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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로쓴다 Aug 15. 2022

나의 소원

소원의 크기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님께서는 나의 소원이라는 글을 통해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 역시나 큰 인물다운 멋있고 담대한 소원이다. 나 또한 김구 선생님의 말씀처럼 한 없이 높은 문화의 힘이 있는 나라의 국민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의 소원은 그렇게 크고 담대한 것은 아니다. 어릴 적엔 김구 선생님처럼 크고 담대한 꿈도 갖었던 같기도 한데 언젠가부터 나의 소원은 어떤 직업적인 것이라든가 개인의 또는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닌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는 것이었다. 그 언젠가는 결혼하고 난 이후부터 인 것 같다. 오로시 나 혼자만의 인생이 아닌 누구의 남편으로 누구의 아빠로 살아야 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혼자 살던 결혼을 하던 어쨌든 누구나 다 안정적이고 편리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김구 선생님의 소원인 높은 문화의 힘을 갖기 위해서 반드시 좋은 집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평범한 서민들에게 그럭저럭 문화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적어도 햇볕이 잘 들어와 온기가 있고 아이들 장난감이 한가득 쌓여있어도 좁아 보이지 않으며 아이들을 재우고 난 뒤에 부부가 조용히 이야기하며 차 한잔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는 그 가족들만의 편안하고 아름다운 보금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인가?


위대한 독립운동가의 큰 소원에 담긴 큰 뜻에는 나 같은 평범한 서민의 행복이 하나하나 모여 큰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힘이 될 것이라 생각했을 터 나의 소원 또한 담겨 있을 것 다.




그렇다면 신은 나의 소원을 허락할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


그래도 남한테 피해 주지 않고 착하게 잘 살았다고 생각하고 신축 아파트 하나 갖겠다는 나의 소원이 못 들어줄 만큼 큰 소원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대출을 받고 사야 하니 분에 넘치는 큰 욕심일 수도 있겠다. 결혼할 때 작은집에서 시작해서 아이 낳고 살면서 조금씩 넓혀서 큰 집으로 이사 가는 것을 꿈꿨기에 가까운 미래에 신혼부부 특공으로 우리 부부의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은 늘 내 생각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청약에 몇 번의 도전이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리고 회사와 멀거나 비선호했던 지역들은 청약이 있어도 관심이 없어서 미달이 나기도 했지만 별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결혼을 한 2016년도 즈음부터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이 매우 불안정하다. 지난 몇 년간의 집값 폭등은 나에게 큰 좌절감을 맛보게 했다. 결혼을 하면서 생애 최초로 집을 구매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집값이 폭등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본의 아니게 참 많은 일들을 경험하게 됐다.


집값의 폭등은 부동산 규제를 강화시켰다. 부동산 규제의 강화는 나 같은 서민들을 위해 집값을 안정시켜 줄 거라 믿었지만 부동산시장은 비정상적인 폭등현상으로 매우 불안정하기만 했다. 청약 법 개정으로 20년 된 구축 소형 아파트에 우리의 첫 보금자리를 마련한 우리 부부를 집을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신혼부부 특공을 써보지도 못하고 날려버리게 했다. 당시 시세가 신축아파트 전세보다 매매가가 훨씬 더 싼 가격이었는데 코딱지만 한 집을 대출 껴서 괜히 사 가지고 꿈꾸던 소원이 한방에 날리는 허무함을 경험하게 되었다. 납득이 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그놈의 법들, 요리조리 나만 잘도 피해 가는 게 일부러 나한테만 그러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난 몇 년간은 정말 집값이 미친 듯이 올랐고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너무 높아서 로또에 당첨되는 것처럼 큰 행운이었다.


농담처럼 말했던 나의 소원=아파트청약당첨이 진짜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소원일 거 같은데 나 역시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한 명이다.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를 언제쯤이면 마련할 수 있을지 마음속에 답답해지는 시간들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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