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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Oct 19. 2022

비교(比較)는 비교(非交)

관계의 단절을 막는 대화법

 사람들은 남들과 자신의 처지를 자주 비교한다. 남들보다 나은 나의 장점을 비교한다면 자존감이라도 높일 수 있겠지만 대개는 상대보다 못한 자신의 처지 때문에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축하해줄 일이지만 땅 없는 자신의 처지를 견디기 어려운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남의 자식들은 다 대단해 보이는 건지 '엄친아', '엄친딸'들은 왜 이리도 넘쳐난단 말인가. 부모 자식 간의 갈등의 원인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녀를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부부 중 한 사람이 동창회라도 다녀오면 그날은 부부싸움을 하는 날이 되기도 한다. 남의 남편은 뭘 해줬네, 남의 부인은 이렇네 하며 가장 가까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비교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 혹여 마음속으로는 여러 상황과 처지를 비교하게 되더라도 상대를 남들과 비교하는 말은 입 밖으로 지 않는 게 상책이다.


  왜 우리는 나 자신에 집중하지 못하고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걸까? 나는 대한민국의 주거문화가 한 가지 원인이라고 본다. 미국처럼 땅이 넓은 곳들은 우리나라처럼 공동주택을 많이 지을 필요가 없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돈 많은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사는 공간적으로 분리된다. 이런 공간적 분리는 서로의 삶의 방식과 관련해 자연스럽게 프라이버시가 확보되는 구조가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땅이 비좁은 경우 돈이 많든 적든 아파트나 주상복합과 같은 공동주택에 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령 50억짜리 타워팰리스의 경우 500억대 자산가가 재산의 10분의 1인 50억을 들여 집을 사기도 하며, 재산이 25억 인 사람이 25억 대출을 받아 50억짜리 집을 사기도 한다. 이 두 사람이 대문을 마주하고 이웃이 되지만 자산규모는 큰 차이가 난다. 한쪽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만 한쪽은 대출 갚느라 허리가 휜다. 25억이나 가진 사람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부의 격차를 느끼게 된다. 타워팰리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무허가 주택들이 모여있는 마을도 있으니 부자부터 극빈층까지 서로의 시야 안에서 공존하며 서로를 비교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 이야기로 돌아오자. 말로 비교하는 건 상대에 대한 평가를 전제로 한다. "다른 집 애들은 안 그런다는데 너는 도대체 왜 그러니?", "옆집 남편은 안 그런다는데 당신은 왜 그래?". 이런 말은 듣는 사람 대한 평가가 깔린 말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너는 남들보다 못하다'는 뜻을 내포한 것이다. 자신에 대한 평가, 심지어 안 좋은 평가를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린아이라도 마찬가지이다. 설사 그것이 듣는 사람의 발전을 바라고 하는 말이어도 그렇다. 사람들은 그것을 조언, 충고라고 포장하지만 듣는 사람이 그 의도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 비교(比較)는 비교(非交)이다. 상대를 남들과 비교(比較)하는 말은 비교(非交), 즉 상대와 사귈 수 없는 상황, 교류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다. 비교의 말 대신 상대의 장점을, 잘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관계의 회복은 의외로 간단한 말에서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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