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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Oct 25. 2023

엄마의 밤.

고요하고 평화로운 나만의 시간.

시계의 초침 소리마저 크게 들릴만큼 깊고 고요한 밤이다.


불을 끄면 세상이 캄캄해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깊은 밤시간.


엄마로서의 퇴근. 육퇴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유시간을 갖는다.


딱히 무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1분 1초가 무의미하게 흘러간다 할지라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하루종일 회사에서 일하고 돌아온 집은 두 번째 출근지나 마찬가지다.


엉덩이 한번 붙일 틈 없이 종종거리며 아이들의 저녁을 준비하고 간식을 챙겨주고 씻기고 놀아준 뒤 재우고 나면 온몸이 녹초가 되어 차가운 거실 바닥에 대자로 누워서 한숨을 돌리고 손을 뻗어 더듬대며 휴대폰을 찾아든다.

 불 꺼진 거실에서 혼자 반짝이는 화면 속에 의식의 흐름대로 온갖 가십기사에 평소에 관심도 없던 사회 정치 관련 뉴스를 보고 때로는 웹툰이나 웹소설을 정주행 하기도 하며 유튜브 영상을 멍하니 쳐다보기도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며 피곤함에 몸부림치며 밤에 멍하니 보냈던 시간을 후회하겠지만 그 밤 나는 또 같은 시간을 보내겠지.


잠자는 시간이야 늘 아쉽지만 그보다 더 아쉬운 것은 나를 그저 나로서 보내는 시간이다.


그 어떤 것도 하지 않고 아무 의미 없이 보내는 나만의 무의미한 그래서 더 유의미한 나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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