문했다.


한 젊은 여성이 유모차를 끌고 막 사무실을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야심한 밤에 시간을 조율하여 조사를 받으러 온 민원인으로 보였다.

'얼마나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으면 이 밤에 아이를 다 데리고 왔을까...' 하는 측은함을 느낄 새도 없이 교통조사계 수사관들과 사건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


이미 피의자가 구속이 되었으나, 추가 증거 확보 차원에서 협의가 필요했던 사안이라 조사받고 있는 여성은 안중에도 없었다.


어느 정도 협의가 끝난 시각.

그때서야 조사받고 있는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유모차도...


아이가 얼마나 어린가... 지켜보는데...

허걱...


아이 머리털이 하얗다.

강. 아. 지. 였다!


반려견을 데리고 온 모양이었다.

예전 같으면 상상하지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MZ 세대 수사관은 멀리서 지켜보는 내가 봐도 흐뭇할 정도로 친절하게 민원인을 응대하며 조사하고 있었고, 반려견은 진짜 아이 마냥 유모차에 편하게 앉아 짖지도 않고 주인 곁을 지키고 있었다.


조사가 끝나고 울먹 거리며 돌아가는 여성.

담당 조사관에게 물으니 음주운전 피의자인데, 반려견이 한시라도 주인과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하여 반려견 참여(?) 하에 조사를 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경찰서에 강아지 데리고 오는 건 꿈도 꾸지 못했고, 오면 소금을 뿌리기도 했다고 하니 아직 수사 경험이 많지 않아 잘 몰랐다고 미안해했다.

오히려 내가 새로운 경험을 한 듯하다며 격려해 줬다.


수사 현장에서 온갖 경험을 해 봤지만, 동석한 반려견은 처음 봤다며 이제는 우리 경찰도 변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즉, 반려견도 가족의 일원인데, 짖거나 다른 사람을 무는 등 수사에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수사할 때 입회(?)하도록 하는 것이 현재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반려동물과 조사를 같이 받는다면 '조사 시 신뢰관계자 동석 제도'와 같이 수사대상자에게 심적 안정을 줄 수도 있고 인권 친화적인 제도가 되지 않을까.


믿거나 말거나 같은, 나만의 경찰 이미지 제고를 위한 캠페인 문구가 떠올랐다.


'경찰 조사가 불안하신가요? 이제는 반려동물도 수사에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입회가 가능합니다. 언제든 같이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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