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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Mar 26. 2024

직장생활 노하우 - 우는 아이 젖 준다.

경찰 초임 때 형사과장으로 모셨던 김 모 과장님께서는 "우는 아이 젖 준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그때 배운 직장생활의 노하우로 나 또한 그 격언 같은 말을 자주 하곤 했다.



1997년 경찰대학을 졸업한 이후, 범인을 잡는 형사가 되고 싶었지만, 기동대 근무를 마치고 1999년 5월에 경찰서로 배치받아 첫 보직은 형사 서무를 담당하는 형사관리계장, 지금의 형사지원팀장이었다.


경찰에 대한 경험이라곤 기동대 소대장 2년이 전부였던 그야말로 무늬만 경찰이었던 나는 출근 전날 통보받은 그 보직이 형사계장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나름 외근에 어울리는 복장을 하고 출근했는데, 형사과장님의 첫 업무지시가 작년에 발생한 절도 건수 통계를 뽑으라고 해서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암튼 모든 일에 열정적이었던 나는 8개월여 동안 형사 서무를 하면서 형사 행정에 대한 업무도 많이 익히고 업무처리에 대해 칭찬도 많이 받았지만, 외근 강력반장에 대한 꿈은 단 하루도 내려놓지 않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형사 경험도 전무한 새내기 경찰이 현장 경험으로 무장된 다른 경찰 지원자들 사이에서 외근 형사를 하겠다고 지원하는 것 자체가 허황된 꿈이었을 것 같으나, 그때는 정말 영화에서 봤던 범인을 잡는 그 형사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컸기 때문에 주위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던 거 같다.


당시 규정 상 순환보직이라고 하여 6개월이 지나면 다른 곳으로 보직을 옮겨야 하나, 과장님께서는 나의 업무 능력을 인정하여 8개월이 지났음에도 다른 곳으로 발령을 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 써먹은 필살기(?)가 과장님께서 자주 쓰셨던 "우는 아이 젖 준다"였다.


과장님은 다른 부서와 마찰이 있거나, 업무 협조를 해야 할 때 항상 그 말씀을 하셨다.

"천 계장~ 우는 아이 젖 주는 법이야. 가서 계속 울어야 해, 이게 필요하다, 형사들이 애로사항이 있다. 이 사건은 정말 잘했다, 표창을 꼭 배려해 달라." 등등...


아이가 배고픈데 가만히 있다고 해서 젖 주지는 않고 울어야 젖을 주듯이 계속 울어야 상대방도 알아서 챙겨 주는 법이라면서 말이다.

다만, 너무 자주 울면 매사에 불만세력(?) 같이 되니까 적절하게 울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이셨다.


“과장님~ 저 형사관리계장 8개월째 하고 있습니다. 뭐 제가 수학경시대회 나갈 것도 아니고, 매일 통계나 잡고 해서 되겠습니까? 순환보직 좀 시켜 주십시오.”

스스럼없이 지내던 과장님이라 농 반 섞어서 이야기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과장님은 “아~ 좀 있어봐. 이 사람아”, "기다려 봐" 하시고는 발령을 내 주실 생각을 안 하셨다.


할 수 없었다. 시간 날 때마다 계속 울어댔다.

형사반장 시켜달라고... 외근 좀 하고 싶다고...


“과장님, 저 이제 순환보직 기간 6개월이 지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어디 좋은 파출소장 자리라도 갈 수 있게 배려 좀 해 주십시오.”라고 마치 파출소를 지원해서 나갈 것처럼 반 협박(?)도 해 보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그간의 업무 능력으로 보아 충분히 외근 형사를 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셨는지 정기 인사철인 이듬해 2월 경찰서장님께 건의하여 형사반장으로 임명해 주셨고, 그 계기로 현재까지 20여 년간 줄곧 수사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역시 우는 아이 젖 주는구나...'를 느낀 경험이었고, 그 후부터는 주변에 우는(?) 동료들의 목소리에 경청을 하면서 이러한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해 주고 있다.


"울어야 젖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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