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현경 Mar 10. 2024

난생처음 해외여행

일본여행

예약된 여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드디어 여권 사용할 날이 왔다. 인천국제공항에도 처음 가본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들이 설렘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여행을 앞둔 나는 기대가 되면서도 겁나고 두렵고 불안하다.

늘 그랬다. 낯선 여행지에 도착하면 못 보던 풍경에 감탄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집 나와 갈 곳 없는 노숙자가 된 느낌이 들곤 한다.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 새로운 직장 등등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것이 나에겐 어렵다. 그래서인지 내 집에 있을 때가 가장 편하다. 흔히 말하는 집순이인가 보다. 나이가 들고나선 좀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집을 떠나 여행을 가면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오곤 했다. 잠도 설치고 적응이 잘 안 된다. 여행지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이 되면 좀 나아지지만, 첫날 새로운 곳에 머물게 되면 알 수 없는 불안이 마음 깊은 곳에서 슬그머니 올라와 가슴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곤 했다. 어릴 때 길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일 때문일까?.     


다섯 살 되기 전이었던 것 같다. 묵호시에 살았었는데 엄마와 시장 갔다가 복잡한 시장에서 엄마 손을 놓치고 말았다. 길에서 울고 있는 나를 누군가 파출소에 데려다주었다고 했다. 그때 당시 백차로 불렸던 경찰차 앞에 나를 태우고 방송을 하며 다녔다고 한다. 집을 잃어버린 어린이가 있다고 찾아가라는 방송을 듣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달려 나왔다고 했다. 경찰차를 탔던 기억만 난다. 그래서일까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아직도 불편하고 어색하다. 집 잃은 어린아이 마음이 된다.     

처음 가는 해외여행이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일본공항에 도착해 봐야 실감이 날 것 같다. 아이들이 엄마 건강할 때 다녀오자고 없는 살림에 다 같이 주머니를 털고 십시일반 돈을 모아 준비한 여행이다. 작은딸이 여러 날 시간을 들여 저렴하게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고 호텔도 예약했다. 이틀 동안 일정 금액을 내면 일반교통편과 주변 관광지를 무료로 다닐 수 있는 주유 패스도 구매했다. 나 혼자라면 엄두도 못 냈을 일본 여행을 아이들이 인터넷으로 차근차근 알아보고 미리 예약해 놨다. 아이들끼리 일본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인지 인터넷에 모든 설명이 자세히 나와서 인지 잘도 찾아서 예약했다. 두 달 전에 예약해 놨었는데 벌써 낼모레면 출국이다. 화폐도 미리 환전하고 비행기 티켓도 프린트해 놓고 나니 조금 실감이 난다. 외국어도 못하면서 외국 여행 갔다가 길 잃고 국제 미아가 되는 건 아니겠지? 요즘 번역 앱도 발달해서 미리 깔아놓고 가면 소통이 되겠지. 그리고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랑 같이 가는 거니까 마음을 놔도 되겠지? 

그래도 여전히 불안하고 겁이 난다. 

    


가기 전에 뭘 준비해야 할까? 핸드폰의 사진을 모두 노트북에 옮겨야겠다. 새로운 곳에 가서 사진 찍으려면 핸드폰의 저장공간을 확보해 놔야겠다. 그동안 핸드폰에 사진 찍어서 잔뜩 모아 놓기만 했다. 오래 남겨두고 보고 싶은 풍경들, 구름, 바다, 산, 해마다 바뀌는 아름다운 꽃들, 공사장의 건물 올라가는 모습, 카페에서 주문한 음료들, 맛있게 먹은 음식. 찍은 사진들을 보니 많이 돌아다녔구나 생각되었다. 주로 풍경사진이 많았다. 특히 시시때때로 변하는 예쁜 구름, 강가에서 먹이를 찾는 새들의 모습 욕심껏 사진으로 남겨 놓았다. 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귀중하고 소중해서 놓치기 아깝다는 생각에 여러 장 찍었는데 나중에 보면 내가 이걸 왜 찍었나 하는 사진들도 많았다. 꼭 필요한 사진만 남기고 지워버렸다.    

 


여행의 설렘도 마음 한편에 담아본다.

일본 후지산도 구경하고 유명하다는 오사카성에도 가보고 수족관이랑 회전 관람차도 타야지.

오코노미야키와 장어덮밥도 먹고, 한국에서 먹을 수 없는 것들을 맛보고 와야겠다.

3박 4일 짧은 여행이지만 많은 추억을 바리바리 만들어 와야지.     

작은 딸과 묵호로 2박 3일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2023년 4월 직장 생활하면서 육체 피로와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딸은 어디라도 다녀오고 싶다고 해서 답답할 때면 들리곤 했던 내 고향으로 갔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천곡동굴이 있어 걸어가 보았다. 도시 순환 버스를 예매해 놨던 터라 가까운 버스 정거장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동굴이 있는 산을 바라보며 길가 나무 의자에 앉아서 멍 때리기로 했다. 외진 곳이라 차량도 많지 않고 주변엔 새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렸다. 초록 초록 나무 위를 바람이 지나갈 때면 나뭇잎끼리 부딪쳐 쏴아아 쏴아아 소리가 났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한 시간을 앉아 있었다. 마음마저 따사로움이 밀려 들어왔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때를 떠 올리면 마음이 잔잔해지고 몹시 그립다.     


이번 여행에서도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온몸으로 새로움을 느끼며 힐링하는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래오래 그립고 기억에 남는 여행.     

작가의 이전글 심보선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를 읽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