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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 Oct 20. 2024

2. 역시 난 댄스가 좋아

  완전 내 스타일이야!

단 한 번도 운동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다.


체육시간에 맛본 배구는 공이 손에 닿기만 해도 아팠고

테니스는 공이 넷트를 넘겼었다.

달리기는 꼴찌, 체육과는 거리가 먼 아이였다.

무슨 운동을 해야 할까?

과격한 운동은 다칠 수도 있고 무서웠다.

딱히 주위에 운동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남편이 골프를 권했지만 골프에 무지한 나는

그 작은 공을 채로 치는 것이 무슨 운동이고 무슨 재미가 있을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우리 형편에 무슨 가당치도 않은 소리를...' 하며 무시해 버렸다.

그러던 차에 승진으로 이동하게 된 사무실에서 직원이 골프를 권했다.

한참 골프를 하는 직원들이 늘어나는 추세였다.

회사에서도 고객 접대를 위해 골프회원권을 구매했기에

직책상 배우긴 해야 할 것 같아 망설이는데

골프를 권하던 직원이 사무실 근처 평생교육원에 발 빠르게 등록을 해 주었다.


하지만,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대세를 따라 시작한 골프는 역시나 지루했다.


흥미가 없어서일까?

골프는 반복해도 깨달음이 없고, 나아지지 않으니 재미없고

'나 바보 같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는 너무 어렵다' 하소연을 나누던 동갑내기 친구가  

평생교육원에서 벨리댄스를 배우는데 재미있다고 했다.

     뭔지 몰랐지만  ‘댄스’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기고 바로 따라가 보았다.     


이거다

'역시 나는 댄스가 좋아'


중학교 다닐 때였다.

수학여행 가는 차 안에서부터 무아지경 춤을 추며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갑자기 내 안에 잠재해 있던 본능이 터져 나온 것이었을까?

그렇게 얌전하다는 아이가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다니


20대 중반

에어로빅을 경험했다.

직장 체육대회에 내가 참여할 것이 없어 누가 시키지도 않은 것을 기획한 것이다.

각 지점에 뜻있는 여직원들을 모아 한 달간 연습해서 체육대회날  피날레로  공연을 했다.

엄청난 인기로 격려금까지 받고

이후 몇 번의 체육대회 때마다 한 개의 안무를 배워 인기리에 공연을 했다.


30대 후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재즈댄스를 다녔었다.

한 시간 수업에 스트레칭이 40분이었다.

하루는 다리를 찢는 스트레칭을 하는데 강사가 도와준다고

위에서 누르는 바람에 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한동안 걷기도 힘들었다.

결국 두어 달만에 그만두었다.

운동이란 건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에 묻혀 또다시 잊혀 갔었다.  


40대 중반

골프 배우며 만난 친구 따라 간 벨리댄스 수업은

첫날부터 너무 즐거웠다. 

와~ 이런 춤이 있었다니..


"이건 완전 내 스타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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