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다망한 나날의 연속이라 접속도 잘 못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글을 남기게 되는 것은
정말 오랜만에 재미있게 본 영화 때문입니다.
엠마스톤의 오스카 수상 소식을 통해 처음 이 영화를 알게 되었습니다.
여성버전 프랑켄슈타인이다, 페미니스트 영화이다, 수위가 상당히 강하다... 등등
여러 가지 평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제목 때문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호불호가 갈라질 수는 있겠지만, 저는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른 관객들은 내용이 어렵다고들 하시는데,
그냥 어른의 몸을 가졌기에, 어른들이 세상에 바로 뛰어들 수 있었던
어린아이의 흥미진진한 성장기 그 자체였습니다.
순수하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벨라는 그녀를 이용하고 구속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어른, 혹은 어른들에게 둘러싸여 아슬아슬한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예측 불가의 매력을 가진 벨라에게, 어른들은, 그리고 세상은 이용하기도 하고 이용당하기도 하며, 구속하기도 하다가 구속당하기도 하면서 모험은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듣던 대로 상당히 센 수위의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뭐랄까요.... 특히 후반부 풍속업 장면에서는 분명히 상황만 보면 벨라가 이용당하는 상황 같기는 한데,
그녀의 자유의지가 담겨 있는 상황이라 수위에 비해 상당히 담백한 느낌이었습니다.
엄청나게 진지하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은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는 느낌이라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별일 아닌 것으로 전전긍긍하고 쉽게 실망하는 성격이라서인지,
이렇게 담대한 성격의 인물을 보면, 제가 하고 있는 고민들이 사소하게 보이는 묘한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물론, 이런 장면들이 불편하신 분도, 불쾌하신 분들들도 많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것을 불가피하겠지요.
어쨌든 욕망에만 솔직했던 벨라는 성장합니다.
욕망을 억누르거나 감추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욕망을 충실하게 따르는 방식으로요.
안타까운 상황을 보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주고자 하는 욕망,
새로운 것을 배우고 탐구하고자 하는 욕망,
자신을 구속하고자 하는 부조리에 저항하고자 하는 욕망..
벨라는 늘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게 살아갑니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자신만의 기괴하고 아름다운 스위트홈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몽환적이면서도 유쾌한 연츨
배우들의 환상적 연기와 궁합이 모두 좋았습니다.
더불어 마크러팔로의 인간미 넘치는 연기, 윌렘데포의 이름 값하는 연기를 비롯,
대부분 훌륭했지만
엠마스톤은 정말로 대단하더군요.
저는 외국 배우를 보면 연기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구분하지 못합니다.
이런 까막눈인 저조차도 감탄했던 배우는 '갱스오브뉴욕'에서의 다니엘데이루이스와 '고백'의 마츠다카코, '더문'에서의 샘록웰, '유전'의 토니콜렛 정도였는데..
열탕, 온탕, 냉탕을 오가는 엠마스톤의 연기는 영화의 호불호와는 별개로 이견이 없을 것이라 생각되는 명연기였습니다.
아.. 그리고 저는 마크러팔로가 이렇게 매력 있는 배우인 줄 몰랐습니다.
엠마스톤은 물론이고,. 마크러팔로에게도 무한한 감탄과 애정을 느끼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자, 그럼 영화 제목인 가여운 것들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요?
엠마스톤의 스위트홈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들?
아니면 그 밖에서 욕망과 힘겨루기를 하며 살아가는 존재들? 물론 여기에는 저와 같은 관객들도 섞여있겠지요.
정답은 없겠지만 저는
아마 서로를 바라보는 관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쯔쯔... 왜 저렇게 사는 걸까...라고 서로를 바라보지만,
그저 각기 다른 욕망과 삶을 살아가는 것일 뿐이죠
그런데 그러면 또 어떻습니까.
지구 위에는 80억 개의 삶이 있고,
각자 외에는 다 가여운 것들일지도 모르는데요.
누가 저를 가엾다고 여겨도 상관없습니다.
마크러팔로를 보세요.
찌질하고, 가엾지만, 매력 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