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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은 Dec 14. 2024

☏2021

1. 악보를 그리다. 20210827

오랜만에 악보를 그려보았습니다. 백지에 대충 간격을 잡아 오선을 그립니다. 다섯 개의 줄은 반듯하게 잘 그었는데 막상 음표와 쉼표를 넣으려니 마음처럼 되지 않습니다. 그동안 손을 놓았던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내가 유명한 음악가도 아니고 음악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닙니다. 음악성도 뛰어나지 못합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보다 악보를 조금 더 그렸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직업 때문입니다.


나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음악 선생님은 아니지만 전 과목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선생이니 음악도 관심을 가져야 했습니다. 교실에서 처음 아이들과 자리를 같이했을 때는 교과서 외에는 변변한 동요 책이 없었습니다. 혹시 시중에 있었을지는 모르겠으나 확인해 본 일은 없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가 있으면 칠판에 악보를 그리고 가사를 써주었습니다. 이외에도 간단한 이론을 가르쳐야 하니 음악 시간에는 오선지가 필요했습니다. 나중에는 오선 칠판이 나와 시간이 절약되고 미관상 보기도 좋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음악 공책도 있습니다. 공백이 오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내가 오선 칠판을 이용하는 것처럼 아이들도 음악 공책을 사용했습니다.


요즘이야 악보를 그릴 일이 별로 없습니다. 내가 필요로 하는 노래책을 살 수도 있습니다. 또는 유튜브나 인터넷을 접속하여 좋아하는 악보를 내려받을 수도 있습니다. 나도 오늘은 필요로 하는 악보를 이와 같은 방법으로 찾아냈습니다. 소유하고 싶다면 프린트하면 됩니다. 참 편리한 세상입니다. 어쩌지요, 갑자기 프린트를 하려는데 프린트기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옛 생각이 났습니다.


‘뭐, 그리면 되지.’


그렇다고 내가 필요로 하는 악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선생을 죽을 때까지 할 것처럼 필요로 하는 악보를 차근차근 모아두었습니다. 물론 동요 책도 두 권이나 있습니다. 하지만 악보를 그리기로 했습니다. 악보가 연주용이라서 다소 복잡합니다. 성부를 나누고 기교를 넣어 한눈에 익히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 틀림없습니다. 내가 기억하기 쉽도록 필요한 것만 기록해야겠습니다. 오선은 그려놨으니, 높은 음자리표와 박자표, 마디, 음표, 쉼표 정도만 써넣으면 됩니다. 차례차례 그려 넣는데 그만 끝부분이 잘립니다. 간격을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백지에 다시 오선을 그립니다. 머리를 툭 쳤습니다. 천천히 침착하게 하지 않고 덤빈 결과입니다.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했습니다. 모두 그렸습니다. 가사를 쓰고 빨간색으로 계명도 덧붙였습니다.


‘처음 해본 거야?’


나 스스로 묻습니다. 능숙하던 솜씨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오선지에서 손을 뗀 지 오래입니다. 창작할 마음도 없고 편리함에 익숙하다 보니 이 책 저책을 찾거나 프린트물로 대신하였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처음 보는 ‘칼림바’라는 악기를 만났습니다. 리코더나 하모니카처럼 휴대하기가 편리합니다. 쉽게 다룰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새로운 주법에 애를 먹었어도 완주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생각처럼 맑은 소리를 낼 수는 없지만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동호회의 카톡에 연주 모습을 올렸습니다. 어색합니다. 하지만 틀리지 않고 한 곡을 연주했다는 마음에 다른 곡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즐거운 나의 집.’의 동요를 악보에 담았습니다. 피아노 악보보다는 한눈에 들어옵니다. 더듬더듬 위치를 익혀갑니다. 리코더라면 몇 번의 연습으로 완주를 할 수 있는데 잘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손에 익혀야 하겠습니다.


어제는 야외에 나가 몇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유는 칼림바 연습 때문입니다. 생각처럼 되지 않자, 오기가 생겼습니다. ‘될 때까지 해보는 거야’하는 마음에 한적한 곳을 찾았습니다. 더운 날씨에 손에 땀이 배는 것도 모르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접근하는 사람들이 없으니, 마음을 놓고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내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려는 양 나무가 나를 보듬어 그늘까지 만들어 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자랑이라도 하려는 양 건반을 눌렀습니다.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비록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완주입니다. 나는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것저것 생각을 해보고 손을 대봅니다. 아니다 싶으면 곧 그만둡니다. 아닌 것을 두고 씨름하다 보면 마음이 상하고 시간만 허비합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누군가는 그 고비를 넘기고 이루어 내기도 하지만, 되도록 나에게 적응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익히려고 합니다.


수영, 힘들었지만 고비를 넘겼습니다. 왜 그렇게 숨쉬기가 어려웠는지 모릅니다. 숨 고르기가 끝나자, 나는 물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오랫동안 물속에서 놀 수가 있습니다. 악보 이야기를 하면서 왜 수영을 들먹이는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수영장의 레인이 생각났습니다. 물살을 가르는 내 모습이 오선지에서 음표처럼 느껴졌습니다.


‘즐거운 나의 집’


내가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연습을 잘해서 동영상을 찍어야겠습니다. 볼품없는 악보를 보면대에 올립니다. 연주가 익숙해지면 느긋하게 그에 걸맞은 악보를 다시 그려야겠습니다. 칼림바 연주, 누가 초보 아니랄까 봐 손이 굼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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