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Feb 05. 2024

"명지자전거도로 가덕도신항, 연대봉임도길을 다녀와서"

뷔페처럼 맛있는 라이딩이라면 어디든지 떠나리라(2/4)




을숙도 현대 미술관에서 모여 명지자전거도로를 거쳐 가덕도 신항 해안선을 따라 라이딩을 하고 왔다. 아직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로 이번 라이딩 후기를 써보려 한다. 이번 라이딩은 한마디로 말하면 뷔페식이다.

(좌:일요일 아침 을숙도 가는 길/우:차창 밖으로 보이는 을숙도 명지방면)
(을숙도 현대 미술관 가기 직전의 도로 너무 특이해서 한번 찍어 봤다)

평지에선 실컷 속도를 내고 명지 자전거도로를 따라 외국 같은 느낌의 자전거길을 달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내 느낌이다.) 가덕도로 건너가서 굴곡 있는 업 다운을 거쳐(나는 다운힐이 참 무섭다.) 결국은 임도에 미친? 회원들과 산길을 따라 돌고 다시 가덕도 인구밀집된 주택을 가로질러 원래대로 복귀한 것. 아 이미 다 말해 버려서 쓸게 없구나. 이 맛있는 식사 가운데 제일은 임도길이다. 가장 힘들면서도 제일 보람된 길. 모퉁이를 돌아 저길 어떻게 올라가지 하는 순간 나는 이미 임도를 정복하고 있었다. 포기란 없다. 포기하지 않으면 올라설 수 있다 정상에. 위로 쳐다보며 아찔해하면서 나도 모르게 고함이 나온다. 아 저게 뭐야? 또? 아아아아아~(이상한 목소리의 탄성이 절로 난다.)

(좌:명지 자전거길 너머의 방파제모습/우:어딘지 모르는 명지와 가덕도 중간쯤의 고즈넉한 항만)

그때 바로 뒤에서 들리는 소리. 위를 쳐다보지 마. 앞만 봐 앞만. 너무 멀리 쳐다보지 말라고. 대표리더의 목소리다. 그러면 시선을 바로 떨구고 몸을 최대한 낮추고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호흡을 가다듬고 나는 끝내 고비고비를 넘어서고야 만다. 내 뒤에 초보 1 동생이 한 명 있으니 이젠 나는 누구의 관심도 없이 그냥 묵묵히 내 길을 달리는 것이다. 나는 초보 2다.

(명지 자전거길을  신나게 달리고 있다. 너무 아름다워 살고 싶어진 부산 강서구)

자 이번에도 내리막길 강습은 시작되었다. 다리를 쭉 펴세요. 어깨를 뒤로 젖히면 저절로 양팔은 펴집니다. 엉덩이를 최대한 뒤로. 자세가 나오네. 바로 옆에서 자세를 봐주고 뒤에서도 달리는 속도를 봐주면서 말씀해 주신다. 몸이 한번 기억하면 그때부터는 이 자세가 나오게 됩니다. 그런 자세로 다운 힐을 달리면 다른 사람이 봐도 안정적인 자세로 보입니다. 아 멋지다, 그대로 계속 쭈욱 달려보세요. 칭찬을 받으니 또 입이 귀에 걸렸다. 소나무와 바다향이 어우러진 가덕도 바닷길을 내달리는 것은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기분을 선사한다.

(좌:가덕도 신항의 맑고 깨끗한 바다/우 갈맷길 낚시하는 강태공들)

가덕도에 진입하여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번갈아 달려 나가니 갈맷길 포토 존과 강태공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잠시 멈춰서 수평선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는 평온하였으나 내 마음은 두근거림과 설렘으로 물결치고 있었다. (처음 가는 길이니 어디서 어떤 인생이 불현듯 내 앞에 나타날지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바다는 고요를 드러내고 한없이 맑고 깨끗하였다. 임도를 오르기 전 시간이 애매하여 우선 굴국밥을 먼저 먹고 나머지 일정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나는 굴국밥보다 가라앉지 않은 맑은 막걸리가 더 맛있었다. 기분에 취해서 두 잔을 마셨다. 기분이 더 좋아졌다. 이제 부른 배를 끌어안고 어떻게 산길을 갈 것인지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은 그냥 즐기자. 아무 생각하기 싫다.

(좌:흩어진 자전거들/우:갈맷길 포토존)

연대봉 직전까지 자갈길을 달려 올라갔다. 제일 재미있었고 신나는 길이었다. 길지는 않았지만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올랐다는 것이 더 뿌듯함을 안겨줬다. 산불금지진행요원들 서너 명이 지키고 있었다. 어디에서 온 팀인지 물어보셨다. 다들 너무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이 멤버들 중에 부부도 있는지 물어보셨다. 있다고 하니 멋지다면서 나보고 집에 가면 사랑받겠다고 하셨다. 속으로 웃음이 났다. 어떤 의미일지 잠시 생각해 본다. 라이딩을 하고 나면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이리라.

