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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im Mar 31. 2024

겪고 싶지 않은 일

혼자되는 법

시누이가  몇 달 만에 우리 집에 왔다. 시누이는 군부대에 식료품점인 commissary에 inventory물건을

집어넣는 일을 하고 있는데 미국 중부지역과 동부지역을 담당하는지 이번에는 플로리다 쪽에

일이 잡혀 부득이하게 우리 집에 머무르게 된 것이다

첨에는 호텔에 머무려 했었지만  남편이 우리 집에 빈방도 있으니  우리 집에 오라는 게 어떠냐 나에게 물어보길래

난 흔쾌히 그렇게 하자 했고 우리 집에 오게 된거다

시누이는 남편과 쌍둥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얼굴이 꼭 닮았고 미국여성치고는  동양적인 감성이 있는 사람이라

나와 꽤 코드가 잘 맞아 수다를  잘 떨기도 한다. 나의 한국식 발음에도 맞장구도 잘 쳐주고 까르르 잘 웃기도 하고 말이다

헌데 우리 집에 온 시누이가 얼굴이 많이 상한 듯 보이길래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심각하게 변호사를 만났으며

남편과 이혼을 하려 한다는 말을 불쑥 꺼내는 게 아닌가!!

우리 남편은 내가 세번째  와이프. 시누이 역시  지금의 남편이 세 번째 남편 우연이라고 하기엔 기구한? 그들은

그래도 현재의 결혼생활은 꽤나 만족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였었는데 시누이가 이혼이라는 말을 꺼냈고 난 아차 싶었다


시누이는 지친듯한 얼굴로   목욕탕에 들어가 씻는 건인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머물다

한 시간이 훌쩍 넘은 후 거실로 나왔다. 남편은 오랜만에 보는 누나에게 이것저것 평범한듯한 안부를 묻고

시누는 시큰둥한 듯, 무심한 대답을 툭툭 던지다 변호사와의 이야기를 다시금 꺼냈다

남편은 놀라지도 않으며 왜냐 묻지도  않고  변호사와 만난 이야기를 묵묵히 듣다가 누나의 어깰 살포시 쓰다듬어주며

응원한다는 듯한 액션을 주었다. 난 간간히 안 들리는 전문용어를 알아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하여  듣다 보니

지쳐있는 그녀의 일상과 남편에게 실망스러웠던 보이지 않는 그녀의 결혼생활이  얼굴을 저렇듯 지치고 힘겹게 만들었구나

라는걸. 느끼게 되며 그녀에게 지금 필요한 건 집을 떠난 휴식이었음을  알아차렸다


시누이남편은 우리나라계급으로 하면 중령으로 재대를 했었고 재대를 한 후 몇 년을 집에서 보내며

 자신의 재대위치에 맞는 일을 찾기 위해 머물러 있는 듯 보였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지금일하고 있는 정부

소속일을 시작한 게  오 년 전, 일 년 소득 25만 불에  속하는 상위급 입금을 받는  주지사와 정부의 중간역할을 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물질적 풍요는 찾았으나 시누이가 힘들어하는 건 권위적이며  자신의 생각을 굽힐 줄 모르는 성격

고집스러운  군대식 가정생활에 꽤나  많이 참은 듯 이제는 지쳤다는 표현을 했다

부부관계는 부부만이 알 수 있는 관계다 보니  그 안에 그들만이 느낄 수 있는 일들이 존재할 것이고 남에게는 꺼내놓을 수도

없는 일들도 있겠지 , 그러나 남편이 있는 집을 떠나 온전히 자신만의 생각을 들어줄만한 대상은 오로지 남동생인 남편이었던 듯

어떤 위로보다 자기 이야기를 그냥 들어주며 속이야기를 편안히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녀에게는 필요했던 거다


아무리 이곳이 미국 일지라도  한분계신 아버지에게 또다시 이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을 것이고   이야기를 어떤 형식으로 나누어야 할지도 그녀에게는 하나의 숙제였을 덴데 문제를 객관적 시각으로

말해줄이가 남동생인  내 남편이었고  남편은 슬픔과  우울함이 가득한 누나에게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게 순서이고 휴식을 취하고

생각을 정리하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미국이라서 , 이혼 경험을 했다 해서 마음에 상처가 굳은살이 생기는 게 아니듯

같은 일에 반복적 상황의 시작이 나로부터였는지 상대방들의 어떤 점이었는지 많은 혼란스러움과 정리되지 않은 복잡한 감정이

그녀의 눈에 고인  눈물로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미친 듯이 쇼핑을 하면서도 순간 멍한듯한 눈빛을 하고 있는 시누이. 분명 옷을 고르고 있는 듯 보이는데 영혼 없이 허공을 헤매는

눈동자. 나 또한 그녀의 입장이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그녀가 겪고 있는 마음에 혼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위로가 그녀의 가슴에 닿을 수 있겠는가!!! 그저 혼자서 감당하고 결정하고 행해야 하는 일들이기에 앞으로 다가올 파란 한일들에

대한 두려움과 또다시 같은 일을 겪어야 한다는 참담함에 자신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싶은 마음을 내었지 이해하지 못하겠나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일이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만들지 않으리라 본인에게 다짐도 했을 덴데 이번이 내생에 마지막선택일 거라

믿었던 반려자가 내 평생이 되지 못하는 일이 한 번도 두 번도 아닌 세 번 다라니.. 아마도  시누이는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 거다

이미 어떤 일인지 알기에 그 일이 더욱 두렵고 힘겨운 게 바로 이혼!!!

사랑할 때는 온마음을 다하기에 사랑이 식어버린 순간을 마주하게 되면. 변해버린 사랑에 배신이라는 덧을 가져다 놓은 건 아닐까

배신의 덧에 핑계라는 허울을 입혀. 상대방을 사랑했던 그만큼 되돌아오는 처참한은 곱을 해도 모자란…


상처입을 시누이 곁에서 난 조용히 그녀의 발길을 응원해주고 있다. 그녀가 그녀 자신을 아프게 하는 일이

이번이 마지막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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