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가 절반만 들어오기 시작했다
매월 마지막날이 아이의 양육비를 받는 날이다, 언제나 양육비 입금 해달라고 하지 않으면 입금이 되지 않는 중이다, 오전 중에 입금해 주면 좋으련만 오후 세시에서 네 시 사이쯤까지도 입금이 되지 않아 문자를 넣어줘야 저녁때쯤 입금이 되어왔다
이행명령 소송 중이라 날이 선 탓도 있겠지만 8월의 마지막날 들어오는 양육비의 액수를 보고 놀람을 금치 않을 수가 없었다
법원에서 지정해 준 양육비는 40만 원 그건 전처도 동의했던 내용이었고 나도 아이가 커감에 따라서 증액을 요청하였었지만 증액된 금액도 아닌 입금된 양육비는 그것의 절반 20만 원이었다
'양육비 금액이 이게 아닐 텐데 다시 입금바람.'
문자를 보내자 곧 답장이 날아왔다
'일을 하고 있지 않아서 돈이 부족해 다음에 같이 줄게.'
'재산 분할 금액이 OOOO만원인데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함? 일 키우지 말고 제대로 입금바람.'
하지만 전처는 그 뒤로 답장이 없었다
고민을 많이 하는 중이다 이행명령의 청구를 면접교섭에, 양육비 미지급분에 대한 이행명령을 추가로 신청해야 할지 아니면 별도의 소송을 준비해야 할지 말이다 얼마 전 조사기일 때 전처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저 사람이랑 마주치기 힘들어서 아이도 못 볼 거 같습니다."
본인이 이렇게 일을 만들면서 마주치기 힘들다고? 정해진대로 했었으면 아무 문제없었을 일들을 본인이 키워놓고 내 탓을 한다
양육비 미지급의 경우 전 배우자가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 집 다른 식구들의 동의를 얻어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들었었다, 자세한 건 좀 더 알아보고 진행해야겠지만 이렇게 할수록 본인 손해라는 것을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
나도 전처가 보고 싶지 않다 이제는 가능하면 더 마주치지 않고 조용히 아이를 성인까지 잘 키우고 나도 조금 안정적으로 된다면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시작하고 싶다 결혼 생활 중에서 느꼈었던 스트레스들을 이혼을 하고 나서 까지 느껴야 하는 게 너무나 힘들다
여전히 본인만 참고 살아왔다고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그 외의 법적인 것들까지 무시하는 것이 참 신기하지만 나도 그냥 가만히 있지는 않은 사람이니까 그 정도 각오는 하고 건들었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관대해질 수 있는 건 상대방이 내 편임을 인지하고 있을 때뿐이라고 결혼 생활 중에도 몇 번이나 이야기했었는데
내가 지금 당장 힘들어 죽겠는데 남 걱정까지 해줄 정도로 보살은 아니다 신경질 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나를 보며 혹여나 아이에게 내 감정을 배출할까 봐 그러지 않으려고 매우 노력한다 아이와 같이 가사 조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은 얼마나 스트레스가 받았는지 집에 와서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렸다 여섯 시쯤 아이와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일곱 시 반이 다 돼서도 눈이 제대로 뜨이지 않았다
아이가 들어와서 안기더니 펑펑 운다
"아빠 죽은 줄 알았어 한 번도 안 움직이고 자서."
"아빠가 오늘 좀 힘들었나 보다 뒤척이지도 않고 코도 안 골고 잤어?"
"네."
아이의 눈가를 닦아주고 얼른 일어나 저녁을 차렸다 입맛이 없어 나는 먹지 않았는데 아이가 물어본다
"아빠는 왜 밥 안 먹어요?"
"입맛이 없네요, 얼른 드시고 이따 다 먹으면 아빠 불러줘 아빠 조금만 더 누워있을게."
"네."
밥을 넘기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방으로 들어와 다시 누워본다 잠은 다 깨서 정신은 멀쩡했지만 몸이 축 늘어진다 더 안 좋아질 구석은 없지만 그렇다고 나아질 구석도 안 보이는 요즘이다 곳곳에 산재해 있는 문제들이 하나씩 해결해 가려고 노력 중이지만 어느 하나 만족스럽게 해결된 것도 없다
'가만히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있다 어찌하랴 지금 당장의 현실은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는데 지지 부진해 보이는 것 같아도 모든 일에는 언젠가 마무리되는 날이 온다는 것을 알기에 조금 더 버텨 보기로 한다 아니 딱히 그것 말고도 할 수 있는 게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