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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길 협동조합 Jul 05. 2022

노포에서 이어지는 짜장면의 추억

혜화·명륜 성곽마을 음식 이야기

 짜장면이 혜화동 하면 생각나는 음식은 아니지만, 우리 동네 하면 떠오르는 중국집은 두 곳이나 있다. 또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짜장면에 대한 추억 한 가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마을 음식 이야기로 다룰 첫 음식은 짜장면일 수밖에 없었다.      

    

 어린 시절 졸업식이면 부모님과 함께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먹었고, 일요일이면 내가 요리사가 되어 동생들에게 끓여주던 것도 인스턴트 짜장면(짜장 라면)이었다. 대학에 들어와 캠퍼스 잔디밭에서 친구들과 배달시켜먹던 짜장면과 설계실에서 작업하며 많은 끼니를 책임져 준 짜장면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자취를 하며 이 동네 저 동네로 이사를 다닐 때에도, 이사하는 날이면 동네에서 제일 맛있다는 중국집부터 수소문해 시켜 먹었던 음식이 짜장면이고, 돈 번다고 코스요리 먹으러 간 중식당에서 마지막 식사로 선택하는 것도 짜장면이다.      


 짜장면 가격이 1,500원이었던 80년대 후반부터 5,000원이 넘는 지금까지 내가 짜장면과 쌓아 온 추억이 이렇게 많은데, 나는 태어나 지금까지 몇 그릇의 짜장면을 먹었을까? 사람들은 평생 몇 그릇의 짜장면을 먹는 것일까? 짜장면은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다양한 외식문화가 발달한 최근에도 하루 평균 600만 그릇이 소비될 정도로 우리와 가까운 음식이다. 여러 가지 야채와 캐러멜 소스, 전쟁 후 식품 원조로 들어온 값싼 밀가루, 어디든 짜장면 시키신 분을 외치며 찾아오는 배달 서비스는 짜장면과 우리의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들었다.      


 어릴 때는 감자나 야채가 듬뿍 들어간 고소한 옛날짜장이 보통이었고, 짜장 소스가 따로 나오는 간짜장이나 해산물을 넣어주는 삼선짜장을 주문하는 것을 호사로 여겼다. 이후에는 어르신들도 편하게 드실 수 있도록 채소와 고기를 잘게 갈아 넣은 부드러운 유니짜장, 모임에서 나눠먹기 좋도록 큰 쟁반에 볶은 짜장을 올린 쟁반짜장도 나타났고, ‘짜장이냐 짬뽕이냐’ 전 국민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짬짜면도 나왔다. 별미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에는 유슬짜장이나, 사천짜장, 고추짜장이 중국집의 대표 메뉴가 되기도 한다. 짜장면은 우리와 함께 한 100년 넘는 역사 동안 그야말로 무한 변신을 이루어 온 것이다.      

  

 좋은 음식과 가게를 발견하기 위해 나는 새로운 음식점도 많이 찾아가지만, 누군가가 맛있는 음식점을 소개해달라고 하면 보통 나는 노포(老鋪)를 소개한다.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맛을 유지해온 가게는 보통 실패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에서 짜장면 집을 소개해달라고 하면, 그런 의미로 난 ‘진아춘’과 ‘1940 금문’을 소개한다.     


(좌) 진아춘의 옛 모습, 가게 내부에 추억할 수 있도록 사진을 붙여 두었다. (우) 혜화동 로터리를 지키고 있는 금문


 ‘진아춘’은 1925년 학림다방 옆 2층 건물에 처음 자리를 잡았다. 곧 백년 가게가 되는 이 중국집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노포 가운데 두 번째로 오래된 집이다. 중국인 이진산 씨가 양자인 종업원 송협국 씨에게, 송 씨가 조카인 형원호 씨에게 이 가게를 물려주었고, 형 씨의 아들이 가게를 맡으며 진아춘의 오랜 역사가 끊어졌었는데 한국을 떠났던 형 씨가 돌아와 다시 가게를 열면서 이어질 수 있었다. 1950년대부터 70년대 서울대 문리대와 의대생들이 시계, 학생증을 맡기고 외상으로 짜장면을 먹던 추억의 장소인 진아춘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시절 향수를 가지고 방문한다.      


진아춘 가게 내·외부 및 볶음짜장 


 ‘금문’도 1940년부터 혜화로터리를 지켜오는 노포이다. 3대째 대물림을 하며 이어오는 가게는 언제나 단골손님으로 자리가 붐빈다. 3층으로 되어있는 오래된 건물 안에서 짜장면을 먹으며 내려다보는 혜화로터리 풍경도 많이 변했지만, 이 집 짜장면 맛은 변함이 없다. 간짜장 위에는 기름에 튀긴 반숙 계란 프라이가 올라가는데 IMF 이후에 많은 중국집에서 사라진 계란 프라이가 반갑다. 계란 값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갔는데도, 짜장면을 먹는 사람들의 추억과 행복을 지켜주는 주인장의 노력이 감사하다.    

  

금문 가게 내·외부 및 간짜장


 우리 동네 두 중국집이 오래된 추억으로만 방문하는 곳은 아니다. 둘 다 짜장면이 정말 맛있는 집이고, 볶음밥같이 내공이 탄탄하지 않으면 맛이 없는 식사류부터 깐풍기나 다양한 요리까지 수준급이다. 또 차와 식사에 곁들이는 찬, 디저트까지 손님을 대하는 정성이 한결같은 곳이라 다시 방문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동네와 함께하며 세대를 넘어 이어가고 있는 짜장면의 추억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정지혜 돌레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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