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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Aug 03. 2022

Tone maketh manner.

당신의 톤은 어떤가요?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한 장면. 주인공인 콜린 퍼스와 태런 에저튼이 펍에 앉아 대화를 나눈다. 이때 갑자기 악당들이 문을 열고 태런 에저튼을 잡으러 들어온다. 악당 중 한 명이 높고 앙칼진 톤으로 주인공을 향해 삿대질하며 "젠장, 너 여기서 뭐해? 날 씹고 있냐?"라고 외친다. 콜린 퍼스는 그들을 쳐다보며 낮고 차분한 어조로 말한다. "저 친구들도 부잣집 자식이 아니라 저 모양인가?" 악당들과 주인공들의 대화가 잠시 이어지고 그 유명한 장면이 이어진다. 콜린 퍼스가 문을 걸어 잠그며 내뱉는 한마디.

  

  "Manners maketh man."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매너를 익숙한 우리 동양의 개념으로 바꾸자면 "예의"라고 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사람됨을 드러내 주는, 그래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너 혹은 예의의 중요성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예를 나타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이다. 특히나 말의 톤이 중요하다. 앞서 영화에서도 나타나지만 주인공은 낮고 차분한 어조, 악당은 껄렁(?)하며, 높고 앙칼진 어조로 표현된다. 이런 장치는 극적 표현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비슷하게 인식된다.

 말의 톤은 에너지의 흐름과 같다. 에너지가 많은 것은 활동이 많다는 의미이다. 또한 위로 상승하려는 경향성을 가진다. 따라서 톤이 높은 사람들은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충만한 느낌을 준다. 반면 톤이 낮으면 차분하고 진중한 느낌을 준다. 단순 전달력 측면에서는 톤이 높은 것이 유리하다. 강한 에너지의 흐름은 눈에 잘 띄고 잘 들리는 것처럼 높은 톤은 전달력을 높이는 데는 유리하다. 사람들이 많은 길가에 서서 홍보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번잡하고 시끄러운 곳에서 낮은 톤으로 말한다면 아마 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높은 톤이 좋다. 반면 낮은 톤은 신뢰도를 높인다. 비싼 자동차나 부동산, 보험 등을 계약할 때 세일즈맨들의 톤은 길가 상점의 점원과는 다른 톤이다. 이런 계약을 할 때 세일즈맨의 목소리가 높고 방방(?) 뜬다면 아마 피식 웃음이 나오긴 하겠지만 도장을 찍기는 꺼림칙할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차분하지만 친절해야 하고, 믿음직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느 한쪽의 톤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가? 물론 아니다. 어느 한 가지 톤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말의 톤은 습관처럼 우리에게 물들어 있다. 그 사람의 성격에 따라 말의 톤이 다르다. 당신이 아는 사람 중 한 명을 떠올려 보자. 그 사람의 말의 톤은 어떤가? 아마도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그 친구는 항상 통통 튀는 느낌이야. 저 친구는 항상 진지하고 침울한 느낌이야 처럼.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의 말의 톤이다. 나는 멀티톤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자유자재로 말의 톤을 바꿀 수 있는 능력. 때로는 가볍고 유머러스하게 분위기를 띄울 줄도 알고, 때로는 진지하게 상대를 설득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나는 진폭이 큰 톤이라고 표현한다. 파도의 높낮이가 다른 것처럼 말의 톤도 진폭이 있어야 한다. 서퍼들이 왜 파도타기에 매력을 느끼겠는가. 파도의 높낮이가 다르고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일정한 파도의 높낮이가 예측 가능하다면 서핑의 재미는 반감될 것이다. 예측하지 못한 파도를 타고 나아갈 때 가장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말의 톤도 마찬가지이다. 때로는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생동감 있는 톤이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진지한 톤으로 상대를 설득할 줄도 알아야 한다. 톤은 비언어적인 요소이지만 말하는 사람의 기분이나 느낌 생각을 전달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말의 톤으로 전달할 내용을 강조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는 저 친구를 때리지 않았어요."라는 말을 살펴보자. '나는'을 강조하면 나는 저 친구를 때리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이 저 친구를 때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저 친구'를 강조하면 내가 다른 사람은 때렸을지 몰라도 '저 친구'만은 때리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때리지 않았어요.'를 강조한다면 저 친구를 괴롭히기는 했지만 때리지는 않았다고 해석될 수 있다. 말의 톤, 억양이 강조하는 것에 따라 전달되는 의미가 달라진다. 글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느낌들을 말의 톤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말을 하면서 이런 부분까지 신경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전달력을 높이고 설득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는 이러한 부분들도 생각하고 배워야 한다. 이런 것들을 학교에서도 가르쳐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보다 더 풍성한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상대방의 말이나 글에 대한 오해의 소지도 줄어들 것이다. 말의 톤을 매력적으로, 다이내믹하게 바꾸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연습해야 한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단 한 줄로 정의되는 이미지로 남게 하지 마라. 당신이 그렇게 쉽게 정의된다는 것은 억울한 일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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