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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Oct 31. 2023

아픈 반려견이 구석에 숨는 이유

지난주 우리 집 코코가 급성 폐렴으로 입원을 했다.

평소와 달리 헥헥 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심하고 숨을 가쁘게 쉬더니... 결국... 입원까지 하게 된 거다.



항상 집에 가면 가장 먼저 달려 나와 반겨 주던 그 녀석이 지난 며칠 동안 힘없이 터덜터덜 걸어 나와서는...

마치

"아빠, 잘 다녀왔어?" 하듯이 잠깐 아는 척만 하고는 소파 밑에 쏙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냥 컨디션이 좀 좋지 않은가 보다 생각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간호장교 출신 아내는 달랐다.

평소와 상태가 많이 다르니 병원 데려가 보자고 했다.


밤늦은 시각.

야간 응급진료를 하는 동물병원을 찾아가 초인종을 연신 눌렀다.

꺼졌던 불이 켜지며 간호사가 문을 열어 주었고, 접수를 마치자 당직 수의사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와 진료를 시작했다.

이것저것 검사를 해 보더니 폐렴이 의심된다며 x-ray를 찍어 보자고 고, 역시나... 급성 폐렴이 많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반려견들의 경우 이렇게 급성 폐렴이 오면 순식간에 무지개다리를 건널 수도 있다면서 입원을 권했다.


잠깐 진료만 보고 오려했던 계획이 틀어졌다.

다리에 수액 주사를 꽂은 녀석을 뒤로하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렸다.


집에 돌아오니 막내 녀석이 부리나케 뛰쳐나왔다.

가족 단톡방에 이미 입원 사실을 공지한 터라 자세한 상태가 궁금했나 보다.


"아빠, 코코 뭐래?"

"급성 폐렴이 와서 상태가 많이 안 좋은가 봐."


그리고는 평소 반려견에 대한 내 지식을 공유했다.


"강아지들은 아프면 그런 모습을 주인에게 보이기 싫어서 숨는다는 것 같더라. 그래서 최근에 자꾸 숨었나 봐."

"아빠~ 아냐, 동물들은 아프면 잡아 먹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숨는 거래."


아...

막내 말을 듣고 나니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다.


잡아 먹힐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가족들이 들어오면 아픈 몸을 이끌고 반갑게 맞아 주고 다시 소파 밑으로 들어가 숨을 만큼 본능도 이겨내는 우리 코코.


얼마나 아팠을까?

수의사 선생님에 따르면 반려견마다 다르지만 아픈 걸 끝까지 참고 내색하지 않는 반려견이 있는데, 우리 코코가 그렇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평소 눈곱 닦아 주거나 발톱 깎을 때 유독 싫어하면서도 반항하거나 으르렁 거리도 않고, 정 못 참겠으면 잠깐 이빨 드러내는 게 전부일만큼 순둥이였다.


매일 호전되는 코코 사진을 병원에서 보내줘서 보긴 했지만, 볼 때마다 안쓰러웠다.

혹시나 우리가 자기를 버린 것으로 오해하지는 않을까? 치료가 힘들진 않을까? 밖에 나가면 겁이 많아서 물 한 모금도 함부로 먹지 않던 녀석인데, 사료는 잘 먹고 있을까? 하는 걱정에 말이다.


역시나 염증 수치 등 지표는 괜찮은데, 사료를 전혀 안 먹어서 강제 급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 코코는 입원 중이다.



<에필로그>


코코가 3일간 입원 후 건강하게 돌아왔다.

아직 약을 계속 먹어서 인지 그전만큼 활발하지는 않지만, 사료도 잘 먹고, 산책도 잘하고... 많이 건강해진 모습이다.

이제 아프지 말자 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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