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리오 사장님은 누구?
2024년 1월 31일
지출내역
1. 쿠로미 크로스백 6,740원
2. 순두부찌개 10,500원 *2=21,000원
2. 생수 1,100원
4. 블루베리 세 팩에 10,000원
투자내역
0원
옐런 재무부장관이 1분기에는 미국 국채 발행량을 줄인다고 하니 채권금리가 낮아지고 있다. 휴우
엄마 일하는데 따라갈래!
아이들에게 방학 중에 학교 도서관에서 근무해야 하는 날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는 외가댁에 잔류, 둘째만 따라가겠다고 했다. 2년 전에도 관리자의 허락 하에 방학 때 데려갔던 적이 있어 데려갈 수 있는지는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다. 잘 있을 건지만.. 아니 퉁퉁거리는 걸 잘 지켜볼 수 있는 지만 결정하면 됐다. 엄마랑 책을 본다는 생각에 마음이 부푼 둘째를 데리고 일터로 향했다.
처음에는 천국이라며 자세를 잡고 책을 읽는 듯하더니 저학년 특유의 짧은 집중력이 드러나면서 심심하다를 온몸으로 표현했다. 내 일에 집중하고 모른 체 하니 이제는 배가 고프다고 한다. 아오....
이제는 일어나야 할 때..
만들기를 좋아하니 적당히 시간이 잘 갈만한 것들을 던져주었다. 그러면서 이따가 점심에 뭐 먹고 싶은지 생각해 놓으라고 했다. 순두부가 먹고 싶다고 하기에 검색해서 맛집 사진을 보여주니 아니란다. 순두부랑 계란만 있어야지 그 외 해물, 야채는 다 쓸데가 없다고 한다. 구래? 그렇다면 집에서 엄마가 직접 해주겠다고 하니 단칼에 아니란다. 오늘은 데이뜨 하는 날이로구나.
나름 또 오고 싶다고 하며 시간이 순탄하게 지났다. 직장이 동탄이어서 동탄호수공원 주변 라크몽이라는 고급진 푸드코트에 갔다. 예전 같으면 1개를 시켜서 나눠먹었지만 요즘 들어 1인분은 먹는다는 자부심을 내비치길래 2인분을 주문했다. 그래, 손수 골랐으니 잘 먹것지 하면서 지켜봤더니 지인짜 돌솥비빔밥에 있는 누룽지까지 다 먹었다.
많이 컸구먼. 직접 하면 4,000원 정도로 끝낼 수 있었지만 기회비용은 넣어두었다. 오늘은 채권금리가 떨어지기도 하고 오랜만에 단둘이 데이뜨라 기분도 좋았다.
그 라크몽이라고 하는 곳은 소비를 하기에 딱이었다. 탁자들이 캠핑 분위기도 나게 세팅되어 있고, 가짜지만 나무도 있고, 잉어가 노는 물줄기도 있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는 않아서 오래간만에 돈 쓰고도 기분이 좋았다. 이제 호수공원 가서 한 바퀴 돌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웬일
쿠로미를 좋아하는 아이의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 있었다. 바로 인형가게...
제대로 참새방앗간이다.
'우와', '이것도 좋아', '다 사고 싶어'를 외치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생일도 가까워오니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이 무언지 골라보라고 했다. 시나모롤이 그려져 있는 크로스백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해서 가격표를 보니 5만 9천 원! 속마음은 이랬다.
와우!, 보는 눈이 있네, 젤 비싸노
일단 마음이 바뀌지는 않을지 하루 정도는 고민해 보자고 데리고 나왔다. 진정 산리오 캐릭터는 다 사야 끝나는 건가?
