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원자력이 아닌 수력에서 전기를 얻는 비중이 70% 이상인 나라
우리나라는 원자력, 석탄, 천연가스, 재생에너지 등으로부터 전기를 만들어 사용한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전기의 73%를 수력발전에서 얻고, 땅 속의 열을 이용해 발전하는 지열발전이 24%. 수력과 지열에서 얻는 전기가 전체의 97%인 청정에너지의 나라다. 그 아이슬란드의 두 번째 날. 스타워즈의 포스(force)가 아닌 아이슬란드의 포스(foss)를 찾아 나선다. 말 그대로 폭포를 찾아 길을 떠난 날이다.
숙소 근처 온천 지역
첫날 숙소는 이틀 때 동선을 고려해서 셀포스 근처 흐베라게르디에서 묵었다. 3월 중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위도도 놓고 아직은 겨울이라 해가 일찍 져서 밤늦게 숙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다음 날 일어나 보니 날씨도 맑을뿐더러 땅 속에서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간헐천 지역이었다. 그렇게 아이슬란드는 언제 화산이 분출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살아 있는' 화산지대임이 실감이 난다.
셀야란드 포스
아이슬란드 이틀 째 여행의 첫 여정은 셀야란드 포스(Seljalands foss)다. 다행히 맑은 날이라 사진이 참 예쁘게 나온다. 왠지 맑은 날씨를 보면서 오로라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보았다.
셀야란드 포스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할 일은 주차권이다. 주차장 한 켠에 서 있는 주차권 발급 기계에서 주차권을 뽑은 후 차 대시보드에 올려놓으면 된다. 누구 하나 주차권을 확인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원칙대로 하는 것이 좋다. 원칙대로 하지 않으면 수십 배 수백 배의 페널티가 돌아올 리스크가 있는 것이 통상 선진국의 신뢰 시스템이다.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지만, 자율을 어겼을 때의 페널티는 상상 이상이다.
주차장에서 걸어가면서 보는 폭포는 여느 폭포지만, 가까이 갈수록 그 위용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든다. 폭포의 높이와 떨어지는 물줄기의 세찬 정도, 귀청을 울리는 폭포 소리는 마음속에 울림을 만들어 내기에 충분하다.
셀야란드 포스의 특징은 폭포 뒤로 걸어 들어가는 길이 나 있다는 것이라 하는데, 정작 내가 간 날은 안전 때문인지 길을 막아둬서 들어가 볼 수 없었다. 폭포 뒤를 한 바퀴 돌아서 나올 수 있다는데, 그 뒤에서 보는 광경이 절경이라고 한다. 또 언제 올지 몰라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대신 감사하게도 구글에 사진을 공유한 어느 외국인(Logan Butler)의 사진으로 마음을 달래 본다.
셀야란드 포스를 바라보며 왼쪽에는 언덕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그 계단으로 올라가면 폭포 옆 쪽 가까이에서 폭포를 배경으로 셀피를 찍을 수 있다.
셀야란드 포스에 가서는 그 폭포만 보고 가기에는 아쉽다. 발걸음을 왼쪽으로 돌리면 길지는 않지만 산책과 함께 또 다른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이 작은 폭포를 가려면 작은 개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바닥에 돌을 잘 밟지 않으면 신발이 물에 젖기 십상이다. 그러나 신발이 젖는 것 정도는 절대 개의치 않을 절경이 기다린다. 폭포 바로 아래에서 폭포의 위용을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성능 좋은' 비옷은 필수다.
셀야란드 포스 구경이 끝나면 주차장에 있는 간이음식점에서 따뜻한 초코 라테나 카페라테 한 잔 마시며 잠깐 물보라에 젖은 옷을 말리며 몸을 데우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스코가 포스(Skoga Foss)
두 번째 찾은 포스는 스코가 포스다. 남부 해안 폭포 중에서 가장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폭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 맑은 날에는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보라로 무지개가 뜬 폭포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오로라에 대한 기대감을 주는 날씨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무지개가 뜬 폭포 사진을 내게 선물했다.
