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포스팅에서는 아베 신조의 사망 이후 나타나게 될 일본의 변화를 예측해 보았다. 요약하자면, 일본 재무장을 이끌어 가던 아베 신조의 사망으로 오히려 일본 재무장이 더 급속히 진척될 것이고, 더불어 한일관계 개선과 그 궁극적인 목표인 한미일 군사협력 시스템의 완성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 급속도로 전개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들은 결국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여 양안전쟁을 포함한 본격적인 열전으로 중국을 이끌어내는 결과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나리오를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베 신조의 사망 하루 전에 보리스 존슨이 퇴임하면서 나타나게 될 영국의 변화를 논하게 되는데, 지난 포스팅에서 말하였듯 아베 신조의 사망과 보리스 존슨의 퇴임은 서로 무관한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유라시아의 양쪽 끝에서 서로 협력하여 세계를 이끌어 가던 지도자들의 동시 퇴장으로 인해 신냉전으로 진행하는 흐름의 한 단계를 마무리 짓는 단일 사건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보리스 존슨의 퇴임은 크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말과 브렉시트로 대변되는 영국의 탈 유럽정책의 완결을 의미하며, 더 나아가 유럽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몰락의 길로 급속히 접어들 것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우선 보리스 존슨의 급작스런 퇴진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조만간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보리스 존슨은 그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구의 지원을 가장 열정적으로 이끌어 왔던 인물이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의 조야는 보리스 존슨에 대한 신뢰와 의존감을 숨기지 않고 있었는데, 이제 보리스 존슨이 퇴임함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구의 지원이 점차 약화될 것을 예상하면서, 우크라이나가 향후 전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결국 러시아 측과의 휴전 협상에서 상당한 양보를 하는 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보리스 존슨이 강력히 추진하던 브렉시트의 관점에서, 보리스 존슨의 퇴진이 의미하는 바는 이제 영국은 브렉시트를 완결하고 사실상 완전히 유럽과 결별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제는 본격적인 탈구입아(脫歐入亞, 유럽에서 벗어나 아시아의 일부가 된다)의 시대로 진입함을 의미한다. 영국은 이미 2021년 아세안의 파트너국가가 되었고, 홍콩의 일국양제를 유지한다는 약속을 중국이 어겼다는 이유로 영국은 다시금 홍콩 이슈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일본이 탈아입구를 천명하며 스스로를 유럽국가로 인식하였던 것처럼, 말하자면 21세기의 영국은 비록 지리적으로는 서유럽에 속하지만 자신들의 정체성을 아시아로 인식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더 나아가서 결국 영국이 유럽의 몰락을 예견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러시아는 러시아 대로 현재 진행되는 전쟁으로부터의 출구전략에 적극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함에 따라 러시아는 무력에 의한 대외팽창 정책을 사실상 서구로부터 강요받고 있으므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략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군사행동에 나서게 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역시도 현재의 전쟁으로 인한 내상이 적지 않으므로 러시아의 대외 팽창은 잠시 휴지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러시아의 대외팽창이나 무력충돌이 예상되는 지역은 카자흐스탄, 조지아, 핀란드, 스웨덴, 그리고 러시아 부속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회랑 확보의 필요성으로 인해 라트비아 등 발틱 삼국에 대한 군사적 압력도 증대하고 있다.
한편 보리스 존슨의 퇴임으로 유럽에서의 군사적 액션이 다소간 소강상태에 들어가면서, 미국의 관심은 유럽에서 아시아, 특히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대만과 한반도로 이동할 것이다. 당연히 양안전쟁이 초미의 관심사이나 한반도에서도 사소한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과의 충돌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바이든 행정부는 일단 중간선거의 허들을 성공적으로 넘어야 하므로 미국은 당분간 군사적 충돌을 최소화하고, 인플레 문제 완화와 자산시장의 안정에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현재 바이든이 굴욕을 감수하고 사우디의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 유가 증산을 시도하는 것 역시 이러한 상황의 연장선 상에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본격적인 충돌은 바이든의 중간선거 이후로 미루어질 것이다.
한편 중국은 내부의 혼란이 점차 가중되고 있다. 무리한 코로나 봉쇄의 여파로 경제적인 내상은 물론 그간 숨겨져 왔던 정치권 내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은 경제적인 부문에서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여러가지 뇌관들이 있다. 부동산 시장은 좀비처럼 생명을 이어가고 있고, 무리한 코로나 봉쇄로 내수는 침체되었으며, 외국 기업들은 서서히 중국 밖으로 탈출 중이다. 게다가 남녀의 성비 불균형, 급속한 인구 감소 및 노령화 등의 구조적인 사회문제들이 서민 경제 악화와 연계되면서, 최근 예금 인출 정지 사태로 인한 폭동을 무력 진압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적 불안정을 기화로 리커창과 공청단이 시진핑에 대한 불만을 노골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내부적 불안 요소를 잠재우기 위해 중국 또는 시진핑이 대외적인 군사적 모험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때마침 바이든이 성공적으로 중간선거의 고비를 넘기면 당장 내년부터 미국과 중국 간의 무력 충돌의 위험이 높아질 것인데, 이러한 이유로 미국과 일본은 일본 재무장을 최대한 빨리 완결하려 하는 것이다.
전 세계는 이제 신냉전의 길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 거의 확실한 듯하다. 올해 겨울 유럽과 중국에 미증유의 혹한이 올 것으로 예상되고, 여기에 더하여 특히 유럽에는 미증유의 전력 부족 사태가 올 것으로 보인다. 부자나라 독일의 국민이 얼어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평화로운 세상을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