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민들레, 민들레」 그림책을 읽고 20210326
어제는 공원의 입구, 돌 틈에서 고개를 내민 민들레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이제는 완연한 봄이 된 거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립니다.
길가의 민들레도 노랑 저고리/ 첫 돌맞이 우리 아기도 노랑 저고리/
‘어 어어, 뭐더라.’
다음 가사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앞이마를 툭 쳐봅니다. 잠시 먼 하늘을 바라봅니다. 아무래도 인터넷으로 찾아보아야겠습니다. 가물가물했던 가사가 성큼 다가옵니다.
아가야 아장아장 걸어보아라/ 민들레야 방실방실 웃어보아라
‘초등학교 때였어.’
미술 시간에 꽃 그림을 그렸지
집에 오는 길가에서 민들레 홀씨를 날렸어
아무 생각도 없이
민들레 줄기를 잘라 피리도 불었지
버들피리만은 못해도 괜찮았어
그리고는 나의 눈에서 멀어졌지
오늘, 오늘 그 모습 그대로 나를 찾아왔네
눈에 띈 것은 어제인데 오늘 같아
민들레 이야기에 심취하니까
이 시간에는 민들레 이야기로 수다 아닌 수다를 떨었어요. 토종민들레, 코로나 시대의 민들레, 공원은 아직 생기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 많던 민들레를 비롯한 풀들, 싱싱하던 나무들, 무리를 지어 종알거리던 새들의 침묵. 모두 몸살을 앓는 중입니다.
공원이 품은 호수도 마찬가지입니다. 갈대와 부들 같은 수생식물들은 가을이 지날 무렵 그림자는 물론 자신도 잃었습니다. 공원을 채운 것은 운반용 화물차들, 늘어난 호미와 낫과 톱, 가위, 빗자루입니다. 공원 관리인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떼를 지어 자기 집 바깥마당처럼 쓸고 문지르고 닦았습니다. 지난가을에는 낙엽들이 내 발끝으로 다가오지 못했습니다. 비둘기와 까치를 제외한 새들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합니다.
배낭을 꾸릴까요. 이들을 찾아 나서야 할까 봅니다. 30년 전에 찾았던 그 장소. 소백산 정상의 민들레 군락. 토종이 살고 있는 곳.
지금은, 지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