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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재단 May 17. 2022

20대 대선과 청년

첫 번째 Y-언박싱 집담회

'사상 초유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20대 대선, 후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청년의 표심을 잡기 위해 ‘청년 공약’을 제시하고 있지만, 많은 청년이 ‘누구를 뽑을 것이냐’가 아니라 ‘투표장에 가야 하는지’를 자문하고 있습니다. 5년마다 돌아오는 대통령 선거는 현재 우리 공동체가 함께 풀어야 할 현안과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평가하는 장이라는 점에서, 개별 정치인 혹은 집권정당을 교체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청년재단은 첫 번째 청년이슈브리프 ‘Y-언박싱’ 주제로 ‘대선과 청년’을 선정했습니다. 코로나 장기화 상황에서 치러지는 대선을 청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선 이후에도 지속될 청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시 : 2022.03.03.(목), 16:30
참석자 : 문서희, 전혜원, 윤태영 (김영경, 임대환, 황수영)


청년재단은 첫 번째 이슈브리프 'Y-언박싱'을 20대 대선과 청년을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청년재단에서 열린 Y-언박싱 집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대선과 청년’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의 대선 연대기


2007년에 첫 대선 투표를 했다. 그때 이명박 당시 후보의 ‘BBK 논란’이 있었는데 워낙 정권 교체 여론이 높았던 기억이 난다. 2012년에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그때 《시사IN》 인턴 기자로 안철수 캠프 취재를 했었는데, 그날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더니 ‘안철수가 갑자기 사퇴한다. 백의종군한다’ 그래서 캠프 사람들이 우왕좌왕했었다. 이번에도 갑자기 새벽에 단일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라고 데자뷔를 경험했다. 2017년에는 탄핵 이후였으니까 그냥 거의 무난하게 넘어갔던 것 같고 그리고 올해 대선을 맞게 되었다.


역시 17대가 첫 대선 투표 였는데, 슬로건으로 제시된 ‘747 공약’을 보고 정치는 재산 증식의 수단일 뿐이고 각자도생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분위기가 이명박씨를 대통령 당선자로 만든 건 아닌가 생각했다. 박근혜씨와 문재인 대통령이 각각 당선 되었던 18대, 19대 선거는 외국에서 치렀다. 투표하기 위해 왕복 8시간 기차를 타야 했지만 꼭 참여하고 싶었다. 그 전까지 대선은 12월이라고 생각했었는데 2016년 촛불이 벚꽃 대선을 만들어 낸 걸 해외에서 봤다.


첫 대선이었던 직전 19대 대선은 강렬하지 않다. 오히려 박근혜씨가 당선되었던 날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는데 결과를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아니 세상 어른들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나’라는 배신감이 들었는데, 이제 내가 청소년들한테 또 그런 좌절을 안겨줄 것 같아 속상했다.선거 때마다 ‘분명히 나와 같은 표 하나 하나가 모여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건데 왜 나는 선거를 할수록 무력감이 더해지는 걸까’라고 느껴 이번 대선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박근혜씨가 당선 되었던 18대 대선에서 ‘노인들이 결국 결과를 만드는 걸까’라고 생각했었다. 청년이 중요하게 부상한 대선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청년 내부에 부동층이 많고 다들 청년 얘기를 어떻게든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기대를 하면서 지켜봤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쓴 걸 보고 깜짝 놀랐고 이재명 후보가 모 커뮤니티 글을 공유한 걸 보면서 그 기대가 와장창 깨졌다. 청년을 대변한다는 것이 불평등 문제로 확장되지 않고 이준석 대표와 연계되면서 협소한 ‘젠더 갈등’으로 그치는 게 너무 아쉬웠다. 물론 군 공약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군 생활 과정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그 시간이 노동시장 진입에 상대적인 어려움을 만든다. 결국 노동시장 불평등이 문제인데 이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지진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사퇴한 안철수 전 후보는 새정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청년 정책 토론하라는데 민주노총 고용 세습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그 단체협약 조항은 이미 사문화되었다.



