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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오월 Dec 31. 2022

저물다

[ 짧은 글 ]



2022년에 본 가장 멋진 해넘이를 되새기며 마지막 날을 보냅니다.


지난 8월 어느 일요일 저녁에 앞산에 있는 카페의 옥상에서 저녁 내내 머무르며 해가 지는 풍경을 보았습니다. 원래 나는 좀처럼 일상생활 반경을 벗어나지 않는데 일부러 야경을 보러 전망 좋은 곳을 찾아간 거죠. 해넘이의 시작은 멀리 저 끝에 있는 산자락과 높은 건물의 외곽선이 이어져서 만들어지는 스카이라인이 주황색으로 물드는 것이었습니다. 서쪽 하늘에 떠 있던 해가 주황색의 스카이라인을 향해 내려오는 동안 연한 파란색의 하늘에는 청록빛이 점점 번지고 구름은 조금씩 노란색, 주황색, 진분홍색으로 변했습니다. 해가 스카이라인에 닿을 때쯤엔 온통 청록빛인 하늘에 감청빛이 살짝 돌면서, 구름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은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하늘에 물결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해가 지평선 아래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 하늘은 감청색이 점점 짙어지며 구름이 점차 보이지 않게 되고 주황색의 스카이라인만 남았다가 그마저도 사라져 어둠만 남게 되었습니다.


나뿐 아니라 그때 그곳에서 해넘이를 보던 사람들 모두 감탄하면서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하늘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들 그날의 멋진 해넘이 풍경을, 아니면 멋진 해넘이를 보았다는 사실이라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인상적이었죠. 이 날 외에도 저녁놀이 유난히 예쁜 날들이 꽤 있었고 선명한 실버라이닝도 한 번 보았습니다. 백수로 살면서 자주 바깥에서 걸어 다니지 않았으면 그중 얼마나 볼 수 있었을까요.


하루 중 해 지는 멋진 하늘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짧습니다. 그렇다고 해넘이가 매일 멋있는 것도 아니고, 매번 볼 수 있는 것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죠. 노을에 물든 하늘처럼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는 멋진 시간은 일 년 중에 아주 짧은 얼마간이 될 것입니다. 해마다 연말이면 '한 거 없이 한 해가 가네'라고 생각하는 건 그래서겠죠.


기억에 남지 않은 많은 시간들도 충분히 잘 살았을 거예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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