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철로 위에 지은 집
눈이 번쩍 떠진다. 생각할 겨를 없이 옆에 있는 토비를 톡톡 두드리면 눈도 채 뜨지 못한 아이가 몸부터 일으킨다. 가야 한다는 걸 아는 어린 토비가 대견한 마음이 드는 순간이다. 아이를 등 뒤에 업고 그 위로 천을 덮는다. 바람이 들어가지 않게 틈 없이 천을 당겨 허리에서 묶는다. 그리고 작은 양동이와 작은 삽 하나를 챙겨가지고 집을 나서는 것이다. 레일 위를 불편하게 걸어 마을 쪽으로 향한다. 보기에도 좋고 안은 더 좋을 것 같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가로질러 가는 동안 토비가 소곤댔다.
“엄마”
“아직이야. 좀 더 가야 해 “
“엄마, 엄마“
“좀 더 자도 돼”
“나 쉬 “
“토비“
“알겠어. 참을게”
아침 쉬야도 못 시키고 나올 만큼 급한 이유가 있다. 토비도 그걸 알기에 젖 먹던 힘을 다해 참는 것이다. 저기 새벽녘에 모인 사람들이 보였다.
“이렇게 늦게 오면 곤란해! “
“죄송합니다. 내일은 더 일찍 나서볼게요. “
“우린 할 거 다 하고 나와도 여유롭지만 에셀은 철로를 걸어서 여기까지 오려면 힘들지? 애도 업고 오잖아. “
거북이 등껍질처럼 붙어있던 토비가 더는 못 참겠는지 두 다리를 버둥거리다 느슨해진 천 아래로 쏙 내려왔다.
“엄마! 나 쉬이”
토비를 데리고 풀숲에 들어가 쉬야를 누이는 에셀에게 토비가 말했다.
“엄마 오늘도 비밀이지? “
토비를 보는 에셀의 입술이 안쪽으로 사라지며 일자가 되었다. 토비의 몸이 부르르 떨렸는데 쉬야를 한 직후여서인지 낯설게 느껴지는 에셀 때문인지 구별이 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