이재명 후보가 책자형 공보물 16면 중 2면을 청년정책으로 채운 걸 보고 ‘신경을 쓰긴 쓰는구나’ 싶었다. 청년 실업이나 산업 구조 변화 과정에서 청년층이 안정된 삶으로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 현실의 반영이자 2010년대 청년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청년 문제’를 제기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필요한 정책을 필요한 방식으로 후보들이 제시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결국에는 자기의 지지 기반을 어떻게 더 공고화할 수 있을 것인가를 중심에 두고 발언을 하고 있다. 대선 토론에서 청년 정책에 대해 동문서답 하는 것도 후보들의 전략인 것 같다.


물론 청년유니온이라는 의미 있는 조직이 있기는 하지만, 많은 청년들은 ‘대한노인회’처럼 조직되어 있지 않다. 특히 서희님께서 연구하셨던 전문대생이나 지방 청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이 아직은 뿌리 내리지 못했다. 사실 이번 대선에서 대학 구조조정, 일반대와 전문대의 역할 분담, 그리고 인구감소 대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논의 되어야 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 '유튜브가 지배한 첫 선거'의 공론장


윤석열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는 기득권의 말하기 방식이다. 약자 혹은 지워진 사람은 각자 수많은 사연이 있고 이것들을 언어화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과 고민이 필요하다. 근데 또 ‘밈meme’ 자체를 나쁘게 볼 수 있나 싶다. 어쨌든 지금 시대는 짧은 콘텐츠가 유행이고 그것도 일종의 소통의 방법으로 인정을 할 수밖에 없지 않나.


비슷한 아이러니를 느끼는데 사실 그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는 되게 나쁜 정치 소통 방식이다. 왜 지금 여성가족부를 폐지해야 하는지 예상되는 부작용은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 동료 시민을 설득할 수가 있어야 하는데 결론만 있고 과정은 없다. 하지만 이게 2030 청년으로 구성된 메시지 팀에서 나온 결과고 상당히 바이럴(viral)이 됐다는 점에서 굉장히 복잡한 생각이 들었던, 그치만 굉장히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슬로건이 주는 강력한 효과가 있으니 ‘아예 없애버리자’라고 할 수 없지만 슬로건만 제시되었을 때는 반박을 할 수가 없다. 상대방 주장의 근거는 알 수 없고, 나는 좋고 싫음으로만 답하게 되어 토론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의견 제시 방식이다. 이후에 어떤 구체적인 근거나 로드맵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성가족부 폐지’도 기존의 입장을 바꾼 거다. ‘양성평등부’로 하겠다고 했었는데 왜 바꿨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의 ‘탈모치료 급여화’ 공약도 청년들의 요구를 받았다고 하고 굉장히 바이럴됐다. 그런데 건강보험의 재정 지속 가능성이나 형평성 문제는 우리 사회가 밤낮을 토론해도 모자란 주제인데 그런 것들은 다 사라진다. 그야말로 ‘나를 위해’ 아니면 고객을 대하는 것처럼 ‘뭘 주겠습니다’는 방식이다. ‘소확행 공약’이 정치 효능감을 올리기 위한 거라지만 개인적으로는 싫었다(웃음). 그게 사회에 존재하는 갈등을 지워버린다. 건강보험도 토론할 게 많은데 ‘탈모 할 거야 말 거야’ 이렇게 협소해져 버리는 후보들의 전략도 좀 문제가 있지 않았나. 이번이 유튜브가 지배한 첫 선거로 기억될 것 같다. 


유튜브는 텔레비전보다 더 개인화된 플랫폼이다.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부분만 클립으로 볼 수 있는 게 기술이 가져온 편의라고도 볼 수 있지만 서로 토론할 수 있는 토대가 위협 받는다.


이번에 《시사IN》에서 처음으로 독자들을 단체 카톡방에 초대해서 같이 대선 토론 보면서 이야기 나누는 걸 시도했다. 나랑 좀 마음을 나누고,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토론할 수 있는 사람의 존재가 주는 안정감이 좋았다. 지금까지 세 차례 정도 진행 했는데, 물론 의견이 비슷한 시민 간의 연대지만 고립감을 해소하고자 했던 언론사 차원의 도전이었다.


