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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Oct 02. 2024

남편이 말했다. 같이 죽자고.

아름답기도 무섭기도 한 그 말


팔순 노모가 환갑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가는 영상을 본 남편이 말했다.

혼잣말인 척했지만 다 들렸다.



"오래 살아봐야 자식들 고생만 시키지.

팔십도 많아. 칠십까지 살다가 죽는 게 딱 좋은 것 같아."



여기까지만 해도 '죽음'이란 단어와 죽을 때까지 친해지지 않을 것 같은 나는 표정이 점점 썩어가는 중인데 남편은 결국 쐐기를 박는 소리를 하고 만다.


"우리 그때 되면 같이 죽자."


"으응??? 나도?" (근데 무슨 뒷동산 소풍 가자는 말처럼 그리 들떠서 하니.)


"괜히 애들 고생시킬 필요 없이 깔끔하게 죽는 게 좋을 것 같아."


"건강하게 오래 살면 되지, 죽는다는 얘길 그렇게 쉽게 해?"


"지금도 골골거리면서 나이 들어 아프면 자긴 병원에 갈 돈은 있어?"


"으응??? ...... (자기 돈이 내 돈이고, 내 돈이 내 돈인데 뭐...)"


"문이랑 창문 꼭 고 질소를 꽉 채우면 죽을 때 고통 없이 갈 수 있대."


"옴마야... 그게 뭐야..."


혹시라도 내가 이해하지 못할까 봐 좀 더 보충설명을 하는 남편.


"평소에도 질소는 공기 중에 70프로가 있대."


"그래, 그건 알아. 근데 그게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야? 그렇게 사실적으로 현실적으로 말할 일이야?"


"깔끔하게 같이 죽자는 거지."


"허 참. 이 양반 좀 보게.

마누라를 같이 순장시키는 남편이 요새 어딨니?

어머님, 우리 엄마 모두 칠순 넘으셨거든?

칠순 넘으신 노모가 있는 사람이 그게 할 말이니?

역으로 말하면 빨리 돌아가시면 좋겠다 말하는 거랑 다를 바 없잖아!"




상상력 끝판왕인 나는 어느새 희끗희끗한 머리칼이 제법 보이는 머리를 하고 눈가주름 팔자주름 목주름이 선연히 보이는 얼굴이 되어 있다. 아마 칠십은 훌쩍 넘겼고 칠십오 세쯤 된 것 같아 보이는 모습이다.   


남편이 몇십 년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을 한 스스로 하늘나라 가기 프로젝트(온 집안에 질소 가득 채우기ㅠ)를 끝내 실행하고 말았고 나란히 누워 있는 우릴 붙잡고 통곡하는, 나이 사십이 채 되지 않은 딸내미, 막둥이의 모습이 보인다.

남겨진 자식들의 아픔은 계산에 넣지 않은 건가. 아니면 언젠가 꼭 한 번은 피할 수 없는 이별이 있을 수밖에 없을 테니 어쩔 수 없는 슬픔은 자식들의 몫으로 돌리는 건가.


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인간 T발 C가 맞다.


여러분 제가 소리소문 없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글 발행을 멈추었다면

저를 꼭 찾아봐 주세요.


저...

무서워요... 어흑.


나는 벽에 X칠 할 때까지 살고픈데 ㅠ.ㅠ


내게 주어진 내 명을 온전히 다 할 수 있는 방법은...

이승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일깨워 주는 수밖에.

남편의 입에서 험한 말이 나오지 않도록 웃음을 주고 희망을 주고 기쁨을 주는 아내가 되어야겠다.

아... 세상 살기 참 힘들다...




*앞으로 살아갈 날 많은 나어린 아이들과 철없는 어른들은 행여라도 시도하지 마세요. 근데 질소를 집 안에 꽉꽉 다 채울 수가 있기는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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