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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항 Apr 03. 2023

아버지(토마스. H. 쿡)-스포 조금

주인공은 ‘아버지’입니다.


총각 시절 그는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흠모했습니다.

사실 그녀가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었을 것입니다.

그의 눈에는 그녀만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감히 그녀에게 다가갈 수는 없었죠.     

그런데 어느 날 ‘기적’처럼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그녀가 말을 건 것이죠.

아름다운 데다가 상냥하기까지 한 그녀에게

‘아버지’는 이제 흠모를 넘어선 사랑의 감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곁에는 이미 하늘의 ‘천사’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가 파고들 틈은 없어 보였죠.     

그런데 ‘기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나 봅니다.

아름다운 남자는 사라져 버리고,

‘감당할 수 없는 사명’을 짊어지고 있던 그녀는

어느 날 밤 그에게 청혼을 하게 됩니다.

‘총각’이었던 그와 ‘처녀’였던 그녀는 그날 밤 연인으로 맺어지게 됩니다.

(이런 표현이 불쾌하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만, 소설에 나온 표현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6개월 후,

그녀는 아이를 출산하게 됩니다.

미숙아가 아님은 분명했고,

그것은 당시 분명 ‘처녀’라고 했던 그녀가 그 시기 이미 임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의 진정한 사랑은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시간이 갈수록 자신과 닮지 않은 모습으로 자라는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고통스럽습니다.

그는 아내를 미워했고, 아들을 증오했습니다.

아무리 그가 아들을 미워해도

아들은 훌륭하게 자라났습니다.

그리그 그 사실은 그를 더욱 고통스럽게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결심합니다.

아들의 평판을 무너뜨리기로요.

대중 앞에 끌려 나와 조롱과 멸시를 당하고,

받을 수 있는 가장 극심한 고통을 겪도록 하기로요.     

의외로 그의 계획은 성공적이었는지, 

아들은 그가 바라던 대로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겪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한마다의 말을 하게 됩니다.

그 말은...                    


이 작품은 20페이지 남짓한 토마스. H. 쿡의 단편으로서,

한스미디어에서 출간한 “세계 추리소설 걸작선 2”에 수록되었습니다.

그러나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뭔가 색다른 충격을 주는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내용은 짧고 압축적이라 지루할 틈 없이 술술 읽힙니다.

이 막장스러운 전개의 원인은 그인가, 아니면 그녀가... 등을 생각하다 보면,

마치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처럼,

마지막 단 한 줄의 문장으로 소설 전체가 완전히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는

아주 세련된 반전을 보여줍니다. 

물론 “살육에 이르는 병”과는 반전이 주는 충격의 결은 완전히 다릅니다. 

굳이 비슷한 느낌을 찾는다면, 아이작 아시모프가 쓴 하나의 단편이 떠오르긴 하는데요.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너무 큰 힌트와 스포가 될 것 같아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요약된 줄거리만 보시더라도

눈치 빠르신 분들은 뭔가 알아차리실 수도 있을 것 같지만요.     


모쪼록 이 작품은 직접 읽어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이 작품뿐만 아니라, “세계 추리소설 걸작선 2”에 수록된 단편들은 전반적으로 꽤 재미있습니다.

참고로 중고서적, 전자서적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천지개벽"과 같은 느낌의 반전을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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