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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동연가

by 연필로쓴다

어릴 때 엄마 손 꼭 붙잡고 시내에 따라 나오면 내가 가장 좋았던 것은 당시 동양백화점 옆에 있던 롯데리아에서 엄마가 밀크셰이크를 사주는 것이었다. 은행동에 나오면 밀크셰이크를 먹을 수 있다는 그런 설렘이 있었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라고 백화점에 가서 옷도 한 벌 얻어 입고 햄버거도 먹고 그런 즐거움의 기억들이 은행동 곳곳에 묻어 있다. 조금 더 커서 중학생이 되었을 때는 또래 친구들과 함께 학교가 끝나고 나면 교복을 입고 시내에 나가서 종종 놀고 들어왔다. 그땐 소니워크맨, 돌핀전자시계가 지금의 아이팟, 애플워치 같은 최신아이템이었다. 최신 아이템을 장착하고 나이키매장에 가서 운동화 구경도 하고 배가 고프면 바로 그 집 떡볶이와 김밥을 사 먹곤 했다. 나이가 또 더 많아져 술을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땐 홍명상가 밑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술도 한잔 하고... 그땐 그랬다.

지금도 그 길을 출퇴근하면서 항상 걷고 있다. 시내라고 불렀던 은행동에 나올 때면 머리에 무스도 바르고 가장 아끼는 옷을 입고 멋을 한껏 멋을 부리고 나가야 되는 설레는 장소였다. 왜 그렇게 은행동 나가는 것이 좋았을까? 지금은 매일 같이 출퇴근할 때 은행동거리를 지나가고 있지만 그런 설렘은 어디에 갔는지 그냥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빠르게 재촉하기만 한다.


나에겐 어린 시절의 많은 추억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 은행동인데 시간이 흘러 많은 것들이 변했고 아쉽게도 그 추억의 장소들도 이젠 많이 없어져 버렸다. 더 맛있는 밀크셰이크들이 많이 있지만 그 시절 먹었던 밀크셰이크가 그리워지는 이유는 아마도 그때의 그 추억의 장소들이 없어져 버렸기에 그런 것 같다.


소소한 마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면 어린 시절 이곳에 나와서 설레어했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그들을 통해 볼 수 있게 된다. 많은 가게들이 이내 생겼다가 사라지곤 하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이곳을 다시 찾았을 때 아름다운 추억들이 곳곳에 남아 있는 가게들이 없어지지 않고 많이 남아 있으면 좋겠다. 그때 먹었던 아저씨돈가스는 아직도 맛있고 그때 먹었던 튀김소보로도 변하지 않고 이곳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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