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글
이 글은 돈 버는 방법을 일러 주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한 사람이 지닌 돈에 대한 태도가 어떤지 엿보는 거에 더 가깝다.
왜 그런 날 있잖아요.
>마트에 가보면 다른 사람들은 어떤 것을 사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남의 계산대를 흘깃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다른 집들은 얼마나 어떤 거에 투자하는지 차암 궁금하기도 하고
결혼생활 10년 동안 짠내에서 서서히 부내로 옮겨가고 있다. 아직 100억대 부자는 아니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쥐어짜지 않아도 괜찮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아꼈어야 됐을까?'라는 생각과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은 있었을까'가 늘 치고박고 싸우지만 정답은 없다.
전 이런 사람입니다.
그동안의 짠내 리스트 TOP5
1. 엄마와의 교감도 중요하고 분유값을 아끼려고 두 아이 모두 모유수유 하기
> 돈은 확실히 아꼈고, 아이와는 아주 일심동체가 되어서 어느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었다.
> 아이의 밥통은 곧 나요, 2시간 이상의 외출은 내 몸에서 불허한다. 애 밥 안 주고 어디 돌아댕기니?
> 생활에 쉼표가 없어져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점은 돌이켜보면 아숩다.
>모유수유는 한번에 최소 30분은 걸리기에 복직 즈음 단유했다. 꼬물꼬물 행복하게 먹던 모습을 보는 것만은 최고의 경험.
2. 조리원비용이 도대체 얼마냐, 일단 친정에 비비기
>이 역시 돈은 확실히 아꼈고, 친정 부모님과 아이를 키울 수 있어서 추억이 많이 생겼다.
> 돌봄 인력을 엔빵 했기에 확실히 육아 난이도는 수월했다. 그 덕에 둘째도 낳게 되었으니 애국자
> 완모를 고집하는 나와 혼합도 괜찮다는 부모님과 한판승부, 그게 싸울 일도 아닌데 너무 어릴 때 애를 낳았구나... 정신연령이...
> 남편은 아이들 신생아적 모습을 많이 못 봤어서 아쉬우려나..? 에이... 표정관리가 잘 안 될 것 같은데...
3. 환경도 생각하고, 아이 피부도 생각하고, 돈도 아끼려고 천기저귀 쓰기
> 외출할 때는 가끔 일회용도 썼으나 하나당 300원꼴이니 이 돈이면..... 하는 마음에 천기저귀를 빨고 물론 세탁기가, 널고, 개고 했다. 가끔 볕이 좋을 때는 바싹 말라있는 기저귀를 보며 살림의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 첫째 때에는 그럭저럭 할만했으나 터울이 24개월이 안 되는 둘째까지 합세할 때는 늘 거실이 인도 빨래터
> 결혼할 때 어머니가 주신 광목천을 잘라 손수 꿰매어서 만든 기저귀를 잘 썼다.
4. 라면 먹을 때 스프 남겼다가 라면사리로 재탄생시키기
> 하나 먹을 때는 다 넣지만 두 개 이상일 때는 스프가 한 두 개씩 남는다. 요것을 버리지 말고 남겼다가 라면사리만 사서 넣으면 된다.
> 라면사리와 완제품 라면 간에는 100~200원 정도 차이가 난다.
> 넘나 소중한 돈
5. 종량제 봉투 빈틈없이 채우기
> 종량제 봉투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우리동네는 20L 당 660원이다. 일주일에 1번꼴로 나오니... 한 달에 2400원, 일 년에는 3만 원 꼴이다.
> 종량제 봉투의 밑 꽁지 부분은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 부분을 공략해서 밟아줄 때 열과 성을 다하면 30% 정도는 더 채울 수 있다.
>2주에 한번 꼴로 줄일 수 있다.
요즘 하는 부내 리스트 TOP5
1. 요리에는 소질이 없구나. 반찬 시켜 먹기
> 손이 느린 데다가 주부도 하며 일도하는 나로서는 메뉴선정, 재료준비, 요리, 설거지(식세기가 하기는 하지만 큰 것은 내 손이 필요함), 행주 훔치고, 그릇정리까지 하면 난 주방에서 살아야 한다.
