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점심시간 : 너 좀 꺼져줄래?

한 달에 한 번씩 담임선생님은 짝지를 바꿔 주셨다. 특히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아이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주셨다.

“자, 오늘 짝지 바꾸는 날인데, 혹시 짝지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는 학생 있나요? 자신 있게 말하면 바꿔 줄게요.”

그때 병관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요! 김미혜와 짝지 되고 싶은데요! 하~~ 하~~ 하~~”

병관이는 크게 세 번 웃으며 자신의 감정을 멋지게 표출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따라서 웃었다. 미혜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미혜는 반에서 공부도 잘하고 남자아이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성격은 약간 조용한 편에 속하지만 대체적으로 활발한 편이며,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 주위에는 성격이 비슷한 화숙이와 윤정이라는 아이들이 항상 붙어 다녔는데, 나는 이 세 사람을 ‘여삼총사’라고 불렀다.

그렇게 병관이와 미혜는 한 달간 짝지가 되었다. 짝지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말하지 않은 아이들은 앞뒤로 한 칸씩 밀리며 다른 아이와 짝지가 되었다. 당시 나는 병관이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고 많은 자극을 받았다.


‘어디서 저런 용기가 나오는 걸까…? 부끄럽지 않나? 쪽팔리지 않나?’

6월 봄, 다시 새로운 달이 되었을 때, 선생님은 다시 한번 짝지를 바꾸는 날이라고 말씀하셨다. 여전히 병관이는 다른 여자아이와 앉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말했다.

나는 조용히 다음 짝지가 될 사람을 기다렸다. 그런데 미혜가 내 짝지가 된 것이다. 미혜는 아까 말했듯 꽤 인기가 많은 여자아이다.

그러자 병관이가 나를 삿대질했다.

“하~~ 하~~ 하~~”


어느 날 점심시간, 나는 평소처럼 도시락을 꺼낸 후 점심을 먹으려고 했다. 그때 미혜의 절친인 화숙이와 윤정이가 도시락을 가지고 내 주위에 섰다.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부담을 느끼며 속으로 ‘쟤네들이 왜 여기 왔지? 혹시 여기서 밥을 먹으려고 하나?’ 하며 두려워했다.

예상대로 그녀들은 미혜와 같이 밥을 먹으려고 온 것이었다. 그런데 책상이 비좁고 의자가 모자르다는 것을 알고는, 약간 불편한 표정을 짓더니 내게 말했다.


“야, 이남호~ 너 저기 빈자리에서 먹어라! 여기 자리가 좁아서…. 좀 꺼져 줄래?”

‘저기 빈자리에서 먹어라!’라는 소리를 들으니 혈압이 오르고 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야! 여기는 내 자리인데 내가 왜 다른 곳에 가서 밥을 먹어야 하지?’라고 큰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어, 그래….” 하며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들은 깜짝 놀라면서도 신나서 “와~” 환호하며 도시락 뚜껑을 열기 시작했다.


한순간 내 책상은 여삼총사들의 도시락과 반찬통으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나는 잘못 대답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아 후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빈자리에 가서 혼자 밥을 먹었다.

‘이런 바보…. 자기 밥그릇도 못 챙기는 이남호! 나는 왜 내 감정을 자신 있게 표현하지 못하는 걸까? 무슨 병에 걸렸기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걸까?’


한참 후, 나는 밥을 먹고 내 자리에 돌아왔다. 그런데 그녀들이 떨어트린 멸치와 밥풀 몇 개, 그리고 김치 조각이 책상에 붙어 있는 것을 보니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참으로 기분이 암울했다. 그러나 순간, 나는 다음이 걱정되었다. 또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다행히 여삼총사들의 만행은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나는 그녀들이 나를 시험해 본 거라는 걸 뒤늦게야 알았다. 그냥 한 번 떠 본 것 뿐인데, 거절하기 미안해하는 내 성격상 피해의식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다른 자리로 갔던 것이다. 만약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그녀들에게 “야, 우리 같이 먹자!”라며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아쉬운 사건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성격은 6학년 때 가장 활발하게 형성되었던 것 같다. 만약 내가 고민하지 않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이게 학교생활을 했다면,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은 어땠을까? 또한 미래의 꿈과 직업은 어떻게 설정되었을까? 다행인 것은 현재, 내가 사람들에게 화술과 말하는 법을 가르치고 컨설팅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에 매우 만족하고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아픈 과정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처럼 남들이 갖고 싶어하는 대중 스피치 능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지난 유행했던 ‘나는 가수다’ ‘나는 강사다’ ‘나는 꼼수다’라는 말은 이제 사회에서 통상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나는 13살 때 스스로 ‘나는 소극적인 아이다’라고 생각했다. 다른 적극적인 아이들에 비해 잘하는 것도 없고, 항상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았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나보고 ‘이남호는 소심한 아이다’ ‘이남호는 얼굴이 어둡다’ ‘이남호는 조용하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마음속으로 변화를 갈망하고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 성격은 저절로 변한다’ ‘군대 가면 바뀐다’ ‘적극적인 사람과 같이 있으면 성격도 변한다’라는 말처럼, 사람들은 성격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 정말 성격은 변하는 것일까? 나는 이 화두에 대해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성격이 어느 정도 변한다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내 인생을 보면 ‘성격은 변할 수 있는 거구나!’라며 손뼉을 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 나는 노력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오랜 시간 끈기 있게 낡은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습관을 습득하기 위해서’ 노력했을 뿐이다. 그것이 바로 나의 비결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못 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100%의 변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한 걸음에 한 계단씩이라는 말처럼, 욕심을 부리지 말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가다가 지쳐서 쓰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미있는 것은, 처음에는 스스로 50% 정도만 변해도 만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50%까지 끌어올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100%의 변화를 원하게 된다. 사실 성격 변화는 50%까지는 금방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50%는 오랜 끈기와 열정이 필요하며, 평생토록 자신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생각해야 할 인생 공부와 같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 자신의 성격이 어릴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던 사람, 특히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부정적인 성격의 독자들이 있다면 공감할 것이다. 그만큼 성격은 쉽게 바뀌기 힘들며, 변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

EBS 다큐멘터리 중 ‘소심한 성격 소유자’에 대해 방영된 편이 있었다. 소심한 성격 소유자는 단점도 많이 있지만, 반면에 장점이 더 많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다. 나는 굳이 성격을 변화시키지 않아도 삶을 사는 데 크게 지장이 없다는 말에 수많은 소심한 사람들이 심적으로 보상을 받고, 스스로 정당화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마 내가 34년 전에 이런 방송을 TV에서 보았다면 나 또한 그 말에 수긍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보통 사람들과 달리 성격 변화를 곧 내 인생의 큰 과제로 생각했다. 그리고 나 스스로 소심한 아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기회가 온다면 언제든지 변화하고 싶었다. 그래서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느 이른 아침, 태양의 빛으로 눈을 떴을 때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며 눈을 떴다. 학교에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조차 감지하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늦잠을 자다 보니 머리는 거의 못 감았고, 늘 성급하게 등교하곤 했다.

내가 소심한 아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로는 모든 행동이 느려졌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가장 귀찮고 싫었다. 학교에 등교한 나의 모습만 보아도 내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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