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j Nov 07. 2023

피하기를 바라는 경험.

영원한 이별.

'젊어서 하는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젊어서는 모든 경험, 특히 실패, 이별과 같은 슬픈 경험도 길게 보면 인생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가까운 사람일수록, 아니,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젊어서도 아니, 성숙한 나이가 되고 나서도 가능하면 경험하지 않고 피할 수 있으면 피했으면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그건...

예상보다 이른 영원한 이별이다. 


내가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던 시절 갑자기 엄마가 췌장암 진담을 받았다. 

처음엔 현실 감각이 없었고,  

희망이 있었다가

좌절했다가

다시 희망이 있었다가...

1년 정도 항암 치료와 암으로 인해 몰래 고통스러워하는 엄마를 지켜보는 것, 

같이 병원을 통원하는 시간,

시간이 지나서 악화되고

그럼에도 엄마나 나나 항상 긍정적으로 웃으며 괜찮을 거라고 서로 상처 주기 싫어서, 

현실을 외면한 거짓 연기를 하고.


대학원 공부와 아르바이트 병행으로 바쁘던 시기, 그것을 놓아버리고 엄마한테 올인하고자 하면 

엄마는 '그냥 평소대로 네 할 일 했으면 좋겠다.' 

집안일, 요리도 계속 직접 하시면서 '이거 자체로 운동이 돼.'

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철없던 나.


"마직막이니깐 여행 가자."

"내년에 볼 수 있을까"


점점 마지막을 암시하는 엄마의 말.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3개월, 1달 남은 생명 선고의 말.

그 말을 직접 들은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지 감히 상상도 안 되었고.

그때부터 엄마가 언제 떠날지 몰라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애써 엄마한테는 철없는 자식이고 싶었던 나였다.


그러다가 새벽에 엄마가 병원에서 영원한 천국으로 가실 것 같다고 연락을 받은 나는 

생전 처음 느끼는 불안함을 느꼈다.


주변의 위로를 받으며 장례 절차가 다 끝나고... 

그 순간 앞으로 살아있는 동안 진짜 영원히 엄마를 볼 수 없다는 현실감에 옥죄와서 

2시간 내내 집에서 통곡하던 나. 


그리고...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냉장고에 있던 엄마의 마지막 반찬을 먹은 순간...

다시 한번 엄마와 이별한 느낌. 


지금도 엄마와의 추억을 매 순간 기억하기에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있는 사람들이 부럽고,

어버이날과 명절이 슬픈 날이 되었고,

1초 만에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사랑한 존재였기에, 

생각보다 이른 이별의 장점 하나라면...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그때의 상실감과 슬픔에 비하면 견딜 수 있는 일이 되었다는 거 하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