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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Jul 22. 2024

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269)

아이 눈이 빨갛게 변했다

어느 한가로운 토요일 아침 집안일을 좀 해놓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늦잠을 주무시던 아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거실로 나왔다



"아빠 눈이 너무 간지러워요."



화들짝 놀라 아이 눈을 바라본다 왼쪽 눈이 빨개져 부어있다 평상시에 눈을 많이 비비는 습관이 있어 하지 못하게 했는데 잠결에 눈을 비빈건지 아니면 끌어안고 잔 인형이 문제였던 건지 오만 생각이 다 나기 시작했다 간지러운지 또 눈을 비비려는 아이에게 화를 냈다



"눈 그만 비벼! 아빠가 눈 간지러우면 비비지 말고 화장실로 가서 물로 씻으라고 했지."



내 성화에 아이는 화장실로 가서 눈을 씻는다


집안일을 하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아이 옷을 갈아입히고 나도 얼른 병원에 갈 준비를 했다, 병원까지 걸어서 가기에는 좀 먼 편이다 차에 시동을 켜고 아이를 태운다 갑자기 오전에 비가 엄청 내려가지고 나는 온몸이 홀딱 젖었다 다행히 병원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아이는 안과에는 처음이어서 주민번호를 불러주고 5분 정도를 대기를 하고 들어갔다



"아빠 무서워요."


"처음이라 그래 여긴 그래도 치과보단 안 무서울 거예요 저기 의자에 앉자."



아이를 의자에 앉히고 검사대에 턱을 대준다 안과 특유의 밝은 불빛 때문에 아이가 눈뜨는 걸 힘들어 하자 의사 선생님께서 아이 얼굴을 잡고 눈꺼풀을 살짝 눌러 눈을 살펴보신다



"심각한 건 아니고, 집먼지나 이불 인형 아니면 밖에서 놀다가도 눈에 이렇게 생길 수도 있어요 알레르기성 반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안약 하나 처방해 드릴 테니 하루에 한 번 정도 넣으시면 됩니다."



다행히 큰일은 아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아이 손을 잡고 병원을 빠져나온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잔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점심은 밖에서 먹자니까 좋아하시던 따님, 눈은 아직 붓기가 덜 빠졌다



"인형도 자주 빠는 거 아니니까 잘 때는 얼굴 쪽에 하지 말고 바닥에 내려놓고 자던지, 눈 간지러우면 비비지 말고 화장실 가서 씻으라고 했어요 안 했어요?"


"했어요..."



집으로 돌아와 손발을 씻고 얼굴 세수까지 한 다음에 아이 눈에 안약을 한 방울 떨어뜨려준다 그러고는 집안 대청소를 시작했다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도 하고 자주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도 의사 선생님이 집먼지 때문일 수도 있단 그 한마디에 나태했구나 싶다


안약을 넣어주고 두세 시간 정도 지나서 보니 다행히 눈의 붓기와 충혈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게 보였다



"OO 씨 아빠가 잔소리를 하는 게 아니고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알려주잖아요 눈을 비비면 안 되는 이유가 뭐라고요? 손이나 공기 중에 나쁜 병원균이 있는데 그게 눈에 들어가면 이렇게 염증이 생겨요 전에 아빠 눈에 다래끼 난 것도 비슷한 거예요 아빠는 어린이들보다 면역력이 좋은 편인데 그때 아빠가 많이 피곤했었잖아요 그럼 어른들도 그렇게 아픈 게 생겨요 아빠는 병원 가서 칼로 염증난 부분 찢어요."



OO이도 그럴 거예요? 라고 덧붙이자 아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빠가 웬만하면 하지 말라는 이야기 안 하잖아요, 유튜브 볼 때도 핸드폰 할 때도 근대 아빠가 하지 말라고 할 때는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이유를 알려주잖아요  그럼 OO이도 그렇게 해야죠 이유를 알려줬는데도 그렇게 했다가 이런 결과가 나오면 본인 손해라니까요? 오늘 일을 경험으로 많이 느끼고 배웠으면 좋겠어요."



아마 아이는 며칠을 가지 못할 것이다 또 자기가 하고 싶은데로 하고 또 아프기도 할 것이고 그러면서 배우는 거겠지 하지만 부모입장에선 그 횟수가 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싶은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극성인 아빠는 아니지만 극성일 수밖에 없는 부모의 입장도 조금은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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