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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버 강 Dec 20. 2023

[에세이 #6] 부자유친(父子有親)

산행 좋아하는 아빠 주려고 21개월 제대할 때까지 신지 않고 아껴두었던 여벌의

전투화를 내밀며 건넸던 아들의 말 "예비군 훈련 때 편하게 신을 수 있게 잘 좀 부탁드려요" 

전투화의 길을 잘 들여달라는 제안이긴 하지만 애써 감추려는 쑥스러움이 귀엽다. 

아니 표현하지 못하는 그만의  애정법은 아닐까 착각하고 싶다.

군생활동안 전투화를 매개로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을 아들 녀석 생각에

울컥한다. 갱년기증상이 또 나오는 것 같다.

그렇지’ 사랑한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아들에 대한 고마움도 

느껴볼 겸 집 앞 광교산에 오른다. 다만 그에게 아쉬운 건 함께 가주지는 않는다.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온 신경을 발에 집중해 느껴본다생각보다 가볍고 발목을 조여 오는 착용감이 좋다.

전투화의 품질이 많이 좋아졌다. 올 겨울의 첫눈산행이고 올해 첫 산행이다. '첫'이라는 

글자는 항상 가슴을 설레게 한다. 두 번째 세 번째를 기약할 수 있고 무엇 인가 기대할 수 있어 

복권을 들고 기다리는 마음과도 같다.

앞으로 광교산은 이 전투화만 신으며 아들이 전해준 포근한 정을 매번 느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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