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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Aug 16. 2024

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274)

일상


딸랑구가 좋아하는 초코 와플 볼에 잔뜩 묻히고 먹는다

우리 집 따님은 전화를 잘 안 하시는 편이지만 하루에 두 번은 항상 전화를 한다, 첫 번째는 일어나서 센터에 도착했을 때이다


아침 업무를 한참 보고 있을 때여서 바쁘지만 잠깐은 시간을 내서 전화를 받는 편이다



"아빠~ 저 센터 도착했어요, 오늘 친구들이 다 일찍 와서 재미있게 놀 거예요."


"오늘 아침에는 공부 안 해요?"


"놀고 공부하기로 했어요. 아빠는 회사예요?"



뭐가 그리 궁금한지 일은 많은지 바쁜지 종알종알 물어본다 끝은 항상



"아빠 사랑해요 오늘도 파이팅!"


"OO이도 오늘도 재밌게 잘 놀고 이따 저녁에 봐요."


"네~ 얼른 전화 끊으세요."



아침의 전화 한 통이 오전의 고된 노동을 조금이나마 잊게 해주는 편이다


두 번째 전화가 오는 시간은 학원에 도착해서 이다, 센터에서 학원까지 가는 길은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서 가는 길이다 가는 길에 아이들에겐 무엇이 그리 신기한 게 많은지 단지를 어슬렁 거리는 고양이도, 바닥에서 기어 다니는 작은 벌레들도 아이 눈에는 신기한가 보다



"아빠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지렁이가 열심히 기어가고 있어요 길 위는 뜨거울 텐데 흙으로 가야 할 텐데?"


"바닥이 습해서 나왔나 보다 다시 흙으로 가겠죠?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얼른 학원으로 가요 지각하면 어쩌려고."



학원까지 가는 길을 조잘거리면서 간다, 날이 더워서 탈수라도 할까 걱정이 돼 길을 재촉하기는 하지만 아이는 더운 것보단 그냥 지금이 즐겁나 보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일을 보면서 그 종알 거림을 듣는다 업무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잔뜩 집중하며 일과 병행하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는다 금세 학원에 도착해서



"아빠 도착했어요 이제 공부할게요 끊어요."


"알겠어요 공부 열심히 하고 더우니까 물도 많이 마시고."


"네!"



이내 전화를 끊고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쉽지 않은 삶이다, 아마 아이도 그럴 것이다 혼자라 어리광이 먼지 아이답게 크는 게 뭔지 잘 모를 뿐이지 아마도 주변 친구들이 일상적으로 집에서 겪는 일들을 들어오면서 자기가 뭔가 다른 평범한 가정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이혼가정은 그렇다 그때의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 시키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아이가 느끼는 사랑과 현실에서 느껴지는 그런 시선들은 엄연히 다를 것이고 사람들의 잣대는 엄격해질 수도 있다 한 번의 실수에 쟤는 그래서 그런 거 아니겠니 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아이가 굳이 남의 눈치를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그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그렇게 자라면 좋겠다


날이 점점 더 더워진다, 아이랑 주말에는 삼계탕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신나게 놀고 와서 얼굴이 좀 타서 그런지는 몰라도 왠지 핼쑥해진 느낌이다 맛있는 거 먹이고 몸보신 좀 시켜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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