《한겨레》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는지 ‘대선후보 캠프와 토론하는 청년 5일장’이라는 페이지를 개설했다. 여섯 개의 주제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각 캠프의 정책 담당자도 참여했다. 각자가 고민한 방식으로 이 상황을 타개해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번 대선에서 인상적이었던 시도였다.


생각나는 플랫폼이 있어서 좀 소개 하자면, ‘얼룩소(alookso, a look at society)’라고. 그나마 거기가 커뮤니티 혹은 공론장의 역할을 하고자 시도하지 않았나.


: 공론장이 망가진 데에는 기자들의 책임이 막중하다. 솔직히 정책 기사는 페이지뷰도 잘 안 나오고 결국은 의혹 기사나 망언 기사가 시장에서 훨씬 잘 팔린다고 기자들도 자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기사를 재미있게 써야 한다, 기자들이.


이번 대선 주요 이슈, 국민연금, 청년 일자리, 그리고...


: 연금 이슈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와 관계없이 내년에 엄청 불이 붙을 거다. 이대로라면 1990년생이 65세가 되는 2055년에 연금 재정이 고갈될 예정이다. 이제까지는 ‘내가 연금을 받을 수나 있냐, 돌려줘라, 해지해 달라’는 목소리만 있었는데 심상정 후보가 연금에 대해 진보 정당으로서는 되게 하기 어려운 제안을 했다. 명목 소득대체율(일할 때 벌던 소득 대비 연금 수급액의 비율)을 높이기보다는 보험료율(기여율)를 올리는, 대신 기초연금액의 수준을 높이고 사각지대에 있는 프리랜서, 특수 고용 노동자 등 지역 가입자를 더 지원하자는 패키지 기획을 진보 정당이 낸 건 처음이다. 후보들이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법을 공공 일자리(심상정 후보의 일자리보장제)나 기본소득(이재명 후보의 청년기본소득)으로 제시했다는 건 아쉽다. 일자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수많은 중소기업 일자리들을 어떻게 더 나은 일자리로 만들 것인가로 접근했어야 했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동일 입사 동일 임금’ 체계, 그러니까 어디 다니는 가에 따라 정해지는 임금 수준을 ‘어떤 일을 하냐에 따라 받는 임금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진전된 토론은 없었다.



국민연금이 좋은 제도이고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청년유니온이 대변 하고자 했던 불안정 노동 생애를 이어나가는 청년에겐 국민연금이 굉장히 먼 나라 이야기다. 당장 우리 부모님도 나는 부양할 수 없는데, 국가에서 뭘 어떻게든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걸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좀 필요하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그래서 사퇴한 안철수 후보가 공동선언을 제안했을 때 사실 좀 놀랐다. 처음으로 4명의 후보가 같은 입장을 갖도록 만든 거니까. 퍼포먼스라고 할지라도 그래서 ‘이분 이번엔 좀 끝까지 가나’ 싶었다, 그리고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해서도 논의했어야 했다. 청년이 지방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히 있고 핵심은 일자리인데, 후보들이 이걸 직면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사실 ‘대선은 버리고 지선으로 가야된다’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지역 균형 발전이 되어야 집값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열리는데, 이번 대선에서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정차역 추가 공약만 봐도 주요 후보들이 수도권 집중화를 오히려 부추기는 인상을 받는다. 이번이 수도권 유권자들이 중심이 된 첫 선거이다. 전에는 어떻게든 수도 이전을 포함해 여러 가지 얘기를 했었는데.


총선이나 지선에서는 이런 큰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행정 수도 이전 논의도 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선거에서 불이 붙었고, 그 결과 세종특별자치시가 생겼다. 5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찬스인데, 좀 아깝다. 법정에서 끝냈어야 할 이야기를 후보자가 토론회로 들고 오니 토론 시간이 부족하다.


