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금은 Nov 16. 2024

2021 그날

12. 예약도 하고 호텔 객실도 사용했는데 20210320

비가 오나 봅니다. 어느덧 오늘이 춘분이라는군요. 땅이 젖었나 보려고 밖을 내다보았더니 검은 우산이 지나갑니다. 산수유 꽃망울을 보는 순간 빨강 우산이 지나갑니다.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호텔이랍니다. 위약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계약을 하고 이용을 하지 않았으니 객실 사용료는 내야 합니다.”


“그런 일이 없는데요. 잘 안 들려요.”


통화가 끊겼습니다. 다시 전화가 달려왔습니다.


“뭐라고요, 뭐라고요.”


“아, 예약은 하지 않았고 맞아요, 그날 경로 우대 말하고 호텔 사용했는데요.”


“no show…….”


“아차, 그 호텔 경로우대 조건은 없다고 했는데.”


“예?”


“그럼 어떻게 하나…….”


오늘은 춘분이랍니다. 앞산이 잔뜩 찌푸렸습니다. 날씨라도 좋아야 호텔도 가지.


‘어쩌지, 어쩌지.’


그날 호텔에서 묵은 것은 분명한데, 와이파이가 잘 안 돼서 그렇지. 집보다 안 좋아, 먼지도 많아, 한 번도 커튼을 세탁하지 않았나 봐, 빨아줄까 생각을 했지. 옆으로 밀자 먼지가 풀썩하고 일어나네.


우리 집 커튼은 일 년에 두 번 떼었다 붙이는데…….


“잘 안 들려요. 뭐라고요.”


“이번만큼은 위약금을 물리지 않을게요.”


“뭐라고요.”


“위약금.”


“커튼이 지저분하기는 해요.”


“이번만큼은 위약금을 물리지 않겠어요.”


“이를 어쩐다. 경로 우대는”


위약금을 물리지 않겠습니다.


“뭐요? 오늘이 춘분인 줄 몰랐다고?”


딸까닥


우수, 경칩이 지난 지가 언제인데……


잘 안 들려도 봄은 봄이지요.


“다음 봄에는 생각해 볼게요.”


전화번호를 잘 못 확인해서 다른 호텔로 예약을 했습니다. 정작 그 호텔로 가서는 예약이 왜 되지 않았느냐고 고개를 몇 차례 갸웃했습니다. 점잖게 미소를 보이면 휴대폰에 통화한 전화번호를 보였습니다. 고개를 갸웃하고 난감해하는 모습입니다.

결국 그 호텔을 이용한 건 맞습니다. 또 다른 호텔에의 no show도 맞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2021 그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