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한 여름의 뙤약볕 아래서, 뜨거운 열기의 오븐 앞에서 흘린 땀방울들이 알알이 들어와 박혀 소소한 마을의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기 시작한다.
고객주차장 자갈밭 한견 척박한 환경 속에서 탐스럽게 열린 청포도가 대견스럽기만 하다. 고객주차장에 청포도를 심은 지 3년 만에 드디어 청포도가 열렸다. 퇴근길에 주차장을 지나다 청포도가 열린 것을 발견하고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비옥한 땅도 아니고 도심 속의 소음들로 인해 조용하지도 않으며 자동차의 매연들 그리고 건물들로 막혀있어 통풍도 잘 되지 않는데 결코 청포도가 자라기에 좋은 환경이 아님에도 한마디 불평불만 없이 잘 자라서 열매를 맺는 걸 보니 참으로 신기하다. 주차장은 청포도가 자라기에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주차관리 선배님들께서 청포도에 애정을 갖고 사랑을 듬뿍 담아 정성껏 물도 주시고 좋은 말도 해주셔서 잘 자란 것 같다. 요즘 같은 한여름에는 땡볕에서 하루 종일 서있는 거 자체가 곤욕스러운 일인데 어쩌면 청포도가 힘든 하루 일과 속의 선배님들에게는 고단함을 잊게 해 주는 존재였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내는 쓰고 그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주차장의 청포도는 매우 달고 맛있었다고 한다. 아침 일찍부터 신나는 노래를 틀어 놓아서 청포도들의 스트레스를 잘 풀어줘서 당도가 올라갔나? 그런 거 같다.ㅎㅎ
식물이든 사람이든 무엇이든 간에 잘 키워내기 위해서는
환경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사랑과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비하인드 스토리 - 청포도를 쓴 건 2021년 8월 7일이다. 고객주차장에 청포도가 탐스럽게 열렸을 것을 기대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갔지만 이미 많은 고객님들께서 셀프시식을 하셨는지 청포도가 몇 알 남아있지 않아 대략 난감했다. 내가 생각한 건 탐스럽게 열린 청포도였는데... 이게 아닌데... 내 기억에 오류가 있었다. 이육사의 ‘청포도’ 시의 구절을 팔월로 기억했다. 그래서 팔월 달에 가면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린 청포도가 있겠지 하고 찾아갔지만 시구가 ‘내 고장 팔월은’이 아니라 ‘내 고장 칠월은’이었다. 청포도는 칠월에 열린다...
작년 여름에 고객주차장에서 청포도가 삼 년 만에 처음으로 열매를 맺었지만 아쉽게도 올해 주차장 아스팔트 포장을 해서 작년에 열린 청포도가 처음이자 마지막 청포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