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stav Klimt, Dame mit Fächer(circa 1917-1918) Courtesy of Sotheby's
CASE 1.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포스트 코로나와 러시아발 전쟁,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세계적으로 금융불안과 신용긴축에 따른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 미만으로 전망하며, 기아와 빈곤의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글로벌 온라인 아트 마켓의 선두주자인 Artsy는 최근 전체 인력의 15%에 달하는 35명의 직원의 해고를 결정했다.
지난 2023년 6월 2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구스타브 클림트의 마지막 초상화 '부채를 든 여인(Dame mit Fächer)'이 무려 8,530만 파운드(경매 수수료 포함), 한화로 약 1,400억에 달하는 금액에 낙찰되었다. 경매 시작 전 내정가(estimate price)부터 이미 2010년에 최고가로 기록된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Walking Man)'의 낙찰가인 6,500만 파운드를 웃돌았지만, 이번 낙찰 결과로 유럽 미술품 경매에 새로운 레코드가 경신되었다. 이 작품은 홍콩 컬렉터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이날 진행된 근현대미술 이브닝 세일은 85%의 낙찰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마감했다.
백자청화오조룡문호 Courtesy of MYART AUCTION
CASE 2.
2021~2022년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국내 미술 시장의 열기가 올해는 한풀 꺾이는 추세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발표한 '2023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 결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옥션의 거래액이 지난해의 56% 수준이며 낙찰률은 52%로 떨어져, 지난 5년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몇 작품들은 치열한 경합 끝에 낙찰되고 있다. 지난 5월 마이아트옥션에서는 조선 시대 '백자청화오조룡문호(높이56 cm)'가 무려 70억에 낙찰되며 한국 고미술의 위상을 다시금 끌어올렸다. 이우환과 김환기, 윤형근, 유영국, 하종현, 이배 등 블루칩 작가들의 회화 작품도 국내 메이저 경매에서 여전히 높은 금액에 낙찰되고 있다.
Damien Hirst poses with his workThe Incredible Journey at Sotheby’s art gallery and auction house in London, 2008. Photo by Shuan Curry/AFP/Getty Images
CASE 3.
2008년 9월 15일 아침, 미국 4대 투자회사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 신청을 알리며 미국 역사상 최대 금융 위기를 맞이했다. 주 고객층이던 금융업계 종사자들의 몰락과 함께 5년여간의 호황을 이루던 미술시장 역시 큰 타격을 입었으며 옥션 하우스의 대규모의 인력 감축과 상업 갤러리들의 폐업이 잇따랐다. 당시 Art Economics의 창립자이자 UBS 및 Art Basel 미술 시장 보고서의 저자인 Clare McAndrew는 세계 미술 시장의 가치가 2007년 650억 달러에서 2008년 500억 달러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소식에도 같은 날 런던 소더비 옥션에서 진행된 데미안 허스트의 단독 경매는 이브닝 세일에서 7,000만 파운드, 다음날 열린 데이 세일에서 4,000만 파운드를 끌어내며 경매 낙찰 총액 1억 1,000만 파운드(당시 원화로 약 2,200억)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영국의 현대미술 거장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은 오히려 2008~2009년에 경매 실적의 최고가를 경신했다. 2008년 11월 3일 뉴욕 소더비 옥션의 현대미술 이브닝 세일의 낙찰 총액은 1억 2,513만 달러, 낙찰률은 64.3%나 되었다.
Sir Peter Paul Rubens and Jan Breughel the Younger, River Landscape with Pan and Syrinx
CASE 4.
좀 더 먼 과거로 돌아가 1970년대 영국은 고용불안과 높은 인플레이션 등 경제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 이에 영국철도연금펀드(The British Rail Pension Fund)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소더비(Sotheby's)의 협력 하에 미술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당시 보유 자산의 약 3%를 미술품에 투자한 결과 10년 후 11.3~13% 수익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아트투자의 예로 회자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익률은 100여 점의 인상파와 올드 마스터 작품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며, 장기투자가 가능한 연금 기관에 적합한 투자였기에 '성공적인 투자'로 기록될 수 있었던 것이다. 바로 '미술품 투자'의 정석적인 예시이기도 하다. 이 사례는 일시적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최고급 작품을 보는 안목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현상을 마주하면서 우리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경기와 상관없이 '명작'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두 번째는 미술품을 단기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지 말 것.
2008년의 데미안 허스트의 경매 결과는 특수한 편에 속하지만, 15년 뒤인 현재까지도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가치는 견고하다. 미술 시장이 호황일 때는 수요가 많은 만큼 떠오르는 신진작가와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 거래가 매우 활발하게 돌아가면서 단시간에 차익을 보는 경우가 많다. 마치 주식 시장처럼 '단타'를 노리고 진입하는 소비자들과 부추기는 시장 분위기가 시너지를 내며 반짝 고조되는 것이다. 하지만 미술품은 다른 소비 상품과 달리 '유일성'과 '심미성'이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누군가의 유일한 작품을 얻기 위해 수십 년도 기다릴 수 있는 소비자가 있다는 말이다. 컬렉터들이 미술품을 소비하는 다양한 이유 중에는 '사회적 지위 상승'도 포함된다. 당신이 램브란트나 피카소의 원화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 미술품에 일가견이 있는 특정 계층에서 최고의 명예를 얻는 것이다. 이러한 미술품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컬렉팅을 할 때, 트렌드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만의 단단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잘 팔리는 작가', '주목받고 있는 작가', '완판 작가'라는 말에 쉽게 휘둘리지 말고, 양질의 다양한 미술품들을 직접 겪으며 어떤 것이 좋은 작품인지 혹은 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작품인지 시간을 들여 신중하게 취향을 만들어 보자. 이미 미술사에서 높게 평가되는 작가들의 전성기 시절의 작품을 눈여겨 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가령 금전적인 투자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나에게 큰 영감을 준 작품을 소유하고 있다면 그 가치는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예술을 즐기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 아모아 에디트,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