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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Oct 03. 2022

위생가설로 본 아이 언어교육

온실 속에서 키울 수 없다면......

  jtbc의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에서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천종식 교수의 강연을 방송한 적이 있다. 내가 존경하는 아나운서 선배의 부군이신 교수님의 강의라서 주의 깊게 시청했다. 여기서 위생가설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었는데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깨끗한 사육시설의 생쥐와 자연의 야생 생쥐로부터 장내 미생물을 이식받은 무균 생쥐가 있다. 이들이 치명적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12일 후 생존율을 보면 깨끗한 시설의 생쥐 군은 약 20%, 야생 생쥐 군은 90% 이상이 생존했다. 야생 쥐의 건강한 장내 미생물이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 능력을 키워줬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흙에서 뛰어놀고 자연을 접하며 사는 아이들이 훨씬 건강하다는 것이다. 깨끗한 환경만을 고집한 결과 천식과 아토피 등 각종 질병이 증가했다는데 천 교수는 깨끗한 것, 멸균이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말도 마찬가지이다. 바른말 고운 말만 듣고 살면 좋겠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세상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각종 비속어, 은어, 욕설 등을 접하게 된다. 가정 안에서만 지낸다면 상관없겠지만 아이들이 집안에서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이런 나쁜 말들을 내 아이가 접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나쁜 말을 듣지 않도록 하는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 말이 왜 나쁜 지 알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나쁜 말이 왜 안 좋은 것인지 알지 못한다. 친구들이 사용하니까 무심코 따라 하거나 친화의 표현 정도로 생각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욕을 하면 세 보인다고 생각하고, 무리 안에서 소위 말하는 인싸(?)가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욕설은 남녀의 성기나 성행위, 또 성범죄를 묘사하는 내용들이 많다. 일일이 설명을 안 하더라도 모두 알고 있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어원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는 당연히 이런 표현들을 접하지 않게 해야하겠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이런 표현들을 왜 사용하면 안 되는지 가르치는데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면 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표현들이 어떤 말의 근원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면 나쁜 말은 함부로 입 밖으로 내뱉으면 안 된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KBS에 몸담았을 때 전국의 초중고 학생들을 찾아가 아나운서들이 바른말에 대해 강의하는 '찾아가는 바른 우리말 선생님'사업을 맡으며 이러한 부분을 강의에 포함시킨 적이 있다. 아이들은 높은 호기심을 나타냈고, 강의에 대한 호응도 좋았다. 여기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그런 표현을 굳이 알려주자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말들의 어원이 경박스럽고, 인간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 결여된 표현이라는 걸 알게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말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다른 인격체에 대한 존중이 없는 사람은 본인도 존중받기 힘들다. 우리의 의식 속에 상대를 대하는 마음의 자세는 어떠한가. 친구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 욕설로 표현될 수 없다. 물론 욕을 하는 것의 긍정적인 효과도 다소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스트레스 해소? 하지만 내가 하는 욕을 남이 듣는 순간 긍정적인 효과는 모두 사그라든다. 그저 내 자신이 천박해 보이고, 듣는 상대도 기분이 나쁘기만 하다. 나에 대한 평가도 좋을 리 없다.

 둘째는 아직 어리지만 첫째에게는 이러한 것들을 간단하게 설명해준 적이 있다. 왜 잘못됐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무조건 안 듣게 하겠다는 건 어차피 무너질 둑을 손가락으로 막고 있는 셈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욕설이 난무한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쓰는 말이니 따라 하고 싶어 진다. 그런 표현들이 유행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의 모습은 보는 건 뭔가 헛헛하다. 깨끗한 환경에서만 살게 할 수 없다면 올바른 방법으로 접하게 하고 그런 표현들이 왜 안 좋은 것인지 깨닫게 해야 한다. 우리의 자녀들이 멋진 말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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