뚝심 있는 둘째는 마음이 잘 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떤 소비든 꼭 마음에 드는 것만 사줘야 하니 시간을 두고 좀 보려 했다. 아이는 가게에서 나가면서 내내 방방 뜨면서 기뻐했다. 쿠로미 지갑, 크로스백, 거울, 빗, 수첩, 로켓시계 등등 몸에 걸치고 쓰는 건 다 캐릭터 상품이 진열되어 있었으니... 집에 지갑은 있었지만 쿠로미가 아니었고, 가방도 있었지만 또 탐이 나는가 보다. 제일 마음에 드는 크로스백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보니 같은 상품을 반값에 팔고 있었다.
문제는 사이즈였다. 꽤 작은 것 같이 보였는데...?
방과 후에 들고 다니려면 최소 핸드폰, 200mL 생수, 지갑 정도는 들어가야 했다. 어느 정도가 들어갈지 상세페이지를 봐도 잘 가늠이 안 됐다. 일단 직접 넣어보고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생수는 없으니 주변에서 하나 사서 다시 가게로 향했다. 콧노래를 부르는데 나도 같이 설렜다. 가서 보니 생각보다 너무 작아서 생수를 넣어 보기도 전에 포기했다. 그걸 눈치챘는지 친절한 가게 점원이 창고에 가서 이것저것을 가져와 더 보여주었다. 와 장사하려면 이렇게 눈치가 빨라야 하는구나...
그중 크기도 합격, 모양도 합격, 캐릭터도 합격 모두 합격한 것이 있었다. 마음에 꼭 든다고 하기에 바로 결제할까 하다가 빛의 속도로 인터넷 가격 비교를 해보았다. 아이에게 소곤소곤 이틀만 기다릴 수 있다면 좀 더 싸게 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친절한 언니에게는 미안했지만 내려놓고 나오며 바로 주문을 넣었다. 가게에서 바로 사는 건 2만 5000원! 그에 비해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재방문해줘서 고맙다며 나에게 할인가로 6,740원에 팔았다. 같은 물건인 것처럼 보였으나 가품일 수도 있다. 배송받을 때까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매일 카톡 채널로 오는 마트 전단지가 있다. 오늘 거기에 블루베리가 세 팩에 6,900원이라고 해서 이제는 먹을 때가 됐다는 생각을 했다. 딸기는 조금 더 저렴해지는 2월 말쯤, 귤은 5kg 한 박스에 2만 원대 정도면 괜찮다는 가격 마지노선이 있다. 그때까지는 안 사려고 한다. 물론 비쌀 때 쌀 때 구분 안 하고 사도 당장은 큰일이 안 나겠지만 이상하게 꼭 사야겠다는 필요를 못 느끼겠다.
다른 대체재가 있으니까...
과일이 떨어지면 냉동실에 곶감을 먹거나 생고구마를 깎아 먹어도 되고, 친정에서 주신 들깨 강정도 있다. 집에 다른 먹을거리가 있는데 새로운 것을 찾아 그것도 비싼 값에 사고 싶지는 않다. 아이들에게 절제를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가격만 따지면 카톡 채널의 그 마트로 가야 했으나 아이가 집 앞의 작은 가게를 더 좋아하기에 그리로 틀었더니 세 팩에 만원.... 이란다. 집에서 가까운 대신 3100원이 더 비싸다. 맛있다고 하니 지켜볼 일!
각종 매체나 광고에서 소비하라고, 충분히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외쳐대는 세상에서 뿌리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오늘도 쿠로미를 보며 행복해하는 아이에게 다 사주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느라 고민이 많이 됐다.
그 친절한 가게에서 지갑 정도는 사주고 크로스백을 인터넷으로 사줄까도 싶었지만...
아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딱 하나만 골랐을 테지.. 엄마 마음을 아니까. 가방은 생일선물로 엄마가 사줘도 지갑은 마음에 들면 네 용돈으로 사도 괜찮다고 했는데 싫다고 한다.
살정도까지는 아닌 건가? 아님 참는 건가?
지금은 그 가방이 오전에 오는지, 오후에 오는지,
왜 그 가방을 골랐는지 재잘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