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지리산 노고단
구례의 섬진강과 서시천을 하얗게 물들였던 하얀 벚꽃이 지고 섬진강과 서시천 등 구례의 곳곳이 어느새 연둣빛으로 물들었고 구례를 감싸고 있는 지리산, 백운산, 견두산 등이 연둣빛 신록으로 물들었습니다.
천왕봉, 반야봉과 더불어 지리산의 3대 주봉인 노고단은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 지리산에서도 가장 유명한 봉우리입니다. 1915m의 천왕봉과 1732m의 반야봉과 달리 접근성이 가장 좋아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도 많은 탐방객들이 찾아온 지리산의 가장 아름다운 봉우리입니다.
노고단의 원래 이름은 길상봉입니다. 지리산을 지키는 산신인 노고 할머니의 제사 터가 있다 하여 노고단이라고 불립니다.
자동차로 갈 수 있는 성삼재(1102m)에서 시작해 4.7㎞만 걸어 올라가면 노고단에 닿습니다.
- 노고단 코스 : 성삼재 ~ 무넹기 ~ 노고단대피소 ~ 노고단노개 ~ 노고단
- 거리 : 약 4.7km(편도, 지름길 기준)
성삼재에서 ‘무넹기’까지 가는 길은 걷기 편안합니다. 적당한 경사로 가볍게 운동하는 느낌으로 걸을 수 있습니다. 무넹기까지 이어진 탐방로는 연둣빛으로 물들었습니다. 햇살에 비친 나뭇잎이 연두색으로 빛이 납니다. 신록 속에는 붉은색의 병꽃과 연한 분홍색의 산철쭉이 피어 탐방객들을 즐겁게 합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의 탐방로를 걷다 보면 3곳의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보통 올라갈 때는 지름길로, 내려올 때는 편안한 길을 이용합니다.
무넹기 근처에서 첫 번째 갈림길을 만납니다. 나무 데크 계단을 오르면 무넹기에 도착하게 됩니다.
무넹기는 물을 넘겼다는 의미로 남원 방향으로 흐르는 계곡물을 일부 구례 화엄사 계곡으로 넘겼다고 하여 불리는 이름입니다.
약 1200m의 높은 곳에 이렇게 작은 계곡물이 흐른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무넹기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발걸음을 옮기면 신록으로 물든 탐방로가 이어지고 맑고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을 만나게 됩니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너무 시원합니다.
두 번째 갈림길에서도 가파르지만 짧은 돌계단길로 올랐습니다. 나무 사이에 숨어 우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정겹게 들려오고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온몸을 감싸고돌아 시원합니다. 돌계단을 오르면 노고단 대피소가 보입니다. 현재 보수 공사 중으로 운영하지 않습니다.
노고단 정상을 가기 위해서는 탐방을 예약해야 합니다. 인터넷으로 예약이 가능하고 노고단 대피소에 설치된 예약 시스템을 이용해 현장에서도 예약이 가능합니다.
하루 1870명으로 입장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잠시 목을 축인 후 다시 돌계단길로 올랐습니다. 이 길도 역시 연둣빛 신록이 아름답게 물들었고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더욱 맑고 또렷하게 들여옵니다. 탐방로 주변에 핀 붉은 병꽃이 이제 막 피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가파른 돌계단길을 오르면 확 트인 공간이 펼쳐집니다. 이곳은 노고단 고개로 노고단 정상으로 가는 입구이고 지리산 종주의 시작 지점입니다.
노고단 탐방지원센터에서 미리 예약한 QR코드를 스캔하고 입장하면 노고단 정상부로 들어서게 됩니다.
노고단으로 가는 나무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멸종 위기종인 복주머니란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무릎을 꿇고 열심히 사진을 찍게 됩니다.
복주머니란은 멸종 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로 꽃의 모양이 마치 주머니를 닮아 복주머니란 또는 요강꽃이라고도 부르며 꽃말은 튀는 아름다움이라고 합니다.
5월 중순 이후 노고단 정상 부근에 피었던 연분홍색 산철쭉은 절정을 지나 서서히 지고 있지만 6월 이후 다양한 야생화가 핍니다.
지리산국립공원은 탐방객 수의 제한 등을 통해 주변 식생이 복원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5월에는 털진달래와 산철쭉이 피고 7~8월에는 둥근 이질풀, 원추리 등이 피고 8월 말에는 구절초가 핍니다.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너무데크길을 걷다 보니 연둣빛으로 물든 노고단 정상 부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노고단 정상 부근은 일제강점기 외국인 선교사 휴양촌이 만들어지면서 큰 나무들이 베어졌다고 합니다.
외국인 선교사들은 풍토병을 피해 서늘하고 공기 좋은 노고단 주변으로 몰려 들었고 그때 수양관과 별장 시설 등이 지어졌습니다. 노고단 주변에 석조와 목조 건물 56동이 있었습니다.
1967년 구례 군민들의 모금 활동 등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이 지정되면서 그나마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노고단으로 가는 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힐링로드입니다. 섬진강 전망대에 서면 구례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맑은 날에는 광주 무등산도 볼 수 있습니다. 구례읍과 문척면을 가로지르는 섬진강이 흐름이 멋지게 보입니다.
정상에 오르면 노고단 정상석과 돌탑이 보입니다.
노고단은 세조 2년인 1456년까지 지리산 산신제인 남악제례를 올렸던 곳입니다. 이후 구례군 광의면 당동 마을로 옮겨 지내다가 1908년 일제의 탄압으로 폐지되었고 해방 이후 구례 군민들은 화엄사 입구에 남악사를 짓고 지금까지 매년 4월 중순 지리산 남악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1507m의 노고단 정상에 서면 가까이는 반야봉과 만복대, 멀리는 천왕봉을 볼 수 있습니다.
돌탑에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고 잠시 쉰 후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가면서 보는 풍경 또한 아름답습니다. 특히 정상 입구를 지키고 서있는 구상나무의 고고함은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이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무로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되는 나무입니다. 1000m 이상의 고지대에 자생하는 구상나무의 아름다움에 반한 유럽인들이 본국으로 가져가 개량해 사용하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 등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구상나무는 해가 갈수록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올라갈 때와 달리 내려올 때는 길지만 편안한 길을 이용했습니다.
편안한 길을 걷다 보니 연둣빛 신록 속에 핀 보랏빛 꽃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 꽃은 큰앵초로 깊은 산속의 나무 그늘이나 습지에서 자랍니다.
노고단 대피소를 지나 약 50여 m를 지나면 숲속에 허물어진 건물이 보입니다. 이 건물은 '외국인 선교사 휴양촌’ 흔적으로 당시 호텔 건물이었다고 전해집니다. 한국전쟁 등으로 폐허가 되었고 이 건물만 현재의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올라갈 때는 보이지 않던 순백의 함박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신록 속에 핀 하얀색 꽃이 아름답고 탐스럽습니다.
코로나19로 2년 간 마스크를 착용한채 노고단에 올랐지만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오래간만에 마스크를 벗고 노고단에 올랐습니다. 덕분에 노고단의 맑고 시원한 공기를 마음껏 흡입했습니다.
지리산 등산 코스 중 가장 대중적인 노고단 코스는 흙, 모래, 자갈 등이 교차되어 넓고 평탄하게 이루어진 탐방로로 남녀노소 누구나가 비교적 편안하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사계절 고산지대 자연경관과 식생의 변화상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는 코스입니다.
가정의 달 5월이 지나고 6월이 되면 지리산 노고단의 신록은 더욱 짙어질 것입니다. 코로나19로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지리산 노고단에서 치유해보면 어떨까요?