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결
진철은 윤기가 흐르는 고급 양복 차림으로 유치장에 쪼그려 앉아 있다.
경찰 제복을 입은 남자가 철창의 배식구를 통해 쟁반을 건넨다. 쟁반에는 뚝배기가 담겨있다.
유치장의 잡범들이 득달같이 달려가 아귀다툼을 한다.
"이 개새끼야, 내가 먼저야!"
흡사 씨름선수 같은 풍채의 남자가 쟁반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자신을 뒷덜미를 잡고 늘어지는 사내에게 팔꿈치로 명치를 가격해 털어냈다.
"줄을 서야지. 씨팔."
그리고 태연하게 쟁반을 건네받고 구석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남자는 목까지 문신이 이어져 있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진철은 감히 밥을 받아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어이, 양복 아저씨."
문신남이 진철을 불렀다. 진철은 화들짝 놀라며 "저요?"라고 말했다.
"그래, 아저씨 말고 양복이 더 있어? 아까 설렁탕 시킨 거 아니야? 빨랑 와서 먹어."
사내 앞의 쟁반에는 설렁탕 뚝배기 두 개가 있다.
몹시 시장했던 진철은 잠시 머뭇거리고는 슬그머니 쟁반 앞에 앉았다. 벌써 몇 숟가락 떠먹고 있던 문신남이 유쾌하게 말했다.
"아, 이 집 설렁탕 정말 오랜만이다. 어떨 때는 이 맛이 그리워서 다시 들어오고 싶을 때도 있다니까. 으하하하…."
진철은 남자의 어이없는 주장에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군대에서 경험했던 바. 이런 상황에서는 같이 웃었다간 부작용이 덮친다고 생각했다. 웃음을 간신히 틀어막았다.
진철은 국물을 떠먹었다. 국물은 미지근하게 식어있었다.
공깃밥을 말아서 국물과 골고루 섞었다. 미지근한 국과 밥을 떠먹으며 영미를 생각했다.
충무로에서 영미와 즐겨 먹던 골목 안 설렁탕집을 생각하며.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