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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턴작가 Jun 27. 2022

<탑건:매버릭> 부제목이 '매버릭'일 수밖에 없는 이유

<탑건: 매버릭 / Top Gun: Maverick> (2022) 리뷰

※영화 <탑건:매버릭>의 내용을 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제복이 참 잘 어울린다 이 사람

우리의 친절한 톰 아저씨를 단숨에 월드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 <탑건>의 속편이 36년 만에 개봉했다. 그런데 부제목에 유독 눈이 간다. '매버릭'. 왜 '매버릭의 귀환', '리턴 투 탑건' 등의 제목이 아니라 달랑 '매버릭'일까?


매버릭은 극 중 톰 크루즈가 연기한 피트 미첼 대령의 콜사인이다. 그저 한낱 별명일 뿐인 콜사인인데, 톰 크루즈라 그런지 그 별명에서마저 멋이 난다. 하지만 단지 멋있기 때문에 부제목을 저렇게 단 것이 분명하다, 라고 해버리기엔 그 '멋'에 너무 많은 의미가 함축돼있다.

이 영화 정말 재밌다.

오래전에 부모님 손 잡고 스필버그 감독, 톰 크루즈 주연의 '우주전쟁'을 극장에서 본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내가 처음 본 톰 크루즈 영화였다. 톰 크루즈가 연기한 주인공 '레이'는 외계 삼발이들의 공격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뛴다. 그저 관용적인 표현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매우 열심히 뛴다. 톰이 뛸 때마다 그의 아드레날린이, 영화의 에너지가 내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그로부터 2022년 현재, 우주전쟁을 보고 즐거워하던 아이는 어느덧 국가의 부름에 응하게 됐고, 톰은 61세가 됐다. 그리고 그는 뛴다. 여전히.


톰은 스턴트 대역을 쓰지 않고 웬만하면 거의 모든 스턴트를 본인이 직접 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61이라는 나이를 고려했을 때 제발 그가 자연사하길 바랄 뿐이다.) 이번 <탑건:매버릭>에서도 F-18을 제외한 나머지 전투기들을 직접 몰았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다. 혹자는 CG처리를 하거나 대역 배우를 쓸 수 있음에도 굳이 배우가 액션을 직접 소화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며 구시대의 아날로그적 산물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 톰은 본인의 영화를 통해 매번 증명해왔고, 이번에도 증명했으니까. 그래서 난 <탑건:매버릭>이 톰 크루즈의 전기 영화와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버릭의 숨이 가빠올 때 나도 숨이 가빠졌다.

"곧 파일럿들은 쓸모가 없어질 거야."

 극 중 에드 해리스가 연기하는 해군 소장이 자동화 전투기들이 도입될 거라며 매버릭에게 말한다. 이때 시계의 초침이 넘어가는 째깍째깍 소리가 들리는데, 이는 해군 소장의 말처럼 머지않아 자동화 기계로 대체될 파일럿들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전투기보다 파일럿의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매버릭이 거슬리는 초침 소리를 뚫고 말한다.

"오늘은 아닙니다."


이 대사는 마치 톰이 우리에게 자신은 아직 건재하다고,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언제나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또한 극 중 자신의 생도들에게 실현 불가능할 것만 같던 작전의 실현 가능성을 몸소 보여주는 시퀀스에서 나는 '그 나이 먹고 그런 액션과 열정이 가능하냐'라고 묻는 이들에게 보기 좋게 되받아 치는 톰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톰은, 톰 크루즈는, 다크스타처럼 멈추지 않을 것이며 계속해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할 것이고,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줄 것이다.

참 멋있게 늙었다

<탑건:매버릭>은 톰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관객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탑건:매버릭>은 극 중 매버릭의 나이대의 세대부터 시작해 노년층, 젊은 층들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작품이다. 36년 전 <탑건>을 보고 톰 크루즈라는 배우에 빠졌던 이들은 이제 중장년층이 되었거나, 혹은 그 이상으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분들도 계실 터. 이들은 인생을 살며 꿈이든, 돈이든, 인간관계든, 매버릭처럼 다양한 시련과 고난을 마주했을 것이다. 1G부터 10G까지 그들이 느꼈을 인생의 중력 가속도는 다양하겠지만, 그것을 극복했던, 그것에 굴복했던, 버티고 버텨 현재 위치까지 도달했다. 36년 전 펀하고 쿨하고 섹시했던 매버릭의 매력에 빠졌던 이들은 지금의 매버릭을 보고 다양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매버릭처럼 열정적이었던 자신의 젊은 나날을 회상하며 위로를 받았을 수도, 식어가는 자신의 열정을 다잡는 계기가 됐을 수도, 어쩌면 자신처럼 나이가 들어버린 톰의 주름살을 보고 슬퍼할 수도 있다. 상영 중간중간 눈물을 훔치시는 분들이 계시는 건,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탑건:매버릭>은 매버릭으로 대표되는 세대들에게 이렇게 또 한 번의 감동을 완벽하게 안겨줌과 동시에 새로운 젊은 세대들 또한 포섭하는 데에 성공한다. 사실 <탑건:매버릭>은 요즘 영화치고 스토리는 다소 평이하고, 전편의 플롯과 거의 유사하다. 평이한 스토리에 볼거리 액션만 화려한, 자칫 '뻔한 영화'에 그칠 수도 있었던 <탑건:매버릭>이 젊은 층들까지 포섭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루스터와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매버릭 간의 화끈한 화해 이야기가 가져다주는 진한 감동이 큰 몫을 했다고 본다. 루스터는 매버릭이라는 멋진 선생이자, 어른을 만나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와 같은 좋은 가르침을 받았고, 서로 간의 오해를 풀고 파일럿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 자신이 종사하고 싶은 분야에 매버릭과 같은 좋은 어른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복 받은 일인가. 현재 꿈을 찾아 달리고 있는 열정적인 젊은 세대들에게 필요한 것은 매버릭 같은 어른이다. 전편인 <탑건>을 보지 않은 젊은 층들이 주변에 굉장히 많은데, 굳이 전편을 보지 않더라도 이번 속편을 통해 그들이 매버릭의 매력에 빠졌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렇게 매버릭으로 대표되는 기성세대들부터 시작해 이제야 매버릭을 알게 된 신세대들까지, 모두의 공감을 영화관이라는 장소에 한 데 불러 모으는 데 성공한 <탑건:매버릭>이야말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자, 그야말로 완벽한 블록버스터 속편이 아닐까.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탑건>의 속편의 부제목은 '매버릭'이 될 수밖에 없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배우

6 19,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가 생겨서  크루즈 내한 스페셜 시사회에 참석하게 됐다. 관객들이 착석한 ,  크루즈가 무대 인사를 하기 위해 입장했다. 61 답게 주름도 많았고 나이도 많이 들어 보였다. 3시간이 넘는 레드카펫 행사  바로  터라 피곤했을 텐데,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감상하고는 끝까지 관객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며 퇴장했다. 나는 당시 영화관의 분위기와 그의 웃음을 절대 잊을  없을 것이다. 톰이 살아있는 , 영화관은 절대 죽지 않을 것이며 건재할 것이다. 그의 웃음이 영원하길. 그의 한계가 무궁무진하길. Thank you, Tom Cruise.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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