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8년 차 직장인의 월요병 극복기
시작 전에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면, 나는 여전히 월요일이 싫다. 일요일 저녁부터 숨이 턱턱 막히는 듯한 불안감을 안고 조금이라도 늦게 자보겠다는 일념으로 최대한 잠을 미루다 월요일 아침에 후회하기를 몇 년째.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듯이 이 생활도 반복되니 약간의 노하우를 터득했을 뿐이다.
I hate monday. 주말에 기분 좋게 늘어져 푹 쉬다가도, 월요일에 출근한다는 생각을 하면 간담이 서늘해지던 시기가 있었다. 전 주 금요일 날씨가 너무 좋아 견딜 수 없어 오후 반차를 냈더니만 일거리는 더욱 쌓여있을 테고, 가뜩이나 힘든 월요일에 참석하기 너무 부담되는 큰 회의가 잡혀있고 또 뭐였더라... 이런, 주말에는 회사 생각 스위치를 꺼야 하는데. 결국 한두 시간 회사 걱정을 지속하다 쉬는 것도 일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주말을 보내곤 했다.
월요병 해소 방안을 찾아보다가 일요일에 잠깐 출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듣고 콧방귀를 뀌었다. 주말 이틀간 풀로 꽉 채워 쉬어도 모자라건만, 일요일에 잠시 출근하라니. 당시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얼마 뒤 그 말이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는 말임을 깨닫게 되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한동안 업무 때문에 일요일 고정 출근을 해야 했는데, 일요일에 일단 출근해보니 월요일 출근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지면서 월요병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이다.
월요병의 핵심은 부담감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부터는 모든 것이 수월해졌다. 이틀간 실컷 즐겁게 쉬었다가 월요일에 출근해서 밀려있는 일을 처리할 것을 생각하면 그 막막함과 부담감에 몸서리치게 되는 것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나는 그 부담감을 역이용(?)해보기로 했다. 여전히 월요일이 온다는 그 사실이 싫은 것은 여전하지만, 적어도 막막함과 부담감으로 괴로워하는 시간은 많이 줄어들었다.
방법 1. 금요일 퇴근 전 업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둔다.
금요일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모든 것에 관대해진다. 이 시간에는 모두가 암묵적으로 퇴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기에 메신저나 메일로 업무 요청을 하는 사람도 적다. (물론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을 보는 분들께서는 제발 이 시간에는 업무 요청을 하지 말아 주시라.) 이 무렵 시간 여유가 있다면 퇴근해서 친구를 만나 어디를 갈지, 주말에는 무엇을 할지, 오늘 밤에 어떤 주식을 사고팔 것인지 고민하지 말고 차주 업무 계획을 정리해보자. 곧 퇴근하여 주말이 온다는 사실에 기분이 살짝 좋을 때이므로 생각보다 수월하게 몰입할 수 있다. 다음 주 해야 할 일들의 큰 얼개를 짜고, 요일별 진행 업무를 정리한다. 차주에 다시 조정할 것이니까 러프한 계획이어도 좋다. 다음 주 해야 할 업무량을 가늠하고 정리하는 행동만으로도 다음 주 월요일에 대한 막막함과 부담감은 줄어들 수 있다.
방법 2. 눈 딱 감고 일찍 출근한다.
일주일 중 가장 눈 뜨기 힘든 날이 바로 월요일일 테지만...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속을 벗어나기가 너무 힘들 것이라는 걸 알지만, 5분~10분 더 누워있는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눈 딱 감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보는 것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이른 시간에 출근해 고요한 사무실에 도착하면 알 수 없는 성취감이 들 것이다. 한 주의 첫 시작이 성취감인 기분은 꽤 나쁘지 않다. 자리에 앉아 책상을 정돈하고, 커피도 한 잔 내려 마시고, 전주 금요일에 세운 업무 계획도 점검하고, 오전에 있을 주간회의 자료도 훑어본다. 눈에 잘 안 들어온다. 하지만 핵심은 그 행동을 어찌 되었든 한다는 것에 있다. 조금씩 워밍업을 하며 하루를 체계적으로 시작한다는 것, 그다음 순서로 업무를 차곡차곡 진행하는 흐름이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월요일의 본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허겁지겁 시간 맞춰 출근해 주간 회의에 참석하는 월요일에는 결코 만들 수 없는 흐름이다.
방법 3.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킥(kick)을 만든다.
셰프들이 요리를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킥-결정적인 한 수-을 쓰는 것처럼 일상에도 킥이 필요하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스스로를 기분 좋아지게 하는 요소들을 일상 곳곳에 배치하면 단조로운 일상도 조금은 특별하게 보낼 수 있다. 일주일 중 가장 킥이 필요한 요일은 월요일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하여 열심히 하루를 보낸 자신에게 소소한 보상을 해주자. 내가 시도해본 킥들은 다음과 같다.
월요일 퇴근 시간은 소소한 쇼핑 시간으로 지정한다(책, 화장품, 일상용품).
월요일 점심시간에는 회사를 벗어나 조용한 카페에서 스콘과 커피를 마시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주 1회 가는 기구 필라테스 수업을 월요일 퇴근 시간에 간다.
핵심은 끊겨있던 업무를 월요일에 갑작스럽게 시작하는 것에 따른 부담감을 줄여주는 것이다. 미리 러프하게 정리된 계획을 통해 할 일을 가늠하고, 워밍업을 통해 예열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업무에 녹아들고, 중간중간 소소한 보상을 통해 환기를 시켜주는 것. 월요병을 완전히 벗어나기란 어렵겠지만, 이 정도면 어느 정도는 월요병 극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