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크레파스

등교한 뒤, 체육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이날은 체육시간이 마지막 수업인 6교시 때 있었는데, 선생님은 미리 5교시 때 종례를 하시고 체육시간을 자유시간으로 대체하셨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청소 당번만 남고 나머지는 바로 집에 가도 좋다고 하셨다. 아이들은 신나서 가방을 싸고 운동장으로 뛰어나와 축구며 고무줄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좋아하는 운동이 없어서 혼자 조용히 계단에 앉아 축구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서 여학생들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난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는데, 여삼총사인 화숙, 미혜, 윤정이가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그녀들은 한참을 뛰다가 내가 앉아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녀들이 나에게 오지 않길 기도했다. 지난 도시락 사건도 그랬고, 그녀들의 적극적인 성격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여삼총사는 점점 나에게 가까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불안해하며 고개를 숙인 채 축구를 보는 척했다. 그때 여삼총사 중 누군가가 나의 옆에 있는 가방을 발로 세게 찼고, 세 명이 동시에 크게 외쳤다.


“야~ 이남호! 바보야! 하하하!”

순간 가방은 아레로 데굴데굴 굴렀고, 운동장 밑바닥에 다다랐을 때 충격 때문에 가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얼마 전 어머니께서 사 주셨던 크레파스가 튕겨져 나와 사방에 뿔뿔이 흩어졌다. 어떤 것은 부러지고 어떤 것은 저 멀리 굴러갔다. 나는 도망치는 그녀들을 쫓아가 말했다.

“야 너네 진짜 못됐다! 이거 물어내! 얼마 전에 우리 엄마가 사 준 새 크레파스라고!”

“어머…. 야, 이남호. 너 따질 줄도 아니? 화낼 줄도 알아? 호호호!”

“뭐? 너 이리 와 봐! 내가 그렇게 만만해? 내가 네 장난감이야? 좀 맞아라!”

“앗! 야, 이남호! 그렇다고 여자를 이렇게 때리면 돼? 선생님한테 다 말할 거야!”

“말해! 내가 겁낼 줄 알고? 너네가 먼저 날 갖고 놀았잖아? 이 악질들아! 나 이남호야!”

나는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럴 수 없었다. 나는 그런 나에게 실망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상상에서처럼 그녀들에게 따지고 주장하고 싶었지만, 입술은 꿀을 발랐는지 붙어 있었고, 발은 얼음땡이라도 하는 건지 땅에 꼭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한참을 그곳에 앉아‘나는 왜 저 여삼총사에게 내 감정을 자신 있게 표현하지 못하는 걸까? 왜 나는 소심할까? 왜 나는 용기가 없는 걸까? 나는 왜 당당하지 못할까?’ 라며 스스로 한탄했다. 당시 나는 이런 일이 내가 불치병에 걸려서 그런 건줄 알았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이 말을 했다간 큰 충격을 받을까 봐 두려웠다.


<잠깐! 여기>

1. 자녀가 자신의 감정을 자신 있고 단호하게 표현하도록 격려하고 의사소통 기술을 개발하도록 돕습니다.

2. 자기주장과 문제 해결 기술을 연습하여 괴롭힘을 다루는 것과 같은 어려운 상황을 처리하는 방법을 자녀에게 가르칩니다.

3. 자녀가 자신의 경험과 우려 사항을 공유하고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인정할 수 있는 안전하고 지원적인 환경을 조성하십시오.

4. 자녀의 강점을 칭찬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도록 격려함으로써 자녀가 자존감과 자신감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5. 자녀에게 대처 기술을 가르치고 실패와 좌절로부터 배우도록 도와줌으로써 자녀의 회복력을 키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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