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담 / Black Adam> (2022) 리뷰
<블랙 아담>의 국내 흥행 성적은 영화판에서도 '브랜딩'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아무리 비수기이고, 티켓값이 올랐다 하더라도 개봉한 지 1주일이 넘어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히어로 장르 영화의 관객수가 60만 명도 안 된다는 것은 곧 흥행 참패를 의미한다. 옆 동네 마블의 <토르: 러브 앤 썬더>가 개봉 8일 만에 관객수 200만이 넘어간 것을 생각해보면 더 그렇다.
개인적으로 잭 스나이더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상당히 좋아해서 <배트맨 V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도 나름 만족스럽게 감상했지만, 그때부터 국내에서 DC 영화는 찬밥 신세가 되었고 나오는 영화마다 족족 '그 위대한' <다크 나이트>와 같은 비교 선상에 서야 했다. 그렇게 DC라는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밈들이 탄생하기 시작한 반면, 마블은 성공적으로 본인들만의 유니버스를 구축해 나갔으며, 히어로 영화 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블랙 팬서>와 같은 작품들도 만들어냈다.
그렇다고 이후에 'DC가 내는 작품들이 하나같이 죄다 별로였나'라고 물어본다면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원더우먼>, <아쿠아맨>,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조커>, <더 배트맨>과 같이 준수하고, 때론 훌륭한 작품들도 꽤나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앞서 벌인 거대한 삽질과 이미 커질 대로 커져버린 마블 팬덤 장벽 사이에 이 작품들이 설 자리는 마땅치 않았다. 그리고 <블랙 아담>이 개봉하고 들려오는 후기들도 비슷비슷. 'DC가 이제 안되니까 또 마블 따라 하려고 하네', '뻔하다 뻔해'.
그런데 드웨인 존슨이 블랙 아담 역할로 캐스팅되었다고 했을 때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하나였다. 딱 하나. '액션 하나는 기갈나겠구나'. 드웨인 존슨의 이전 출연작들이 전반적으로 어떤 느낌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 <블랙 아담>에서도 대단한 걸 크게 바라지도 않았다.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블랙 아담>은 내게 있어 코믹북 본연에 집중한 굉장히 코믹북스러운 작품이었다. 코믹북 속의 한 장면을 스크린에서 그대로 보고 있는 듯한 슬로우 모션들의 향연, 내가 바로 블랙 아담이라는 것을 똑똑히 각인시키려 하는 듯한 웅장한 ost는 시청각적으로 굉장한 짜릿함을 안겨준다.
DC 작품의 강점은 크게 분위기, 액션 이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블랙 아담>은 액션 하나로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작품이다. 이 액션은, '슈퍼히어로'가 어떤 존재인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드웨인 존슨 식 액션물에 거부감만 없다면, 이 영화는 당신에게 아주 괜찮은 팝콘 무비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이 작품에 바란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작품 속 스토리의 설득력이 그렇게 높지 않을뿐더러, 몇몇 인물의 평면적인 캐릭터가 가끔 짜증을 유발하기 때문. 그렇지만 블랙 아담과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의 화끈한 액션이 이를 어느 정도 상쇄시켜준다.
DC의 대대적인 브랜딩 개혁이 일어나고 있다. 드웨인 존슨은 얼마 전 <블랙 아담>이 DC 유니버스 페이즈 1의 첫 발자국이 될 거라 선언했고, 고위 임원진들도 대거 교체되고 있다. 마치 마블 스튜디오의 페이즈 1 때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작품이 좋던 나쁘던 DC는 항상 독보적인 색깔을 가지고 있었고, 이제 그 색깔을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나가는 것 같아 DC의 추후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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