>남편과 아이들은 사먹는 음식을 열광하나 눈빛으로 제압하기를 어언 십년.. 그 기세도 이젠 막을 내렸다.
> 다행인지 불행인지 식탐이 별로 없는 가족원들이라 한 끼를 배달시키면 두세 끼가 해결된다. 친정엄마는 불만이나 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 하루 만오천 원으로 메뉴 해결하고, 난 가벼운 마음으로 직장으로 고고
> 영양을 강조해서 늘 망하는 내 요리보다는 절제된 레시피로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는 반찬배달이 우리 가족에게는 안성맞춤
2. 채소도 좋지만 과일도 가끔은 먹어볼까.
> 요즘도 샤인머스캣이나 딸기 같은 특용작물(?)은 잘 먹지 못한다.
>그래도 한 박스에 2만 원 정도 하는 귤이나 못난이 사과정도는 먹는다. 가끔 특가로 나온 블루베리도 먹는다.
> 가격표 안 보고 사는 날이 곧 내가 부자 된 날이다.
3. 외식도 가끔은 괜찮아.
> 예전에는 가족 구성원이 먹고 싶다고 하면 최대한 비슷하게라도 만들어 주려고 했다.
>머핀, 식빵, 짬뽕, 짜장,호떡, 피자는 맛있게 먹더만
직접 밀어 만든 칼국수는 왜 토까지 하고 그러니..
> 지금도 집밥이 최고라는 모토를 갖고 있지만 가끔(누군가의 생일, 체력이 방전된 날 등)은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
4. 여행은 돈 먹는 하마인 줄 알았더니 덜 드는 여행도 있구나
> 굳이 여행을 안 갔다면 이제는 돈은 좀 들지만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는 다녀온다.
> 자전거 여행, 기차여행을 가서 에어비앤비로 그 지역을 느끼고 오면 부동산 임장 간 것처럼 새롭다.
5. 겨울철 보일러 온도 22
> 집에서 호호 불고 있을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22도로 고정해 놓고 있다
> 몸이 따뜻해야 면역력에도 좋고 마음도 따땃해지니께. 이건 나를 위한 투자!
>그래도 예전 살던 가락이 나와서 보일러 돌릴 때 나는 소리를 들으면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가끔 온도를 내려놓기도 한다.
대학생 때는 방학이 되면 핸드폰을 정지시켜 놨다가 학기가 시작되면 되살려 놓았었다.
삼십 분 정도 되는 거리 정도는 걸어 다니고, 2,500원짜리 부속구이집만 찾아다니며 술도 안 시키고 딱 2인분만 먹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까지 해야 했을까 싶기도 하다. 가게 사장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하다.
남편도 결혼 전에 나의 그 짠내를 짐작은 했다고는 하는데 이렇게 까지 지독할 지는 몰랐다고 한다. 좀 써도 괜찮다고 안쓰러운 마음에 말은 하지만 그럴때마다 같은 이야기를 했다. 지금은 남편이 인정했다. 포기한건가?
난 돈을 모으는게 더 행복해.
소비할 때의 기쁨보다 그걸 아껴서 미래를 그리는게 좋아.
그렇다고 그 돈 모아서 지금 한강변 아파트에 사는 것도 아니고 돈을 떼부자로 버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예전의 나로 인해 얻어진 경험과 절제력으로 지금의 내가 호강을 누리니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 지출이 생긴 날과 투자하는 날 그 내역과 드는 생각들을 글로 남겨보려 한다.
10년 전 내가 이렇게 투자자로 살지는 꿈도 못 꾸었던 일인 만큼 10년 뒤 이 글들로 인해 어떤 미래가 펼쳐 질지는 모른다. 새로운 시도는 늘 성공과 실패를 떠나 색다른 경험이 되고 깨달음을 준다. 다른 길에 대한 힌트를 주기도 하니까 말이다.
내가 다른 사람의 글로 새로 태어났듯이 나도 다른 누군가의 계기가 되고 싶다.
그 티핑 포인트가 된다면 참 행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