“뭐가 진짜 차별이고 차별이 아닌지 우리가 좀 얘기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전문대는 산업과 연관된 과가 많고 졸업 후 진로도 어느 정도 정해져 4년제 대학과는 다른 교육과정임에도 불구하고 ‘4년제 대학에 가지 못해서 가는 대학’이라는 인식이 있다. ‘너는 4년제를 나오지 않았잖아. 그냥 고졸로 연봉 협상하자’는 사례도 있다. 회사 안에서도 설계도를 만드는 일은 4년제 졸업자가 하고, 실제 생산 공정은 2년제 졸업자가 하는 구조로 고착된다. 노동시장 내 평가 체계가 미비한 상황에서 전문대 졸업자의 취업률 뿐 아니라 이들이 얼마나 양질의 일자리로 가는 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결국은 교육과 노동 숙련, 직업 훈련의 문제고 어떤 노동 체제인 지가 핵심이다. 최종학력에 상관없이 임금이 무조건 같아야 된다고 말할 순 없다. 그런데 동일한 숙련이 요구되는 일을 하는데도 임금이 다르면 그거는 진짜 차별인 거다.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사회가 숙련을 평가할 수 있는 체계 자체가 없고, 박근혜 정부 때 NCS(국가직무능력표준)에 따라 채용하는 사회를 구상했지만 결국은 시험 문제집만 양산한 게 한국의 현실이다. 임금 체계, 그러니까 무슨 일을 하면 얼마를 주냐의 표준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문대 교육과정에서 요구되는 숙련은 훈련이 안 되다 보니 그냥 학력에 따라서 임금을 주게 된다. 뭐가 진짜 차별이고 차별이 아닌지 우리가 좀 얘기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2017년 인천국제공항 보안 검사 요원을 정규직화 한다고 했을 때 자신의 직무에 상응하는 임금을 받는다고 우리가 알고 있으면 그렇게 분개할 일이 없었다. 그게 아니라 ‘인천국제공항 안에 들어가면 엄청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만 알고 있기 때문에 ‘왜 너는 시험도 안 봤는데 같은 걸 누려’라고 된 거다. 다음 정부에서는 숙련을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좀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 동의한다. 기자님이 쓰신 책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의 인터뷰 중에 “누군가가 안정감을 느끼는 울타리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라 했던 허태준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했을 때 결국 울타리는 그대로 두고 이 안에 몇 명만 들이는 방식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공공부문 정규직화가 중요한 토론 주제가 될 줄 알았는데, 그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를 이어받는 이재명 후보도 아킬레스건으로 여기고 넘긴 것 같다.


국민연금도 그렇고 정년, 호봉제와 같은 임금체계도 20세기의 발명품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걸 선사 시대부터 이어진 도덕처럼 여기지만 사실은 일정한 조건에 하에서만 제대로 작동하는 기계에 더 가깝다. 유럽의 복지국가도 2차 대전 직후 연대의식이 높아진 사회적 상황과 함께 미래에 인구와 생산력이 증가할 거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공적연금을 도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조건이 바뀌어 기계가 더 이상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걸 고치거나 폐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일시적인 사회 갈등으로 이 문제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


말씀하신 비유가 너무 좋은데, 그 기계를 고치는 논의 테이블에 지금 다 중장년층이 중심인 양대 노총이 들어가 있다. ‘세대 갈등은 허구다. 세대 내의 불평등이 문제다’라는 주장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어쨌든 지금 그 기계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걸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사람은 구직자들과 청년 비정규직이다. 문재인 정부가 경사노위(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테이블에 청년을 참가시키는 시도를 했지만, 그게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평가했어야 했는데, 그냥 ‘청년’만 둥둥 떠다니고 뭔가 이런 논의 테이블을 어떻게 할 건지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경사노위에 제가 직접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청년유니온이 테이블에 들어가겠다고 조직적으로 결정 했을 때 누군가를 설득하지 못하고 오히려 휘말린 것은 아닌가 내부적으로 평가 했었던 기억이 난다. 경사노위 뿐만 아니라 작년 탄소중립위원회에서도 청소년 위원이 사퇴하는 걸 보면서 여기도 사실 똑같은 상황인가 싶었다. 어렵게 꾸려진 논의 테이블이 정상적으로 잘 작동해야 하는데 우리는 뭔가 위원회가 만들어 져도 왜 작동이 (잘) 안 되는 걸까.


 : 대통령 직속 위원회라는 게 굉장히 세 보이지만 사실은 힘이 별로 없다고 정치학자들은 이야기한다. 국회에서는 여야 합의를 통해 구속력이 생기는데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다르다.


