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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훈 Aug 17. 2015

2015 여름 휴가를 마치며

천천히 걷기에 맛 들이다 

지난주 화요일부터 오늘까지가 여름 휴가 기간이다. 몸보다는 마음이 무척 지쳐 있었기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래로 이번처럼 휴가를 간절하게 원했던 때는 없었던 것 같다.


흔히들 여름 휴가 하면 생각하는 해외 여행은 애초부터 계획하지 않았다. 분주하게 준비하면 '땡처리' 티켓이라도 구해서 어디든지 다녀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알아보지 않았다. 애당초 바깥으로 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이것 하나는 확실하게 정했다. 이번 휴가 기간 동안 제발 여유를 찾자고. 스스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이 철칙을 준수하다 보니 하루하루 여유가 넘쳤다. 집 밖으로 나서는 순간부터 의도적으로 천천히 걸었고, 동네 헬스장에 갈 때에도 차분한 걸음을 이어갔으며, 지인과의 약속이 있으면 한참 전에 목적지에 도착하여 여유를 만끽하곤 했다.


돌이켜 보면, 나의 걸음걸이는 항상 빠른 편이었다. 누군가 빨리 걸으라고 지시한 적도 없었고, 권유한 적도 없었지만 나의 두 발은 빠른 걸음이 익숙하다. 어르신이나 여성과 동행할 때 발걸음을 맞추는 것은 당연하지만, 혼자 있을 때 최근처럼 이렇게 천천히 걸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놀랍게도, 이 의도적인 '천천히 걷기'를 사흘 나흘 계속해서 행하다 보니 여유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툭하면 두세 가지 일을 병행하는 복잡한 회사 업무,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처럼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 출퇴근길 등 '빨리 빨리'와 '신속한 일처리'가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니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지 미처 몰랐다.


휴가 기간 동안 정말 행복했다. 이건 스스로를 위한 발언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다. 직장 생활로 인해 잃었던 여유를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이번 휴가의 가장 큰 소득이다. 그리고 그 여유의 근원은 뭐든지 천천히 하려는 마음가짐이었다.


평소에 천천히 걷기를 생활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게 빠른 걸음이 일상이 되었는데, 근래에 느낀 이 여유로움을 조금이라도 지속하려면 일단 차분하게 걷는 습관부터 길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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