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조용히 계속 들어왔다..다만..

레포트로 벌어들인 돈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by 나일스


내생에 처음 디지털노마드를 꿈꿨던 건

디지털노마드라는 단어도 없던 2002년!

레포트 판매 사이트들이 생기기 시작할 때쯤,

어쩌면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돈을 벌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대학생은 남는 게 시간밖에 없다.

나는 그 시간들을 판매용 레포트 제작에 쏟아부었었다.

수입이 생기기 시작했고, 게임에 중독되듯이 나는 레포트판매에 중독되었다.
그 시절 나는 단연 또래 중 제일 앞서가는 디지털노마드 임이 분명했다.


졸업 후 취업을 하고 바빠지면서 점점 레포트와 멀어졌다

쇼핑몰을 시작한 후부터는 거의 잊고 살았으니, 손 놓고 지낸 시간이 17년은 족히 넘는다.

고맙게도 여전히 1년에 20만 원 정도의 수익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었다. 수익이라고 부르기엔 적은 금액이라 늘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고, 가끔 한 번씩 들여다보면 괜히 마음이 조금 좋아졌다.


몇 년 전, 내가 예전에 레포트로 수익을 냈다는 글을 읽고 누군가 쪽지를 보내왔다.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벌었는지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나는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정확히 몰랐기 때문이다.

사실은 대충도 몰랐다는 말이 더 맞겠다.
수익을 따로 기록해 둔 적이 없었다.



그즈음 내가 주로 이용하던 두 개의 사이트 중 한 곳인 레포트월드에 누적 출금액이 표시되기 시작했고, 그 숫자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잠시 멈춰 섰다. 레포트 월드의 누적 출금액은 2천만 원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이었지만, 실제로는 해피캠퍼스에서의 출금이 항상 더 많았다. 그래서 가만히 계산해 보니 내가 리포트로 벌어들인 돈은 아마 4천만 원을 넘었을 것 같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답은 단순했다. 내가 다 썼다.
나 스스로도 이렇게 많은 금액을 리포트로 출금했었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

4천만원이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조금은 낯설고, 묘한 하루였다.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오래, 그리고 조용히 무언가를 해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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