지금까지 청년은 ‘우린 피해자다. 어떤 것이 부족하다’라는 목소리를 사회에 냈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전략은 스스로를 수혜자의 자리에 놓거나, 자신의 몫만을 챙기려는 것처럼 보인다. ‘86세대’의 실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의 요구를 공동체의 시대정신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다른 세대들이 설득 당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공적 연금 논의도 ‘이러면 청년 세대는 못 받는다’ 정도에 머물러 있는데 사회와 전체에 도움이 되면서도 자신의 몫을 챙길 수 있는 안을 제시한다면 상황이 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기후위기나 지방 소멸,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접근도 마찬가지고.


 그럴 여유가 있었다. 86세대는


청년 정책 네트워크도 이전까지 일자리 정책과 동일시된 청년 정책을 다양한 의제로 확장해보자는 시도였다. 1인 가구도 예전엔 청년 세대만의 문제였는데 이제는 더 이상 청년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예산을 삭감한다고 했을 때, 2022년도 예산을 살펴본 적이 있다. 그런데 1인 가구 특별 추진단 예산은 오히려 크게 확대 된 걸 보면서 ‘그렇지, 서울 거주자의 3분의 1이 1인 가구라고 하는데, 그 정도는 만들어야지’라고 처음으로 약간 공감했다. 그러니까 더 이상 청년 문제를 청년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다양한 의제들을 전략적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예전에 어느 토론회에서 ‘취약한 주거 환경은 이전부터 있었던 구조적인 문제였지만 청년이 주거에 대한 이슈를 제기하면서 사회도 이걸 심각한 문제로 여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청년층의 주식투자도 이번 대선에서 부각되었는데 ‘사회복지를 어떻게 하고 우리가 세금을 더 걷어서 뭘 하겠다.’고 약속하는 대신, ‘일확천금 부자 될 기회를 줄게’라는 식으로 바뀌었다. 개미들을 이렇게까지 챙긴 선거가 있었나.


 이재명 후보가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을 활용해서 선거 비용을 마련할 때 수익률을 적어놓은 걸 봤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뜨악했는데, 또 ‘저게 통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주식이나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청년 중 이걸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까? 노동 소득만으로는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일상을 유지하기도 힘들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희박한 확률인 걸 알면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이런 상황을 헤아리고 해결할 책임이 정치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치인이 국민을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그냥 주식양도세나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겠다는 공약만 낸다. 그럼 사람들은 더더욱 ‘이제 각자도생이구나’라 생각하게 될 것 같아 정치인들에게 좀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고소득층일수록 훨씬 많고 개미들은 정작 단타를 많이 해서 손실을 보는 사례도 많다.


공약은 아니었지만 이번 대선 시기에 청년희망적금도 큰 이슈였다. 저도 가입하긴 했는데, 50만 원까지 적립할 수 있다는데 대체 어떤 청년이 매달 50만 원 넣을 수 있나 생각하다 ‘그사세 청년’들은 가능하겠더라. 어떤 분들은 부모님이 오히려 ‘네 명의 좀 빌려달라 우리가 50만 원 넣을 테니’라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그걸 보면서 청년들 목돈 모으라고 하는 통장에서조차도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겠더라.


20대 대선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청년 얘기를 어떻게든 할 수밖에 없게 된 첫 선거이고, 근데 그 양상이 이제 ‘젠더 갈등’으로 드러나게 된 첫 선거다. 정치학에서는 ‘정초선거(定礎選擧, foundation election)’라고 한다. 기존에 형성되었던 갈등의 전선을 확 바꾸는, 어떤 새로운 단층이 드러나는 선거로 이번 대선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이 갈등을 불평등의 문제로까지 끌어낼 수 있을지에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보고, 앞으로 지켜봐야 될 포인트다.


영호남 지역주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선거다. 특정 정당을 특정 지역과 연결하는 경향도 사라졌다.


서두에 이번이 청년이 드러난 첫 대선이라고 하는데, 과연 후보들이 말하는 청년에는 내가 포함되어 있나 질문한다. 마지막 대선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의 권력형 성범죄 관련해서 사과하거나 윤석열 후보도 성범죄 근절을 선거 직전에서야 이야기 하는 걸 보면서 오히려 ‘지워진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라 생각했다.


