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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im Mar 14. 2024

친구

마음을 나누는 방식

 학창 시절 아이들 사이에  돌려보던 책이 있었다

지린지교를 꿈꾸며라는 유안진 님의 글이었다

아직도 내 머릿속을 맴도는 구절“ 입가에 김칫국물이 묻었더라도 가벼이 찾아가

만날 수 있는 친구가 그립다 “라는 구절!! 김치가 일상적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주음식이다

보니   그 구절이  내겐 더 특별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고 ,  별로 특별하거나 아주 어려운

문자를 쓰지 않았음에도  글쓴이의  의도가 정확하고  쉽게 이해되서이기도 했을 거지만

내가  그 구절을 좋아하게 된 건  여렸던  나의 마음에도  나이가  든. 지금도  공감 가는  부분이 있는

글귀여서 일개다

 운동복 차림을 하고 세줄 슬리퍼를 찍찍 끌고  늦은 밤 “똑똑”문을 두드리며

“뭐 하니?? 한잔할래??? 하며 들고 간 소주에 김치 한 조각을 벗 삼고  마주 앉아  소박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 내겐 갖고 싶지만 아직 껏 없는 그런 친구가 그립고  만들고  싶은

친구여서, 학교를 다닐 땐 많은 이사로   또   내성적인 성격 탓에 겉으로 보기엔   활발해 보이지만

내 속내를  어느 시점에서 진지하게 말해야 하는 타이밍을 몰랐었고 한 살 두 살 나이가 먹어가면서는

정채 되어만 가는.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없어서었고  시간이 더 흐른 지금에는  이제껏 사람을

연습되지 못한 관계에 대한 두려움과 상처받고 싶지 않은 스스로의 보호관념 때문에  입가에 묻은

김칫국물이 아무렇지 않은 친구가 내겐 없었다


자궁적출 수술을 하고. 남편이  움직이지도. 못하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먹고 싶을걸 물었다

간단하게 그래도 한국말을 할 줄 아는 남편에게 복잡한 걸 시키기보다 간단하게 바로 집어올 수

있는 음식은 “김밥”이었기에 김밥을 사다 달라했고 남편은 20분을 운전하고 김밥과 남편이 봐왔던

내 장보기에서 눈에 익은 한국음식을 몇 가지 사 왔다

뿌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남편에게 고맙다 말을 하고 저녁이 흘러갔고 , 그렇게 아침이 왔다

“”띵동 “”누군가 초인종을. 눌러고 남편은 카메라에 비친 사람을 보더니

“yobo!! korean market  lady!!! 라며 문을 열어주었다

 엉금엉금 걷는 나에게 “나오지 마세요, 수술했으면 전화라도 하지 “

라며 식탁에 큰 냄비와 김 김치를 꺼내놓는다

“어떻게 알았어요??”내가 놀라며 묻자

“아 어제 남편분이 가게 오셔서 말이 나왔어요”나에게 답을 했다

반찬들과 국을 보여주며 마켓여사장은

“”세상에~~~ 이렇게 큰 수술을 하면 잘 먹어야 하는데 어쩜 사람이 그렇게 무던해

남편이 우리 가게 안 왔으면 난 진짜 모르고 지나갈뻔했잖아, 몸은 괜찮은 거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여사장님에게

“이렇게 신세를 지게 되네요 고마워요 정말”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여사장은 “우리 동갑이잖아요 말 놓고 지내요!!! 우리 친구 하기로 했잖아요~~~

라며 미소를 보냈다

몸이 아파서였을까, 생각지 못한 호의에 감동해서였을까 “친구”라는  말을 툭

건네고 가버린 그녀에게서 이렇게 친구라는 관계가 시작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미국생활이란 게   스스로  나 자신을 다잡고. 인내해야. 견딜 수 있는 생활이고  말과

정서가  다른 이들과 썩여 살다 보니  자신을 표현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더군다나 다 나이가 들어서 알게 된 사람들과의 이질감이란 벽을 넘어서기란 더 어렵고 힘든 일이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고 다들 나이가 들어 나름의 아집과 고집들이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란 동갑

이라고 “친구”하자고 해서 바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란 걸 이미 많은 경험들로 자연히 알았으니까…

그러나 그녀가 내게 보여준 건 나에 대한 진심 어린 눈빛이었고 정성이었다

그렇게 그녀와 나는 자연스러운 “친구”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존중해 주며 시작되었다

어릴 때처럼  아무렇지 않게 계산 없이 이야기하는 관계까지 가려면  더 먼 시간을 가야 하겠지만

시간은 제자리걸음을 하지 않고. 내가 나를 보여주는 모습에 진심을 담고 진실함과 진솔함을 그녀에게

보여준다면 언젠가는 그녀가 내게 김치국물이 묻었더라도 찾아갈 수 있는 친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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