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Jan 08. 2024

"새해부터 한 달간 목욕을 끊었다."

목욕탕 물속에서 노는 이야기




새해부터 한 달간 목욕을 끊었다. 참으로 잘한 것 같다. 원래 물을 좋아하는 데다 물속에 있는 동안 긴장을 풀어준다. 자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는데 이젠 온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시간이 행복하다. 시끄러운 입주민의 대화도 이젠 적응이 되었다. 가끔 천장을 뚫고 소리가 튀어 나갈 것 같다. 물속에서 하는 루틴도 생겼다. 온탕의 39도에서 41도 사이와 거의 20.2도의 냉탕을 번갈아 간다. 온탕이 조금만 올라도 내 몸은 예민하다. 나는 38-39도 사이가 적당한 거 같다. 나이 드신 어머님들이 40도 밑으로 내려가면 관리를 안 한다고 한소리 한다고 큰소리치신다. 나는 40도가 올라가면 뜨거워서 가슴이 답답하다.


냉탕에 사람들이 없으면 두 팔을 뻗고 얼굴을 물속에 담근 채 두어 번 앞으로 밀어 본다. 그리고 헤엄을 친다. 좁지만 뜨거운 물에서 냉탕으로 옮기면 엄청 시원하다. 처음 몸을 담글 때는 차갑지만 20도는 몸을 담그고 있으면 금방 차가움을 느낄 수가 없다. 간혹 어머님들이 쳐다본다. 두 다리를 움켜잡고 웅크린 자세로 통통 물속의 탄력으로 튀어본다. 물속에 귀가 잠기면 멀리서 들려오는 배관속의 물이 흐르는 소리도 느껴지는 듯. 파아~쎄릉~하면서 조용히 소리를 들어본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는 순간 세상소리가 닫힌다. 물속 의자에 앉아 다리를 물속에서 아래위로 움직여 본다. 빠르게 느리게를 반복한다. 50번 빠르게 하면 운동이 된다.


온탕에선 제일 가장자리가 내 자리다. 나는 물속 대리석이 입혀진 앉는 자리에 손을 대고 팔을 뻗고, 엎드려 다리도 뻗어본다. 가장자리만이 발끝이 닿는다. 때론 탕이 좁은 것이 안정감이 들고 내 자리에 들어앉은 것 같다. 그리고 얼굴을 물에 담근다. 코로 물방울을 불면서 그 소리를 들으며 즐긴다. 숨을 참는 대신 코로 숨 쉬는 물방울이 뽀록거리는 소리를 낼 때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여러 번 반복하면서 즐긴다. 사람이 많이 없으면 무릎과 다리 운동을 위해 얕은 물이지만 걸어 본다. 움직일 때마다 물결이 허벅지 옆으로 몰리면서 걷는 느낌이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느때나 다름이 없는 2023년 마지막날이 저물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