(좌:연대봉 자전거길 끝. 더 올라갈 수 있지만 위험해서 안감/우:저 윗쪽 올라가는 길이 연대봉이다. 자유롭게 휴식중. 나는 산불금지요원들과 웃으면 대화중이닷ㅎㅎ)

다시 잠시 오르막을 지나니 어묵트럭이 있었고 등나무밑에 등산객들이 오밀조밀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 가운데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백재덕의 흉상이 있었다. 가덕도 천성마을 출신인 6.25 전쟁 당시 최일선에 활약한 호국영웅이셨다. 우리는 또 남는 게 사진밖에 없다며 그 주위에 둘려 모여 단체사진을 찍고 하산했다. 오르막이 심했으면 반드시 그만큼 내리막도 있는 법. 다들 내리막에 너무 빨리 내려가 버리니 나는 어리버리하면서 천천히 내려갔다. 그리고 구불한 모퉁이를 돌다가 그만 넘어졌다. 운동신경이 있어서 오른쪽 엄지 위에 멍만 들었을 뿐 다친 곳은 없었다.

(좌:담소나누는 등산객들/우:호국영웅 백재덕 흉상)
(강서구가 생각보다 보물이었다. 갈곳도 많고 가덕도 갈맷길은 참 아름다웠다. 고등어 구이, 굴국밥이 일품이었다.)

마지막 내리막에서는 도저히 급경사에 달릴 수가 없었다. 짧은 거리였지만 끌바를 하고 내려갔다. 다시 다 모이니 회원들이 마지막 급경사에 다시 오르는 오기가 발동하였다. 컨디션이 좋은 5명 정도가 성공하였다. 우리는 고함을 지르면서 축하해 주었다. 이상하다. 일주일 한 번인데 매주 보는 사람들이 생기니 자꾸 친해진다. 작년 10월부터 본격 출전하기 시작했는데 이젠 어떤 스타일인지 나도 파악하고 다른 분들도 나의 내성적인 면과 나서지 않는 조용함에 적응해 주신 듯하다.

(좌:용을 쓰면서 저 밑에서 올라오는 나^^ 제일 맛난 길이었다/우:잘 타는 라이너들의 여유있는 포스)

마지막으로 마을 안을 가로질러 바닷길을 내려와 큰 주유소가 있는 편의점에서 커피와 베지밀을 나눴다. 이제 오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명지신항을 거쳐 을숙도 현대 미술관이다. 이번 라이딩은 모든 코스를 곁들인 맛집(임도, 평지 아우토반도로, 낙동강수변길, 가덕도신항, 바다를 아우르는 해변 소나무길) 임에 틀림이 없다.

(좌:제일 좋아하는 분의 오르막 라이딩 포스 장난 아님/우:한 고개 넘어 휴식처 모습. 왼쪽에 모두 오글거리며 모여있다.ㅎㅎ)

60킬로가 넘는 거리를 오르락내리락 반복했더니 기분 좋은 근육통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라이딩은 나에게 더할 수 없는 기쁨을 준다. 나를 세상밖으로 끌어내어 주고 소통하게 하며 여러 사람들의 사는 모습도 엿듣게 한다. 일요일 모임 이외는 일절 연락을 하지 않는 것 또한 스트레스를 덜 준다. 그냥 만나서 자전거만 타면 끝이다. 그렇지만 힘든 코스를 다니며 서로 의지하며 끌어주는 사이 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을 믿지 않지만 참으로 웃는 모습만 봐도 선한 사람인 것이 보일 때가 있다. 나는 어떻게 비칠까도 생각해 본다. 아프지 않고 이렇게 기쁘게 루키(내 자전거 애칭)와 달리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것 말고 더 바랄 것이 없는 정말 행복하고 기쁜 가덕도 신항 라이딩이었다.

(좌:멍든 손, 아침보다 오후에 더 진해지고 있다. 일하면서 찍은 사진/우:건배!!! 막걸리는 사랑이네요^^)




(덧붙이는 글)

양해를 구하지 않고 이모티콘 처리하여 회원들의 모습을 담아 보았어요. 조금이라도 더 실감 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요.^^ 정말 라이딩은 제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 줍니다. 달리는 그 순간만큼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습니다. 이제 2월이 되었습니다. 이번 한 달도 기쁨으로 미소가 번지고 좋은 일들이 우수수 밀려드는 한 달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모든 작가님들.





매거진의 이전글 "승학산, 시약산, 구덕산 코스라이딩을 다녀오다.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