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채우는 연습
이번주도 하는 일이 없이 지나갔다. 하루하루를 돌이켜보면 시간이 정말 천천히 가는데,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가있다. 이렇게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까워서 시간을 채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 계속 연습해 오던 물구나무서기는 어느 때에서부턴가 아무런 진전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저기 검색해보다 보니 언제부턴가 내 알고리즘은 모두 핸드스탠드에 관한 것으로 도배가 되었다. 오히려 좋다.
코어의 힘이 부족한 것 같아서 복부의 힘을 기르는 동작을 연습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강아지 산책 후에 집안 청소를 마쳐도 아침 8시 즈음. 그때부터가 내 시간이다. 3층 방에 올라가 매트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이렇게 저렇게 몸을 구부렸다가 인스타그램에 나오는 짧은 영상을 보고 따라 해본다. 이게 사람으로서 되는 동작인가 싶어 긴가민가하지만 한 달은 해봐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지금은 그냥 흉내만 내는 정도이다.
남편이 쉬는 날에는 아침에 일어나 남편에게 강아지 산책을 맡기고 집안 대청소를 한다. 이번주는 남편과 시내에 나갔다. 쇼핑몰에서 이것저것 쇼핑을 하며 돌아다니다가 장을 봐서 돌아왔다. 점심을 먹고 돌아올까도 생각했지만 딱히 구미에 당기는 음식이 없었다. 집에서 고추장에 밥을 비벼먹는 게 요즘은 가장 좋다. 아무리 시내에 눈요기를 하러 다녀왔다고 해도 점심을 먹고 나니 두 세시쯤.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오래된 이 소파를 버리고 싶은 생각이 다시금 든다.
그렇게 다음날이 되어 남편은 소파를 내놓자고 하는데 나는 그사이에 금방 귀찮아졌다. 하지만 마음을 먹었으니 해야지라는 생각에 소파를 들어 내놓으려던 찰나. 소파가 문에 걸려 나갈 수가 없다. 이 소파는 우리가 이사 오기도 전부터 있었던 것이라 정말 오래된 것 같은데, 세월이 세월인 만큼 조립식이 아니라 정말 나무로 딱 붙여 만든 완성형 소파였다. 옆집 할머니 댁에서 톱니가 달린 칼도 빌려보고 도끼도 빌려와서 다리 쪽에 있는 큰 상판을 걷어냈다.
그렇게 아주 타이트했지만 문을 넘어갈 수 있게 된 우리의 소파. 그렇게 집 앞 쓰레기장에 내놓았는데, 근처에 새로 이사 온 브라질 내외가 이 소파를 가져가도 되냐고 묻는다. 물론이다. 하지만 우리가 난도질을 해놓은 것을 어떻게 쓸지는 의문이었다. 그날부터 큰 소파가 사라졌다. 우리보다 가장 놀란 것은 첫째 강아지, 골든레트리버인 타마. 타마가 항상 자는 소파였다. 아직 1인용 소파 2개가 남아있긴 했지만 그곳에 몸을 담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내가 소파에 올라가 있으면 같이 올라오겠다고 옆에서 계속 손을 주고, 내가 바닥에 내려가 있으면 소파에 올라가서 소파 밖으로 삐죽 튀어나온 턱을 나의 어깨에 괴인다. 누가 봐도 불편한 자세로 앉아있는 그 아이를 보고 있자니, 괜히 버렸나 싶다가도, 넓어진 거실을 둘러보면 아니다 잘했다 싶다. 어차피 오래되어서 앉아있으면 더 허리가 아파지는 그 소파.
이렇게 나의 이민 생활은 느린 듯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이제 딱 한 달이 지났다. 비자를 신청할 수 있을 때까지는 아직 두 달이 남았다. 내가 잘 버틸 수 있을까? 아! 그리고 지난번 남편이 이민국에 전화를 했을까 의문이었는데, 전화를 했고 이민국에서 전화를 받았단다. 이제는 신청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사실이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되어 마음에 꽂히는 걸까.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