청년 의제가 세대 간 그리고 세대 내 불평등에 대한 문제제기로 출발했고 이제는 모든 후보가 청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내가 소외당하는 그런 기분이 역설적으로 들 수도 있겠다. 


이번 정권에서는 대통령이 갈등을 제대로 중재해서 해결한 적이 없었다. 갈등이 있을 때 뒤로 빠지니 오히려 갈등이 격화된다. 그런데 초기의 최저임금 인상 외에는, 검찰 개혁으로 대표되는 적폐 청산에 적극적으로 나섰을 뿐 직접 나서서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한 일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아무도 근본적으로 싫어할 수는 없는, 그냥 '좋은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대통령은 리더로서 갈등을 한 번도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다. 이게 결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리더가 결정을 안 하면 복장 터진다. 구성원들의 갈등을 극한으로 몰아넣는 그런 정치가 끝나야 한다.


그 문제의 해법으로 야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리더 개인을 교체해도 정치 구도나 제도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문제가 해결 지는 모르겠다.


좀 이상적이긴 하지만 세상을 더 나아지게 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만약에 자신이 지향하는 바와 같다면 그거에 대해서 어쨌든 지지의 표를 던지는 게 이후를 생각해서라도 맞지 않나 해서 투표소로 간다.


아까 갈등 중재 이야기를 했는데, 정치학자인 샤츠슈나이더(E.E.Schattschneider)는 「절반의 인민주권」에서 ‘갈등의 범위를 크게 만들어야 된다’고 했다. 갈등이 좁은 범위에 남게 되면 강자가 항상 이기게 되는데, 그게 아니라 공적인 갈등으로 승화시키는 게 정치의 가장 기본 개념이고 그 갈등이 있다는 걸 알리려면 일단은 ‘이 사람들이 이만큼 이렇게 지지하는구나’ 이런 것들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니까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보여줘야지 그 갈등이라는 게 대표될 수 있다.




전혜원 1988년생. 주간지 《시사IN》기자. 2013년부터 기자로 일했다. 2017년부터 주로 노동기사를 썼고, 그동안 썼던 노동 기사를 모아 2021년 책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서해문집)을 펴냈다. 보수 언론도, 진보 언론도 말하지 않는 노동의 뒷면을 이야기하는 데 관심이 있다.


문서희 1995년생. 전 청년유니온 기획팀장. 청소년시절 당사자로서 청소년참여기구인 '청소년참여위원회'에서 활동을 하다가 '청소년의회' 담당자로 일했다. 지역에서 청소년-청년과 관련된 활동을 펼치면서 이들이 이행기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일터의 중요성을 느껴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에서 2020년부터 2021년 말까지 기획팀장으로 2년간 활동했다. 2021년 프리드리히 앨버트 재단(Friedrich-Ebert Stiftung)의 지원을 받아 「전문대생, 교육과 노동의 교차점에서」 연구를 수행했다. 지금은 다시 지역으로 돌아와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과 의제활동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윤태영 1984년생. 불평등과시민성연구소 이사장이자 청년재단 기획위원. 2019년 독일 괴팅겐대학교에서 사회정책 박사학위(Dr.disc,pol.)를 받았다. 청년에 관한 연구로 「보건의료산업에 진입하는 취약계층 청년의 경험: 간호조무사 사례를 중심으로」(2020년), 「서울시 청년수당 참여자가 공유하는 ‘6개월’의 의미: 낙인 없이 더 나은 일자리로 이행하기」(2021년) 등이 있다.



청년재단에서 발간하는「청년이슈브리프 Y-언박싱」은 다양한 사회 현안에 대한 청년의 목소리를 무대로 등장시키고 공론장을 형성하고자 하는 청년재단의 새로운 기획 콘텐츠입니다. 청년고민, 사회문제, 청년정책, 미래위기 등 청년의 삶과 관련된 현실적인 주제를 다뤄봅니다. 독자들과의 소통과 교류로 청년의 오늘이 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사회에 메시지를 제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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