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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훈 Sep 10. 2015

조용필 [12집]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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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의 지구레코드 시절 이후의 앨범 중에서 가장 아끼는 앨범이 12집이다.

90-VOL.1 Sailing Sound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 앨범을 나는 2010년에 장만했는데,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2009년 말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 나는 여윳돈이 생길 것을 미리 계산하고 머릿속에서 계획만 해두었던 몇몇 음반의 구매를 하나둘씩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2009년 말부터 퀸(Queen)과 조용필의 앨범을 모으는 데에 예산을 집중시켰다.

당시 조용필의 앨범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면서 본인이 들을 음반을 제외하고 판매한다는 모 중고 직거래 사이트의 선량하신 분을 발견했다. 재테크를 위해 각각의 정규 앨범마다 여러 장을 구매해 놓으셨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분을 통해 조용필의 앨범을 무려 5장이나 구입했다. 지금 설명하는 12집도  그중 하나였고, 미개봉 상태여서 중고가 아닌 새 앨범이나  다름없었다. 직거래하던 순간 판매하시는 분이 굉장히 놀라셨던 것도 지금까지 기억난다.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어린 사람일 줄 몰랐다면서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2010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28세 남성 중 조용필의 팬이 많지 않음을 입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여하튼 이런 에피소드를 거쳐 구매한 12집은 그 유명한 "추억 속의 재회" 외에도 좋아하는 곡이 많았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는 예능 프로그램인 1박 2일을 통해 먼저 알려진 뒤, 박정현이 나는 가수다에서 부르면서 다시 한 번 유명세를 탔다. 록 성향이 강한 "해바라기", 대중적인 느낌의 "그대의 향기는 흩날리고" 등 세련된 노래가 여럿 포진되어 있었다.

박정현이 부른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우연찮게 본방송으로 봤는데,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최대한 절제하며 불러야 제 맛인 노래를 자기 입맛에 맞게 뻥뻥 내지르는 곡으로 완전히 바꿔 놓았는데, 그게 맘에 들지 않아서 자꾸 한숨이 나오더라.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 원래부터 박정현이라는 보컬리스트의 창법을 워낙 선호하지 않는 입장이라, 노골적인 반감을 표했던 것이었다.

싱글 단위로 분류한다면 다른 곡이 서열 최상위권에 자리할 수도 있지만, 정규 앨범 단위로 분류하면 지구레코드 시절 이후 이만큼 괜찮은 음반이 없었던 것 같다. 해외 진출의 흔적으로 남는 13집이나 "고독한 Runner" 같은 감수성 짙은 트랙이 담긴 14집도 좋았지만, 나는 12집에 가장 큰 정이 간다.

19집 [Hello] 발매 이후 필레코드를 통해 10집 이후의 앨범이 모두 재발매됐는데, 보다 많은 사람이 이 앨범을 구매했으면 좋겠다. 20대 청년들에게도, 그리고 나와 같은 30대에게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음반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 앨범은 무조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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