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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겁상실 Feb 02. 2024

이러면 나가린데

엥겔지수가 올라가는 이유를 찾아서

2024년 2월 1일


지출내역

1. 김밥용 김 : 2,000원

2. 샌드위치용 햄 : 3,900원

3. 종이컵 : 900원

4. 유정란 30구 14,800원

5. 양배추 : 2,500원

6. 쪽파 : 5,000원

7. 화, 목 정기 반찬배달 : 15,000원

8. 쪽파 다듬기 용돈 : 500원

>한 20개 다듬다 떠남,  에미 눈도 맵구나


9. 쿠로미지갑 : 12,000원

>저렴하게 쪽파 사려다가 본의 아니게 만남,

지갑을 득템한 이후 자꾸 돈벌고 싶대서 오늘 같이차 닦을 예정...끙차




투자내역

> 공모주 이닉스 1주 매도 수익 : 32,316원

*평가 손익은 사이버 머니니 확정손익만 적을 예정



엄마, 나 이거 해조!


흔한 남매 책을 보던 둘째가 사각김밥 부분을 보여주며 말했다. 당장은 어려우니 내일 해주마 하고 넘긴 것이 오늘이었다. 김을 네 부분으로 나누어 계란, 햄, 밥, 치즈 같은 것으로 채운 다음 접어서 먹는 것이라 별 기교가 없어도 되는 것이었다.

아니, 엄청 쉽다.



아침을 먹자마자 언제 갈 거냐고 조르는 통에 바로 채비하고 나섰다.

쪽파김치도 먹고 싶다고 해서 사러 갈 겸 지역화폐도 되고 좀 더 저렴한 옆동네 상점으로 갔다. 어제 우리 동네에서 블루베리로 데었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돈도 아끼고 다리힘도 기르기로 결정 내렸다.



쪽파 500g쯤 되는 한 단이 5,000원!  

작년 가격을 아는 나로서는 또 고민이 됐다. 그때 주변에 장 보던 어르신이 '요즘엔 다 비싸서 뭐 살게 없어! '라며 나박김치에 넣을 쪽파를 사러 왔는데 같은 고민으로 들었다 놨다 하는 거였다. 그니께요. 아이가 쪽파김치 먹고 싶어 해서 왔는데 이거 언제 싸지나요?라고 맞장구치면서 물가 앞에 모르는 사람과 대동단결을 했다. 둘째한테 좀 더 제철일 때 사자고 해야하나? 이왕 사는 거 두 단을 다 사가야 하나?라고 고민할 때쯤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미나!
아이가 먹고 싶다는데 한 단만 사서 해줘.



그쵸, 한단 정도 사줄 수 있죠. 대신에 내가 좋아하는 꼬막은 눈으로만 먹어야겠습니다. 다 살 순 없으니까요. 쪽파를 사러 왔으니 싱싱하게 물오를 꼬막은 좀 더 심사숙고하는 것으로...



계산하며 다른 물건 시세도 쓱 봤다. 딸기는 스티로폼으로 파는 것 1kg에 18,000원! 많이 내려갔지만 이건 작년 2월 말쯤부터 1+1에 10,000에도 팔았던 거다. 조금만 더 기다렸다 살거니 패스, 귤도 집에 곶감이 있으니 다음에... 꼬막은 있는 반찬 다 먹고... 데리러 올게




집 주변 마트로 돌아와 김밥용 김과 아질산나트륨이 들어가 있지 않은 햄을 샀다. 유정란도...

하나를 먹어도 좋은 것을 조금 먹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이러고는 있지만 확실히 유기농이 비싸다.


집에 돌아와 부랴부랴 사각김밥을 만들고, 먹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가운데....

남은 재료를 넣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뭐여, 햄이랑 김이 있었어!


사업으로 치면 재고파악이 안 되어있어서 발주를 또 넣은 거다. 아오...

흥망성쇠는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부터가 아닌가. 반찬 배달을 하면서 좀처럼 살림을 두드려보지 않은 내 탓은 없었나? 남편은 뭐... 냉장고 안에 뭐가 들었는지 관심도 없으니 논외.. 기대하면 결말은 부부싸움이다.


그동안의 혈투로 서로 잘하는 거에 매진하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라는 걸 깨달았다. 남편 귀 좀 따갑것는디? 누가 뭐래도 그대가 최고!




요즘 식비가 왜 늘어나는 것 같지?

답은 정해졌다.

일단 있는 음식을 먼저 먹고 그다음을 도모한다로 가족구성원에게 천명했다. 신메뉴는 냉장고가 텅텅 비었을 때 실현하는 것으로다.

선입선출!






수많은 부자책을 읽으며 그들은 단출한 살림을 유지한다는 것을 알았다. 일명 미니멀 라이프

자고 나서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물 한잔을 마시는 것부터 시작!



일 년 전쯤인가 곤도 마리에의 정신을 받들어 설레지 않는 것은 버려라! 를 실천했다. 떠나보낼 때는 그녀처럼 감사인사도 했다.


정리정돈을 하며 많은 짐들을 덜어내고 제 자리를 찾아주었다. 특히 잡동사니 가득 있던 현관을 돋보이게 했다. 그곳에 있던 분리수거통들과 킥보드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딱 한 켤레씩만 내놓았다. 현관은 운이 들어오는 자리 아닌가. 그도 그럴 것이 들어오자마자 깔끔하게 비어있는 현관을 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운도 같은 마음이겠지.



마음에 드는 것만 남겨놨으니 구석구석 애정이 갔다. 빈자리를 보는 기쁨도 있지만 물건이 별로 없으니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정말 쉬웠다. 일단 언젠가 쓸 것 같아서 모아두는 것들은 대부분 그 시기가 오지 않았고, 당장 필요도 없어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특히 비워내는 것에 즉효는 옷장 쪽이었다. 그동안 왜 그리 못 버리고 있었나 싶다. 어차피 손에 가는 옷들은 일 년에 10벌도 채 안된다.



빈자리를 채우려고 다시 쇼핑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지만 난 소비에 더 신중해졌다. 어느 정도 마음에 들어 산 것들도  안 쓰고 버려진 게 천지였으니 100퍼센트, 아니 며칠이 지나도 아른거릴 정도인 것만 사려고 한다. 이러면 정말 후회가 많이 줄어든다. 버릴 때의 고통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으니까. 거의 옷을 안 사게 된다.



자꾸 찢어진 것이나 남편옷을 입고 다니면 도저히 못참겠는지 날을 잡아서 남편이 유니클로로 데려갔다. 그럼 모으는 기쁨 어쩌구는 잠시 넣어두고 기본템을 한두 개 골라보기도 했다. 그때 택했던 간절기 셔츠 2장을 지금도 잘 입고 있다. 남편은 사계절 내내 입을 줄은 몰랐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했지만 화이트 셔츠는 정말 전천후 만능이다! 

글 쓰는 지금도 입고 있다.



 버린 것 중 아쉬웠던 것도 있다. 어디 잘 두었던 것들이 아니라 마음에 들어서 매번 입느라 해지고 찢어져서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했던 것들이었다. 새로 사려해도 비슷한 것을 찾지 못할 때면 그지꼴이라도 쪼금 더 입고 걸칠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지독한 녀자.



부자인 척하려고 했던 소비들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사고 나서 바로 감가상각되는 것들 보다는 두고두고 가치가 올라가서 나를 기쁘게 하는 그런 것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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