스코가 포스는 높이 60미터, 폭이 25미터라고 하는데, 가까이 가면 갈수록 물방울 때문에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를 정도로' 점점 옷이 젖어든다. 폭포와 내가 물아일체가 된다고 하면 조금은 과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그렇게 점점 여행객들을 폭포 가까이로 한 걸음 더, 한 걸음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다.
스코가 포스 오른쪽으로는 폭포 바로 옆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길이 있다. 한 번에 올라가기에는 건장한 사람도 숨이 찰 정도이니 찬찬히 주위 풍경을 감상하며 올라가는 것이 좋다. 폭포 바로 옆에서 보는 광경은 또 다른 폭포의 멋을 주기에 충분하다. 폭포 수에서 보이는 흰색 포말과 차갑기 차가운 시퍼런 물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무언가라도 삼켜버릴 듯한 맹수의 포효가 느껴진다.
폭포 위를 올라가서 전경을 감상한 후에 시간 여유가 있다면 산책로를 따라 트래킹을 해 보는 것도 좋다. 가파르지 않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스코가 포스 상류의 상대적으로 잔잔하지만 그럼에도 물줄기 하나하나가 스코가 포스의 위용을 만들어 내는 것을 상상하며 걷다 보면 '아, 이런 것이 아이슬란드가 준비한 선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시간 여를 걷고 다시 스코가 포스로 내려오는 길은 참 상쾌하다. 차가운 공기가 폐부로 스며들지만, 그 차가운 공기가 주는 신선함이 좋다. 신선한 공기를 용기에 담아 파는 '봉이 김선달식' 비즈니스를 생각나게 한다. 다시 돌아 내려와서 본 스코가 포스 근처에는 여전히 무지개가 떠 있다.
점심 맛집: Restaurant Suður-Vík
스코가포스 옆 식당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은데도 사람이 너무 많아 다음 행선지인 디르홀레이로 가는 길에 있는 식당을 가겠다고 주린 배를 움켜잡고 또 운전대를 잡았다. 가는 길에 구글 평점을 검색해서 찾은 곳이 비크(Vik)에 있는 식당. 구글 평점이 어지간히 4점대 초반만 되어도 실패하지 않을 식당인데, 무려 4.6. 그 정도면 그냥 믿고 가는 식당이라 할 만하다. 실제 음식의 질은 4.6을 받기에 절대 부족하지 않다. 음식의 질도 좋지만 내부 인테리어가 아이슬란드스럽다. 가격은 유럽 관광지 물가를 감안하면 그다지 비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디르홀레이(Dyrhólaey)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고 배를 든든하게 채운 후, 디르홀레이로 향했다. 디르홀레이는 등대와 코끼리 바위, 그리고 검은 모래 해변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작은 반도 지역이다. 레이니스피라(Reynifjara)와 이웃해 있는 남부 아이슬란드 관광 명소이다. 디르홀레이는 등대를 기준으로 한 쪽은 검은모래 해변(Endless black beach)을 볼 수 있고, 반대 편에는 코끼리 바위를 볼 수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의 에트르타 절벽에서 본 코끼리 바위, 몰타 고조섬 명물이었으나 무너져서 이제는 볼 수 없다는 아주리 윈도우(Azure Window)를 연상시킨다.
검은모래 해변 쪽을 보고 있노라면 그 수만 년의 세월 동안 자연이 빚어 놓은 경이에 숨이 막힐 정도이다. 무언가 무질서하면서도 그 안에서 돌 하나 모래 한알도 다 미리 존재 이유와 역사가 있는, 그래서 누군가가 미리 예비해 놓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 그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디르홀레이의 중심에는 빨간 지붕의 등대가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으려 하는 바람의 포스를 거스르며 등대 반대편으로 걸어가면 코끼리 모양의 바위를 볼 수 있다. 오랜 세월 자연이 빚어낸 예술품이다. 로마는 그 옛날 로마인들이 만들어 둔 건물로 후세들이 먹고 산다지만, 아이슬란드는 사람이 아닌 자연이 만든 자연으로 사람들이 먹고사는 나라다. 코끼리 바위 위에는 바다갈매기들이 둥지를 틀고 촘촘히 서식하며 여행객들을 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